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파리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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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뉴저먼시네마의 영화들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1970년대 사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는 미국영화의 대거 수입과 표현주의 영화의 쇠퇴, 나치즘의 대두로 활기를 잃게 되었다. 자국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독일 영화계의 젊은이들 26명은 1962년 오버하우젠 영화제라는 단편영화제에서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라는 선언을 한다. 즉, 60년대까지 독일을 지배했던 스튜디오 시스템의 헐리우드식 영화들이 지배했던 영화 시스템을 탈피하고 시대와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고찰하는 영화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 방식은 다큐멘터리의 관찰적, 객관적 시각, 현실성, 로드무비 형식의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몇명의 감독 중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청소부 아줌마라의 사랑을 다루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랑을 하는 남녀가 상류층이 아닌 빈민층, 특히 유색인종과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이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주위 시선으로 인해 완성되지 못하게 된다. 이 영화가 왜 뉴저먼 시네마의 대표작인가 하는 것은 바로 시선에 대한 방식에 있다고 본다.
분명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의 유색인종의 차별은 극에 달했고 빈부격차 또한 상당했다. 이 영화는 이들을 둘러쌓고 있는 시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 옆에 카메라만 있을 뿐 어떠한 인위적인 허구가 들어나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카메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불러일으킨다.
뉴저먼 시네마 영화에서 보여 주었던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향은 90년대 퍼시 애들론의 <바그다드 까페>에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극영화의 허구, 판타지와 다큐멘터리의 관찰적 시선을 통해 소외계층의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이다. 커피를 팔지 않는 까페에 보온통을 들고 온 독일여자로 인해 무너져 가던 까페에 생기가 돋고 활력을 찾게 된다. 쟈스민과 브렌다의 관계가 진행되는 것을 집나간 남편의 시선을 통해 재치있고 객관적으로 그려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와 <바그다드 까페>를 통해 극영화에 다큐멘터리가 끼친 영향을 부분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빔벤더스의 영화들은 영화(극영화)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요소가 깊게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빔 벤더스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통해 죽은 천사의 시선으로 무기력하고 비극적인 삶을 사는 독일 시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꾸미지 않은 사실성, 현재성이 영화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로드무비 3부작 <도시의 앨리스>, <그릇된 행동>,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그들의 정신적 뿌리를 잃은 독일 젊은이들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빔벤더스는 최근 <피나>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soul of man> 등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특히 유명하다. 저번 다큐멘터리 과제를 통해 빔벤더스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빔벤더스가 음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각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다큐적 요소와는 상관이 거의 없는<밀리언 달러 호텔>은 그의 극영화의 놀라운 연출력이 있다는 것도 볼 수 있다.
<파리, 텍사스> 는 주인공 트래비스와 아들 헌터가 엄마를 찾아서 떠나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다.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고 극적인 전개 또한 두드러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본지 몇년이 흐른 지금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트래비스가 떠나는 길,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풍경들이 감독이 의도했든 안했든 모든 것이 쓸쓸하게 프레임 안에 녹아든다.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지배적이다. 엄마가 없는 불안정한 부자관계와 아내를 찾는 여정은 다큐멘터리의 관찰적, 시적 형식을 빌려 마치 그들이 따라가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요소를 절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트래비스가 아내의 행방을 찾아 아내를 만나는 장면이다. 반투명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내는 트래비스를 보지 못하고 트래비스만 아내를 직면하고 하고 있다. 아내가 처한 상황(부도덕한 일)을 트래비스와 관객은 알지만 아내만 이 현실을 모르고 있다. 참아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고 묵묵히 아내를 바라보는 트래비스와 그런 트래비스를 바라보는 카메라 역시 조용히 침묵할 뿐이다. 어떠한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그것을 묵묵히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빔벤더스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간에 경계가 없는 듯 하다. 그의 삶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다. 때로는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추가하고 때로는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 요소를 추가시키곤 한다.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확실한 건 그의 영화는 현재의 시대성을 왜곡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시대를 역순하지도 비약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사는 현재와 빔벤더스가 살아가는 시대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든 극영화든지 말이다.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주었고 앞으로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누군가(빔벤더스)한테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나의 삶 역시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경계를 가지지 않고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는 영화인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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