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리얼리즘과 저전거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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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리얼리즘과 저전거 도둑
2차대전 후 모든 것이 황폐해진 이탈리아에선 영화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무솔리니에 의해 영화인들의 독창적인 예술감성은 무시되었고 미국오락영화들이 들어와 시장은 잠식되었다. 영화제작환경도 열악하여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들의 시선은 사회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작은 사조를 만들어낸다. 전후 이탈리아의 빈곤한 사회현실을 담아내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비전문배우를 기용하고 자연광을 활용하며(이는 제작비절감 때문이기도 했다.) 문학자품의 각색보다는 진짜 현실을 담아내려하였다.
이런 특징에 가장 잘 부합하는 영화가 비토리아 데시카의 <자전거도둑>이다. 엄청난 실업난 속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자전거가 없어서 당장 직장을 잃게 생겼다. 살림도구들을 저당 잡혀 어렵게 구한 자전거로 아버지는 열심히 일한다.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자전거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일하느라 잠깐 세워둔 자전거를 순식간에 도둑맞아 버린다. 자전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그의 전부를 잃은 것이다. 자전거를 찾으려고 아들과 여기저기 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해보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궁지로 내몰린 아버지는 자전거 훔치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곧 붙잡히고 만다.
자전거를 도둑맞았을 때엔 어디에서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접수만 받고는 찾을 수 없다고 아예 포기하고 찾을 시도도 하지 않는다. 경찰에겐 찾을 가망 없는 자전거 하나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 회사는 그에게 자전거가 없으니 간단하게 해고해 버린다. 일할 다른 사람이 빨리 필요한 것이다. 필요 없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 혼자 감당해야했다. 사회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전거를 훔치기도 한 아버지는 진짜 죄인일까. 배고파서 빵을 훔치는 행위는 개인의 죄인가 사회의 죄인가. 결국 인간의 행위는 사회현실에 의해 규정되고 판단되는 것이다.
또한 규범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사회에서는 다수가 개인 한사람을 간단히 압도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자전거를 훔쳤다고 의심되는 자를 드디어 붙잡았을 때, 아버지는 그 도둑 한사람과 싸운 것이 아니라 그 도둑의 마을사람 전체와 대항해야했다. 경찰이 왔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권력은 아무런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지 못한다. 결국 아버지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쫓겨난다.
그러나 아버지가 도둑이 되었을 때엔 거리의 많은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았어야 했다. 그의 죄를 목격하거나 들은(‘도둑 잡아라!’를 듣고 쫓아온) 사람들은 본대로 들은 대로 간단하고 너무도 쉽게 그의 죄를 판단했고 직접 응징한 것이다. 무질서한 사회에서 소수는 보호받기 힘들다.
이렇게 이성적인 판단논리가 작용하지 않는 사회에선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들에 의해 사람들은 움직인다. 아버지를 때리는 사람들은 만류하며 울부짖는 아들을 보고는 “아들 하난 잘 키운 줄 아슈.”하며 봐주고 가버린다. 아들의 그 모습은 정말로 눈물겹지만, 그 눈물로만 대항하기엔 여전히 사회는 차갑고 불완전하다.
‘영화적’인 장면 없이 흘러가는 영화이지만 가난과 사회현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간의 사랑을 그야말로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어느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 도시행정학과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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