나의 시 체험기 -감물언지(感物言志)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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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체험기
-감물언지(感物言志)의 관점에서
감물언지(感物言志)설은 중국 고대 시론 중에서 사상 감정을 나타내는 것은 시가의 기본 특성이며, 시인의 사상 감정은 또한 외부의 객관 사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의미로서 감물설(感物說)과 언지설(言志說)이 결합된 말이다. 언지(言志)라는 의미는 제일 처음으로 『상서요전(尙書 堯典)』에서 처음 드러나는데 “시는 뜻을 말하고, 노래는 말을 길게 읊는 것에 의존하며, 율조는 소리를 조화시킨 것이다.”라는 구절이 바로 그 것이다. 또한 감물설(感物說)이라는 의미는 『악기(樂記)』에 나타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데, 사물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감물설(感物說)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감물언지(感物言志)설은 한대(漢代), 魏秦 시대, 당대, 청대, 근대를 거치면서 더욱더 그 이론이 정교해 진다.
나는 특히 굴원(屈原)의 발분서정설(發憤抒情說), 이백이 제기한 “슬픔이 시인을 일으킨다”, 한유가 말한 “사물은 편안하지 않으면 소리를 낸다”, 구양수가 강조한 “시는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해진다” 등의 이론에 동의하는 바가 크다.
내가 처음으로 시의 그 서늘하고 뭉클한 세계에 처음으로 나의 영혼을 빼앗긴 때는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이었다. 어느 봄날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 국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 중에 사뭇 장엄한 태도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우리들 까까머리들에게 낭송해 주셨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맹세했던 청년 윤동주의 말(志)은 어린 나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특히나 그날 국어 선생님은 윤동주의 서시와 함께 이국의 땅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 이름 모를 주사를 맞다 고국 땅을 향해 무언가를 외치며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생을 다해야 했던 청년 시인의 마지막 삶을 어린 나에게 설명해 주셨는데 그 때의 기억은 마흔을 넘긴 지금에도 내 가슴을 쿵쿵 울린다.
그 후 나는 윤동주 폐인이 되었는데 눈에 보이는 대로 윤동주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곤 했다. 당시에는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나 유치환의 ‘행복’ 등의 시화가 그려진 스프링 연습장이 있었고 그 중에서 윤동주의 서시가 인쇄된 연습장은 내가 아끼는 연습장이 되었다. 또한 어느 미용실 잡지에 실려 있던 윤동주 관련 기사는 내가 몰래 찢어서 아주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윤동주의 시집을 구해서 시집 뒤쪽에 있던 윤동주의 연보를 자연스럽게 외우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암송하지 못하지만 윤동주의 시중 가장 길었던 ‘별헤는 밤’을 암송할 정도로 나는 윤동주의 시에 매혹되었다.
윤동주를 통한 나의 시 체험은 이상, 김광균, 이육사, 이상화, 신석정, 유치환 등의 시에 까지도 확장되었으며, 어느 때 부터인가는 내 일기장에 어설픈 시 쓰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일제시대 민족 시인들의 시를 좋아하는 민족관(?)이 투철한 문학 소년이 되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자연스럽게 문학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닌 시기는 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때로 나라 안팎이 그야말로 올림픽으로 아우성을 치던 때였다. 우리들 88학번들을 선배들은 올림픽 공식 학번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전두환 정권이 끝나고 노태우라는 또 다른 군부독재 정권 시절이었다. 우리들은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민주주의와 민중이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고, 선배 교사들이 만든 전교조라는 조직을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랑스럽게 맞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진정으로 시인을 동경했다. 스스로에게 이 땅의 땅내 나는 시를 쓰겠다고 사람 냄새 나는 시를 쓰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대학 내내 나는 얼치기 운동권이 되었고, 아직 까지도 나는 인기 없는 전교조 교사로 살고 있으며,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던 선거 때는 기표소에 들어가 성호를 긋고 노무현에게 한 표를 행사했고, 이명박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확정되어가던 작년 겨울에는 그만 밥맛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나의 삐딱한(?) 세계관 그러나 명실상부하게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나의 역사관과 정치관은 어쩌면 그 근원을 따져 가면 윤동주의 시와 삶에 가 닿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에 나는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의 시인이 되겠다면 ‘좀 더 외롭고 가난해 지라는 말’ 에 한동안 심취해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릴케의 이 말이 이 땅의 모든 시인들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읽고 있는 『중국 고전 시학의 이해』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 - 시는 곤궁한 후에 더욱 공교로워 진다-을 발견하고 나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시인은 스스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할 때(안도현)’ 세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바로 그 때 작고 가난한 사람을 위로하는 한 그릇의 밥과 같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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