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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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삐딴 리
들어가며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는 1962년 7월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으로 사용된 ‘꺼삐딴’이란 말은 ‘우두머리’나 ‘최고’를 의미하는 영어 캡틴(Captain)의 노어식 발음 ‘까삐딴’이 와전되어 표기된 것이다.
백사(白史) 전광용은 1919년 3월 1일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1939년 동아 일보 신충 문예에 「별나라 공주와 토끼」로 처음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등단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은 그가 밝히지 않은 점도 있을 것이고,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는 해방 후 본격적인 창작활동의 시기를 더욱 중시한 때문이다. 그 후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흑산도」가 당선되었다. 그의 두 번째 문단 데뷔였다. 그의 창작 활동은 1962년 동인 문학상을 받기까지 50년대의 전위적 위치에 서서 전통적 수법에 의한 현장의 소설로 평가되면서, 성의 있는 활동을 하였다.
전광용 소설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형적 기회주의 인물’을 부각시켜 형상화하였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6.25라는 전쟁의 체험을 겪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야 했던 전후 세대들의 비극적 삶을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양상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인물들이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물의 다양성은 그가 포작하고 있는 인물들이 속해 있는 계층의 다양성, 직업의 다양성, 행동양식의 다양성 등에서 확인된다. 작가는 동일한 주제를 나타내고자 할 때에도 항상 새로운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거나 다른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설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소설 속의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여러 작품 중 「꺼삐딴 리」는 전광용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일제 식민지시대, 해방,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동기를 겪으면서 민족사적 비극과 역경을 자기 일신만을 위한 처세술로서 위기를 넘겨온 기회주의자이자 환경에 과적응을 보이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본론
「꺼삐딴 리」 속 이인국의 일대기는 식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균열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이 소설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냉전 이념을 통해 남한과 북한 사회를 장악해가는 제국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식민주의가 종결된 이후에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한국 사회에 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인국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외과의지만 자신의 의술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시대의 이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리분별 능력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이인국은 일제 치하에서는 일본인을 주로 상대하는 고급 병원을 운영하였고, 전쟁 이후에는 서울 중심지에 자리를 잡아 권력층이나 재벌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인국 역시 피식민 지식인으로 한국 사회를 점하는 제국에 따라 몸을 바꿔야만 하는 타자일 뿐이었다.
일제 강점기 북에 거주하던 이인국은 친일행적으로 인하여 해방 직후 소련군의 입성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자신만은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친일에 대한 반성이나 후회는 보이지 않는다. 이인국은 여전히 훈도시와 유까다를 착용하며, 해방 전시대를 그리워하는 한편으로 다가오는 시류에 불안함을 느껴 자신의 친일 행적을 정리해나간다.
자위대가 치안대로 바뀐 다음 날 이인국은 결국 치안대에 연행된다. 앞으로 닥쳐올 사태 앞에서도 이인국은 자신을 구원할 그 어떠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가진다. 이인국에게 왜놈의 끄나풀이라고 소리치며 폭행을 하는 젊은이는 일본 병사의 군복을 입고 일본 군용화를 신고 있는데, 이는 해방 이후에도 지속될 식민주의의 잔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소련군에 끌려가게 된 이인국은 소련병사에 의해 이인국과 생사를 같이한 시계를 빼앗기게 된다. 시계는 소설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소재라 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은 변하여 갔지만 시계만은 옛 모습 그대로다”라는 이인국의 말처럼 시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기회주의자인 이인국의 모습을 나타내며, 그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끊임없이 소유하고자 하는 그의 무한한 욕망과 시계를 통해 보여주는 시간의 유한함을 대비시킴으로써 이인국의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라 할 수 있다.
감방 안에서 전염병이 돌게 되면서 이인국은 응급치료실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인국은 혹이 달린 고문관 스텐코프의 눈에 들기 위해 힘을 다해 담당 환자를 치료하며 기회를 엿본다. 결국 스텐코프의 혹 수술을 완벽히 성공시키면서 이인국의 그간의 친일 행적은 모두 삭제된다. 스텐코프를 완벽하게 치료한 후 이인국은 출감이 결정되었고, 감옥을 나서는 동시에 빼앗긴 시계를 되찾으며 완벽하게 ‘친소’의 옷을 입게 된다.
전광용은 소설 속 이인국라는 인물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불편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인국의 삶은 한편으로 식민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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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안리경, 「전광용 문학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2014년 8월
나은영, 「전광용 단편소설의 인물 연구」, 나은영,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2000년 6월
정은아, 「전광용 소설의 인물 연구 -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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