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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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고다이라 구니히코..들어본 적 없는 수학자지만 일본 수학자라는 데 눈길이 갔다. 예전부터 일본인들은 여러 노벨상도 받고 필즈상도 수상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못 받는지 불만이었기에 대체 그들의 수학수준과 우리의 수준이 뭐가 다른지 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 여기에 제목인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도 눈길을 끌 이유가 되었다. 단순히 수학이 건축이나 사람들을 교육해야 나라 경제도 산다는 뻔한 말인가? 단순히 그런 것이라면 읽다가 이 책을 내던져버렸을 것이다. 허나, 읽어가면서 점점 고다이라의 말에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나를 보았다. 그는 수학을 신성시한다. 그가 쓴 ‘수학자의 망상’은 자연법칙이 수학의 원리에서 파생될 수도 있다는 이론인데, 수학자들이 법칙을 ‘발명’이 아닌 ‘발견’했다고 표현한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여기에 동의하게 되었다. 수학의 왕 가우스나 저 유명한 파스칼이나 데카라트 등의 수많은 법칙들은 그들이 발명한게 아니다. 다만, 그 전엔 존재함을 알 수 없었을 뿐이고 그들은 그것을 발견해낸 것이다. 또한 그가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한 것은 그 시대(20세기)의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의 수학교육이 이것 저것을 조금씩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을 비합리적이라 보았다. 마치 학생에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칠 때 바이올린 하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첼로, 트럼펫, 피아노, 지휘 등을 모두 가르치는 것처럼, 이렇게 조금씩 모두 가르치면 그 어느 것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전공처럼 한 과목을 파고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고다이라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쉬운 책을 집어들기 대신, 이 난해한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고다이라 구니히코는 2차세계 대전 이후로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으로 갔다. 그 때 그는 젊었고, 학생이었으므로 열심히 공부하였고 수십 권의 논문을 읽었다. 그는 여러 가지 것에 흥미를 느꼈지만, 바일의 리만면에 대하여 마음이 끌려서 1차원 복소다양체의 이론을 2차원 이상의 경우로 확장하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영어가 서툴렀지만 주위의 권유로 세미나를 개최하곤 했다. 주로 리만면의 이론에 대해 설명하곤 했다. 그의 논문들도 이 책에 고스란히 실려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논문들이 이 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웠다. 매우 어려웠다. 애초에 난 복소다양체 따위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냥 훑어보기로 했다. 그는 2차원의 경우는 리만-호르의 정리로 설명했으나, 3차원의 경우는 세르의 공식을 사용함에도 난관에 부딪혔다. 후에 야노-보크너에서 코호몰로지 군에서 소멸정리를 증명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호지 다양체는 모두 대수적이다’라는 정리를 얻었다.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최소한 그가 본인의 실력이 떨어진다고 실망하지 않고 다른 각도로 궁리하여 정리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냈다.
이 책의 표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고다이라는 수학의 진보의 형태를 생물의 진화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4억 년 전의 물고기가 언제부터인지 양서류가 되었고, 그게 진화하여 파충류가 되고 원숭이가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는 이론처럼, 어떤 하나의 분야의 원시적인 곳으로부터 새로운 분야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해석기하는 평면기하로부터 발전하여 왔겠지만 옛날의 평면기하의 최첨단에서부터가 아니고 평면기하의 원시적인 곳으로부터 발전했다는 것이다. 마침 진선숙 교수님께 배우는 부분이었으므로 과연 그런가? 라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잘 모르겠었다. 해석기하는 평면기하가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을 고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난해한 책임을 다시 실감했다.
고다이라의 주장 중 책의 제목에 가장 걸맞은 내용은 일본의 수학교육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즉, 일본의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일본의 교육이 살려면 수학이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고다이라는 당시 일본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도 다니며 더 많이 공부하는데 학력이 떨어지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초, 중학교의 교과과정을 보면 어린이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적령을 무시한 조기교육은 첫째로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하며, 둘째로 어렸을 때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도 부모가 서둘러서 강요한다면 꼭 어린이 때 배워야 할 중요한 것은 빠뜨리거나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이면서 미래의 초등교사인 나는 당연히 흥미를 느꼈고, 과연 저자의 해결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흥미롭게 읽었다. 그는우선 기초 교과를 충분히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가르쳐야 하고 다른 교과는 각기 적령에 따라 선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중시 여겼다. 어떤 교과라도 아직 적령에 도달하지 않았을 때 어린이에게 가르치면 내용은 하찮은 것이 되고 결국은 시간 낭비라는 것이었다. 나는 저자의 해결방안을 읽으며 실망했다. 겨우 이런 정도의 해결책이란 말인가? 그는 수학자로서는 대가일지 몰라도 사회학자로서는 실격이다. 일본이나 대한민국이나 입시 위주의 교육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나는 과외선생으로써, 학부모에게 예습위주 즉, 본인의 학년보다 1~2학년 높은 공부를 시키는 것을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번 배우면 절.대. 모른다. 두 번 배우면 그제서야 대충 알게되고, 세 번은 배워야만 제대로 알게 된다. 입시 위주의 제도에서 남들이 세 번 배울 때 적령에 맞춘답시고 한 번 배우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수학 성적이 낮아지고, 수학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고2때 내가 문과라며 아주 천천히 단 한 번만 가르치려는 선생이 있었고,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결국 다른 선진도 위주의 선생에게 과외를 받았고, 우리학교 수학의 TOP3가 되기까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려 애쓰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책을 읽은 책 애호가들이 그럴 것이다. 작가의 생각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건 않다고 분명히 해가며 읽는다. 책에서 하는 주장이 나의 생각과 상반될 때, 작가의 근거를 찾아 읽고 그것이 나의 근거보다 약하면 가차없이 무너뜨린다.
고다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의 대가다. 그의 수학에 대한 이론은 나보다 수십 배는 더 풍부하며, 깊을 것이다. 때문에 그의 수학적 이론과 복소다양체 등에 대한 견해는 어려웠지만 이해하려 애썼다. 그리고 감탄했다. 당시 일본은 낙오국이었으나 그 상황에서 미국까지 가서 그 정도의 업적을 이룩했다는 데에 박수를 보냈다. 다만 그의 수학교육에 대한 생각은 초등교사로서의 나의 생각과는 맞지 않는다. 아무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고, 이 책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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