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르 분석 - 로맨틱 코미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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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영화 장르 분석 - 로맨틱 코미디에 대하여
<<사랑하고 싶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예쁜 여자. 매력적인 여자. 어느 한 가지 단점이 있어도 그 단점은 다른 매력적인 장점으로 인하여 다 가려지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주변에 불가항력으로 존재하는 한 남자.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사랑 받는 장르에 언제나 변하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로맨틱 코미디. 남녀의 만남, 연애, 이별을 다룬 이야기. 이 세 가지 주제에서 결코 벗어 날 수 없는 장르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 세 가지 이야기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 갈 것인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랑이 전부는 아니지만 삶의 절반. 아니, 그 절반을 훨씬 넘게 사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내용이 식상하고, 주인공의 성격이 이쪽 영화나 저쪽 영화나 비슷하고 거기서 거기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런 주인공과 내용에 열광한다. 사랑이 빠진 이야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까. 분명한 사실은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족이 이 지구의 땅을 밟은 순간부터 로맨틱 코미디가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순간, 그리고 그들의 눈이 서로를 응시하는 순간부터 큐피트의 화살은 쏘아지고 로맨틱 코미디는 생겨난다.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에 빠져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게 될 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의 그 설레는 기분은 사랑을 해본 사람은 누구든 아는 감정일 것이다. 두근거리고 설레는 그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로맨틱 코미디의 문을 살며시 열어 보자. 그 곳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리고 알지 못하고 있었던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스크루볼 코미디가 로맨틱코미디랑 무슨 상관이야?>>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의 주 관객층은 대체로 젊은 연령층, 특히 연인들이다. 이들은 평판이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하면 어김없이 극장으로 향한다. 흥미로운 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 나이 지긋하게 드신 세대도 흑백 영상에 그려진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두근거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는 욕망은 어느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의 전신인 스크루볼 코미디는 사회비판적, 이데올로기 비판적인 성격을 내재하고 있었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효시로 볼 수 있는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은 1930년 당시 공황으로 침체에 빠져있던 미국인들에게 빠른 전개의 로맨스와 시민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으로 비평 면이나 흥행 면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극도로 상이한 환경 속의 남녀의 만남은 부르주아적인 환경에 대한 환상과 그에 대립하는 현실의 충돌을 애정관계라는 하나의 기제를 도입하여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영화는 이데올로기적 화해가 가능하다면 계급이 없어지거나 계급간의 화해가 가능한 사회라는 이상을 신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면에서도 주인공 사이의 개인적, 성적, 이데올로기적 거리를 상징하는 ‘제리코의 벽’ 을 무너지게 하여 각자의 가치관이 결합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개인의 결합이 갈등이 봉합되는 사회의 통합으로 이어짐을 찬미하는 것이다. 작품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당시의 다른 코미디 영화들이 사회적, 성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러티브의 뒤틀림을 감수해야 했던 반면에 내러티브 논리나 등장인물의 변화를 거의 손상 없이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 등장한 대부분의 스크루볼 코미디들은 캐릭터의 변화 또는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다소 작위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후 ‘내사랑 갓프리’, ‘디즈 씨, 도시에 가다’ 등의 카프라의 작품을 계승한 영화들도 계급이 없는 유토피아에서의 화합을 재긍정하고 있지만, 갈등의 논리적인 해결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1930년대 후반과 40년대 초에 이르러, 미국이 공황을 비롯한 어려움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면서 스크루볼 코미디는 점점 이데올로기적 편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의 발달 초기였던 당시에는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이 화합한다는 점에서 친사회적 경향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하여 막시즘에 근거한 유토피아를 주창한 카프라와는 달리, 다른 스크루볼 코미디 감독들은 반대로 사회 경제적 차이에서 갈등을 이끌어 내었으며 둘의 사랑으로 불일치가 극복되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1950년대가 되자 전후 미국 스크루볼 코미디는 다시 한 번 변화하여 후기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제 프랭크 카프라의 무의식적 찬미가 담긴 작품들과 스크루볼 코미디의 장르적 관습들을 차용하면서도 공식을 완전히 비틀어 버린 스터지스의 후기 패러디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의 영화들은 통제할 수 없는 사회 혹은 부부와 가족들의 문제에 동기를 두고 행동하는 주인공들을 등장시킨다. 이러한 작품들은 텔레비전의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이르기까지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는 성적이데올로기적으로 발생한 갈등이 해소되는 유토피아적 공동체 상을 창조하였다. 또한 유토피아는 현 사회의 틀 안에서 창조될 수 있다는 친사회적 특성을 교묘히 보여주기도 한다. 뛰어난 감독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유토피아가 쉽사리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갈등 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는 자체의 쇠락과 더불어 공포영화의 득세로 점점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며 1970년대까지 계속된다.
한편, 로맨틱 코미디는 1980년대 헐리우드에서 나타난 변형된 코미디 장르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무수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기존의 스크루볼 코미디의 사회 풍자성보다 남녀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이 꽃피는 과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우연하게 만나 영화 내내 좌충우돌 싸우고 화해는 과정을 반복하다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 를 기점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가벼운 주제는 그대로 하되, 다양한 소재를 도입하여 특색 있는 작품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은 갈등구조이다. 두 주인공 간의 계급적인 차이, 남녀 성 차이, 성격 차이가 그것이다. 기존 스크루볼 코미디는 서로 다른 계급의 남녀가 앙숙 관계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계급적 이데올로기가 가져오는 갈등과 모순을 사랑이란 마술로 극복하여 사회적인 대통합, 계급간의 화해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공황이 어느 정도 약화된 40년대에 이르러 로맨틱 코미디의 관심은 계급문제에서 성적인 문제로 옮겨지게 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직업적 경쟁이 가져오는 문제이다. 주로 당당하고 능력 있는 직업여성으로 등장하는 이 시절의 여성들은 뛰어난 언변과 전문 직업을 가진 강인한 여성상의 모습으로 남성에 우위를 점한다. 이러한 슈퍼우먼의 탄생은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여성의 도시 진출이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남녀간의 대립적 갈등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서로간의 권력 점유를 위한 암투로 변한다.
<<그럼 지금의 로맨틱 코미디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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