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 새클턴의 파워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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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클턴의 파워리더십
신규로 부임해 간 학교에서 담임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 첫 발령지에서 담임을 맡게 되었다. 내가 맡은 반은 1학년 3반. 총 33명의 아이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교 생활이 무엇이든 신기하기만 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반짝한 그런 아이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였던 아이, 폭력적이었던 아이, 반장만 도맡아 했던 아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보성에서 전학 온 아이 등등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 반이었다. 난 세상 물정 모르고 최근 몇 년간은 이론서만 열심히 파던 초짜 신규 선생. 게다가 본래 타고난 성품 자체가 꼼꼼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한 탓에 그 시작이 불안하기만 했다. 섀클턴이 남극대륙에서 직면한 위기 상황과 같진 않지만 나에게 있어서 위기라면 위기였다. 일단 아는 것 없이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들은 내용, 중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상기하며 좌충우돌 완도여중에서의 내 첫 담임생활은 시작되었다. 부족한 담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나를 믿고 잘 따라 주었다. 담임이랍시고 나를 믿고 의지하며 따라와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고 든든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정력적으로 생일파티나 쪽지상담, 비빕밥 만들어 먹기 등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았고, 항상 미흡한 준비로 시작했고 뒷마무리가 시원하지 않았다. 업무량이 많은 날에는 반 아이들을 신경 쓰지 못했고, 조회랑 종례 시간 어쩌다 한번 들어간 교실에선 아이들이 잘못된 점만 보였고 신경질만 부렸다. 일부 아이들은 나에게 변했다고 했다. 나는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아이들이 가끔은 미웠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교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내가 교사로서 자질이 없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나 사회적 지위를 위해 이 자리를 박차고 못 나오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는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교사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와도 같고 어려움과 고난이 따르는 길을 이끌고 가야하는 탐험대의 대장과도 같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구나 행복하고 즐거운 삶,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쉽이 필요할 것이다.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담임으로서 혹은 교과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고 배우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리더쉽 에 관련된 책이 간절히 필요했다.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들일까. 또 어떻게 하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평소에 자기 계발서 종류의 책을 즐겨 읽진 않지만 나를 위해 또 나를 믿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읽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섀클턴의 파워 리더쉽』은 섀클턴이 탐험대를 이끌고 남극으로 갔다가 온갖 위기를 겪으며 전원 무사 귀환하는 과정 중에 그가 보여준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다. 인내로 승리한다는 그의 좌우명이었고, 가훈이었으며, 탐험 내내 탐험대를 지지하는 기반이었다. 그는 인듀어런스호가 얼음에 갇혀 침몰하게 되자 그의 목표를 남극 대륙 횡단에서 탐험대 전원 무사귀환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탐험대를 이끌고 온갖 고초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섀클턴은 탐험대원 1명 1명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들을 고난에 굴복하지 않도록 항상 격려해주었다. 반면 같은 시기 스테팬슨이 이끄는 캐나다 탐험대가 북극지역을 탐험하기 위하여 출발하였고, 이들의 칼럭호도 북극의 얼음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스테팬슨의 행보는 달랐다. 순록 사냥을 가겠다며 자신의 동료를 버리고 떠난 스테팬슨은 5년 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고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또 대원들이 겪었던 고통을 최소화하여 말했다. 『섀클턴의 파워 리더쉽』은 이 두 탐험대장의 리더쉽을 대조하여 설명하고 있다. 둘 다 남극대륙 혹은 북극 대륙을 횡단하진 못했지만, 섀클턴은 탐험대원 전원과 함께 돌아왔고, 스테팬슨은 홀몸으로 나타났다. 물론 섀클턴의 모든 행동이 옳았다거나 그가 리더쉽의 표본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섀클턴의 행동에서 우리는 분명 배울점이 있고, 그것을 학급경영이나 교과 지도에 있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섀클턴에게서 배울 수 있는 리더쉽의 전략을 대표적으로 10가지 제시하고 있다. ①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라. 그리고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라. ② 눈에 보이고 기억할 말이나 상징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라. ③ 낙천적 마인드와 자기 확신을 가져라.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라. ④ 자신을 돌보라. 체력을 유지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⑤ 팀메세지를 끊임없이 강화하라 "우리는 하나다.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⑥ 신분차이를 최소화하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존중하도록 하라. ⑦ 갈등을 극복하라. ⑧ 축하할 일 그리고 함께 웃을 일을 찾아라. ⑨ 큰 모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라. ⑩ 절대 포기하지 마라. 항상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어느 것 하나 우리 교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궁극적인 목표, 낙천적 마인드, 현실 직시, 팀메시지와 비전 제시, 함께 웃으며 행복한 학급 만들기, 갈등 극복과 화합, 존중, 격려, 인내… 교사가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자질 아닌가.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일단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고 실망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내 생각대로 단기간에 확확 바뀌었으면 했던 욕심들, 혹은 1등만을 맹목적으로 추진했던 내 모습들. 눈에 보이는 모습들만 신경 쓰고 정작 세심한 부분들을 간과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 아이들은 1년 동안 나를 단지 스치고만 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 한해가 이 아이들에겐 아주 큰 영향과 변화가 생겨나는 기간인데 내가 대충대충 넘어가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뒷부분에 리더쉽 기술 조사표를 작성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 무엇을 갖추고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지만,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난 도대체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그날 그날 닥치는대로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나니 목표도 방향도 없이 정신없기만 했던 거 같다. 조사 결과는 15점 만점에 평균 8점정도, 50점 정도 되는 점수였다. 아이들이 50점 맞아서 왔으면 공부를 한 거냐 안하거냐. 혼부터 냈을 것 같은데 나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50점이라니 충격이었다. 어느 것 하나 거의 항상 그렇다에 체크된 게 없었다. 연예인들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항상 그 개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데, 나 또한 선생님이고 선생님답게 살아가야 하는데 나는 그냥 나였던 거 같은 느낌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맘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노력하지 않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적절한지 따지지 않고 일단 생각대로 일을 해놓고서는 잘 안됐다고 불평한 건 아닌지 반성이 되었다. 나는 우리반과 사회과의 리더이고 나를 믿고 따라주는 많은 학생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리더쉽 교과서라는 게 있을까. 혹은 리더쉽의 자질을 가진 자가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는 이상적이고 낙천적 마인드가 어떤 상황에서는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죄책감이 독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죄책감이나 자기반성이 큰 몫을 해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양날을 가진 칼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다정함은 때론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줏대 없고 나약한 교사로 비춰질 수 도 있다. 언제나 접점을 찾는 게 힘들다. 내가 부딪히며 배우는 동안 내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나쁜 영향을 받는 학생이 있을까 두렵고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학생들을 꿈으로 이끌어주고 희망을 주는 교사로 성장해있겠지. 그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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