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와 신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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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라고는 할 수 없으나 상당히 많은 신규사업체(지점이나 부속공장이 아닌 본사)는 고립지역이 아닌 클러스터 안에서 설립된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 클러스터는 한발 앞선 정보를 제공, 진입을 촉발한다. 이 때문에 클러스터 존재 자체가 기회 창출의 신호이다. 클러스터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제품, 서비스, 공급자 등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은 기왕에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이 파악한 문제점을 보완할 사업을 신규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정 지역의 클러스터에서 기회를 파악하게 되면 신규사업도 그 클러스터 내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 곳의 진입장벽이 여타 지역보다 낮기 때문이다. 사업에 필요한 자산, 기술, 요소, 인력 등은 클러스터가 입지한 지역 내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사업을 하는 기업은 이러한 조건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지역 내의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는 이미 클러스터에 친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저렴하다. 게다가 클러스터에는 매력적인 지역시장이 형성되어 잇다. 기존에 형성된 관계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가는 종종 동일지역 사회에 안착하기를 좋아한다. 낮은 진입비용, 다양한 역내 잠재고객, 기존 관계, 성숙된 기업의 역내 존재 등 이러한 모든 요인이 진입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낮춘다. 클러스터에서는 전용 투자의 필요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자산층이 두텁기 때문에 퇴출장벽 또한 낮다.
지역 내 기업가들은 클러스터에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클러스터 외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가들은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클러스터 지역으로 이전을 한다. 낮은 진입장벽은 물론, 클러스터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나 재능을 펼치게 되면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과 클러스터에서는 훨씬 더 생산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클러스터가 아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들(국내기업, 외국기업 모두)도 위에서 말한 생산성 및 혁신 측면에서 이득을 노리고 클러스터 내에 자회사를 둔다. 클러스터가 정착되면, 외부기업이 클러스터 내로 진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 또한 줄어든다(이는 특히 여타 외국기업들이 진입해 있는 클러스터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전체 사업을 클러스터 지역으로 이미 옮겼거나, 클러스터에 입지한 자회사를 특정 사업부의 지역본부 또는 국제본부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클러스터가 신규사업에 대해 우위를 갖는 점은 혁신의 가속화에 있다. 거대기업들이 혁신을 수행하는 데는 여러 형태의 장애가 뒤따른다. 반면 분사기업들은 대개 (혁신에 필요한) 여유(Slack)를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모기업의 후광을 입을 수도 있다(예컨대 거대기업은 표적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거대기업은 클러스터 내에서 혁신적인 소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들 소기업의 영업 정상화를 지원하기도 하고, 그 기업이 성공할 경우에는 인수하기도 한다.
신규 사업체의 진출로 인해 클러스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속력과 구성원의 수도 확장되는데, 이 확장이 다시 클러스터의 우위를 강화시킨다. 클러스터 내에서 경쟁이 격화되면 진출비용과 퇴출비용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실제로 기업들의 진출과 퇴출이 크게 증가한다. 그 결과 클러스터 내에서 살아남은 기업들 대부분은 여타 지역의 경쟁자들보다 경쟁우위를 보유하게 된다.
클러스터와 경쟁
클러스터의 이러한 영향력들은 다이아몬드 구조의 부분들을 확대시키고, 그들 사이의 피드백도 증가시킨다. 근접성은 경쟁을 넓게 확대시키는데, 예를 들면,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요소나 공급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높여준다. 공동입지는 경쟁이 많은 과정을 줄임으로써 지방의 공급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관련 사업에서 빠른 속도로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겨나는 것을 늦춘다.
클러스터는 경쟁과 협력의 결합체이다. 고객 선점과 그 고객의 유지를 놓고 격렬한 경쟁이 벌어진다. 다면적인 경쟁과 강력한 유인 효과로 인해 종종 경쟁이 클러스터간의 경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협력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대부분의 협력은 수직적으로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관련산업과 지역 기관들도 포함된다. 경쟁과 협력은 공존할 수도 있는데, 경쟁 또는 협력의 영역과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는 협력하면서 또 다른 영역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할 수도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연계된 기업 및 기관들의 클러스터는 시장과 위계사이에 위치한 구체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클러스터는 시장과 위계사이의 상쇄관계를 확실하게 조정할 수 있고 다른 어떤 형태의 조직보다도 거래비용이 적고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동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클러스터 구조 내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상호작용과 비공식적인 계약으로 말미암아 동일지역에서 주거와 노동이 한꺼번에 해결되며, 신뢰와 열린 대화가 열리고, 서비스 및 시장관계의 재조정 비용도 절감된다.
클러스터가 광범위한 경제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클러스터의 경쟁우위가 모든 분야에 걸쳐 동일하게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클러스터의 우위가 클수록, 관련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가 용이할수록 클러스터 입지의 수는 그만큼 적다. 그러나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클러스터의 중요성은 커지고, 지식과 기술혁신은 부수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며, 경제가 발달할수록 클러스터의 수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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