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뜻으로 본 한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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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번시간을 통해 함석헌의 역사관과 다른 여러 가지 사관들과의 비교를 통해 그것들의 이해와 문제점들을 배우게 됐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고대, 삼국, 고려, 조선건국에 대한 함석헌의 역사인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민족은 문화를 파괴하는 버릇이 많다. 새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전엣 것은 그 자취를 알 수 없이 없애버리려 한다. 우리의 사료가 부족한 데에는 확실히 이 한 가지 원인이 있다. 이것도 역시 고난자의 비뚤어진 심리에서 온 것이다. 부끄러우면서도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문화를 없애고 그저 새 출발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로 남길 중요한 자료를 존중, 보존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1. 고대
1) 단군조선 - 빛나는 출발
한민족이 처음으로 역사의 무대에 나타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4,5천 년 전이다. 불완전한 기록과 전설, 유물을 통해 올라가면 기원전 2천 년을 훨씬 넘은 때에 가서 비로써 희미하게 시작되는 한국역사의 흐름을 본다. 단군이 나라를 세우면서 한민족이 처음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당당하게 출발 하였다. 단군은 점점 복잡해가는 사람 사회에 뛰어난 힘과 재주와 내다보는 생각과 어진 마음을 가지고 나서 무리에 질서를 세우고 조직을 주어 처음으로 우리라는 생각을 해가며 살도록 지도했던 인물이면서 신화이다.
단군조선의 종교는 다신교였다. 그 중에서도 주의할 만한 것은 ‘하나님’이 독특하게 두드러진 지위를 가지는 일이다. 그 하나님은 기독교에서 보는듯한 완전한 유일신은 아니나, 상당히 도덕적 성격이 높은 존재였다. 그는 천지의 주인인 동시에 또 민족의 조상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나님의 자손이라고 믿었고 정치는 곧 그를 섬기는 일이었다. ‘하나님’은 하늘과 관계있는 말이다. 하늘은 한울인지, 하날인지 그 분명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 이름, 사람이름의 ‘한’과 하나라고 본다. 이것을 인격화해서 대표하는 것이 한님 곧 하나님, 환인(桓因)이다. 이 한님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이라는 뜻으로서 단군의 조선 건국이념.
홍익인간하기 위하여 아들을 세상에 내려 보내는 상당히 도덕적인 주재이기는 하나, 이스라엘의 하나님같이 양심의 깨끗함만을 위하여 엄격하게 회개를 요구하는 하나님은 아니었다. 아직 깊이 있는 양심의 종교가 아니었고 국민 성격을 다 드러내지 못했으며 인생구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의 형편으로 보면 고난의 역사가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오히려 희망을 약속하는 빛나는 출발이라 할 것이다.
2) 열국시대 - 모판
단군조선은 나라를 세운 후 1천2백 년 넘게 이어 있었다. 이 시대에 한국 사람은 민족 발전의 터가 잡히었다. 또 만주로부터 남쪽으로 발전하여 내려오며 반도까지 골고루 퍼져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단군조선은 망하게 되고 만주와 반도에 여러 나라가 일어나게 되었다. 단군조선으로부터 열국시대로 옮겨온 뜻은 여기 있다. 여러 나라로 갈린 것은 한편 약해진 듯하나, 사실은 강해지기 위한 것이었다. 제각기 여러 가지의 환경으로 나눠주어 거기서 위대한 자를 골라 다음에 올 민족통일의 대표자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못자리라는 것이다. 물론 단군조선이 망하고 열국이 분립된 것은 대륙의 교통에 따라 석기시대 살림에서 동기철기를 쓰게 되었고, 그 때문에 경제관계에 변동이 일어나고 사회조직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러나 속에 있는 깊은 뜻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상을 현상대로만 보고 거기에 현실적인 대처만을 해간다면 역사도 문화도 있을 수 없다.
열국시대의 국가에는 후에 고구려에 합쳐진 부여를 비롯해 읍루, 옥저, 졸본, 기자조선, 예맥, 삼한, 중국 한무제가 기원전 108년에 위씨조선을 없애고 그 옛 땅에 설치한 네 군, 곧 낙랑군진번군임둔군현도군의 네 군을 말한다.
한사군이 있다. 그중에서 눈여겨 볼 낙랑군은 한사군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낙랑군이 이 땅에 죽치고 앉았던 4백여 년 동안에 우리는 한없는 고통을 겪었다. 민족의 가슴에 칼이 꽂힌 셈이다. 살아가는 사람이 당하는 업신여김과 슬픔과 쓰라림은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이 고통 속에서도 죽지 않고 역사를 이루어온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본래 자기를 지키기에 다부지지 못한 탓으로 중국 이민에게 속아 부끄러움을 샀던 한민족은 4백년의 쓰라린 경험을 치러보고서야 비로소 자각과 굳센 자립심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더 많은 중국 문화와 유교사상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 정신사 위에 크게 의미를 가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정치적 압박은 불행하지만 그것은 한때의 불행이고 그로 인하여 위대한 사상을 배워 영원히 남을 유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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