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힐에 대한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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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힐에 대한 나의 생각
인간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의문에 대한 증명은 썸머힐에서 가능하다. 썸머힐에서는 아동들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준다.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권리, 시간표를 조직할 권리, 공부를 하지 않을 권리, 교사나 부모의 간섭을 배제할 권리 등등 썸머힐의 아동들은 이런 자유를 향유한다. 물론 인간관계에서의 기본적인 규칙은 있지만 그러한 것들도 최소한으로 한한다. 이런 썸머힐에서의 아동들은 과연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가 가능할 것인가? 썸머힐 학생들은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수업시간에 밖에 나가 놀아도 되며 누구하나 제지 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워도 되며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조직해서 사용한다.
썸머힐의 창업자 닐은 아동들에 내재된 기본적인 심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이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아동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고 스스로의 책임 하에 이끈다면 올바른 인성을 가진 성인으로 인도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닐이 말했듯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유명한 학자보다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청소부를 길러내는 것이 이 학교의 목적이다. 학교를 단순히 학업의 장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인도 하는 것,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 실험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다큐멘터리 속에 나오는 학생들은 때로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도 스스로에 대한 책임임을 빠르게 자각한다. 한 아이를 괴롭힌 말썽쟁이 일당들은 학생 전체 회의에서 그 행동에 따른 벌을 받으며 그 벌에 대해선 자신들도 수긍한다. 왕따를 당하던 학생은 부모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발언권으로 그 상황을 타게 해 간다. 학생들은 담배를 피우지만 상급생이 되면 담배피우는 걸 혐오스럽게 생각해서 스스로 끊게 된다. 이 모든 행동들은 자신이 느끼고 스스로의 변화의지를 가져야만 가능한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개입은 극히 부분적이며 전체회의에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 말고는 간섭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 하급생 때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도 자신의 대학진학을 위해서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며 빠른 속도로 교과를 이수한다. 그러므로 썸머힐은 아동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책임을 강조하며 그들 삶에 대한 진정한 개척자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매우 성공적이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썸머힐 에서의 자유 란 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일수 있느냐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과 그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썸머힐의 자유는 조직된 자유다. 얼핏 보면 무한대의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그 자유의 실체는 썸머힐 이라는 특수한 학교 안에서만 가능하다. 아늑하고 따듯한 오두막과 같은 집과 넓은 정원이 있고 따뜻한 배려를 해주는 교사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썸머힐을 만들지만 현실공간에서 이런 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않으면 교사들은 책임을 묻지 않고 학생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한정된 아이들을 가지고 특수한 교육시설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동들은 전 세계에 과연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
썸머힐 에서의 학생들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책임도 사실은 학교 안에서 만들어진 관대하고 따듯한 형식일 뿐이다. 친구를 괴롭힌 학생에게 용돈을 안준다던가, 목장을 청소한다던가 하는 관대한 처벌이 주어진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사회생활은 어떤가?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혹독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관대한 처벌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동네에 내려가서 전등을 훔쳐온 아동들은 경찰이 찾으러 오면 단지 그냥 돌려줄 뿐이다. 이것으로 그 아이들이 다시는 훔치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내용에서는 크면서 도벽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말하지만 나는 의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금기시 하는 행동 에 대해 절제하는 것, 남의 물것을 훔치지 않는 다던가 남을 해하지 않는 행동들은 남을 이해하고 그로써 자신에게 내면화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이해를 넘어서서 이러한 행동에 대한 절제는 습관화로 적응되는 경우도 많다. 행동을 절제하고 조절하려는 의지, 습관은 적저한 책임부여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물론 썸머힐에서 보여지는 책임, 곧 처벌이 가벼운 것인지 무거운 것인지의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은 아니었다.
끝으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이란 일상생활, 곧 사회와 함께 어우러지는 기반위에서 진정한 사회인을 길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도외시하고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만든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울타리가 곧 교육환경이라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한국의 교육환경을 살펴보자. 인구밀도로 따지만 세계 3위이며 오로지 국제무역의 이득으로 5천만 인구가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장 중요한 재원은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과연 경쟁이란 체제가 없어 질수 있을까? 경쟁체제를 도외시 하고 우리 한국사회의 학교가 썸머힐이 될 수 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 교육의 구체적 방향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지향을 억제하고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협동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학급당 인원수가 30명이 넘고 넓은 정원을 갖출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썸머힐은 사치라기보다는 너무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여건을 모두 갖춘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용에서 보면 썸머힐이 개교한지 70년이 넘게 존재한다는 것을 교육의 적절성으로 표현하였지만 내가 보기에 썸머힐 이나온지 70년이 넘게 영국의 학교제도 자체가 큰 변화가 없다는데 더 관심이 갔다. 왜 그럴까?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썸머힐을 정규교육제도로 받아 들 일수 없기 때문이다. 썸머힐은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한 아동기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탈출로이지만 교육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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