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만나다 -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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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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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를 만나다
-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고
1. 만남
부끄럽지만 내가 아는 ‘열하일기’는 조선시대 고문파에 의해 촛불의 재로 화할 뻔 했던’ 사건이나, 문학을 가르치면서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를 가르쳐 본 경험이 전부였고 특별히 읽어야겠다는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고전 문외한인 나에게 고미숙의 ‘열하일기’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첫 번째 충격은 아! 우리 고전도 이렇게 읽을 수 있구나 였고, 두 번째 충격은 ‘열하일기’가 정말 재미있는 책이구나 하는 점이다. 나에게 고미숙의 책은 열하일기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마치 모든 것을 얻은 듯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2. 고미숙의 ‘열하일기’
이 책은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아니라 고미숙에 의해 재창조된 ‘열하일기’이다. 그래서인지 박지원의 체취보다 고미숙이라는 고전평론가의 열정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연암의 글과 사유에 대해 끊임없이 감탄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의 책을 왜 다시 써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 데 글의 곳곳에서 보이는 그녀의 흥분은 가끔 과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열하일기 사랑은 대단하다. 나도 그녀 못지 않은 흥분과 감동으로 이 책을 읽었기에 그녀의 열정이 고마울 따름이다.
먼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한 것은 박지원의 놀라운 문장력과 관찰력이다. 한자가 원문이지만 그것을 풀어쓴 한글 표현만 봐도 문장 하나하나가 한없이 신선하고 변화무쌍하다. 그 속에 담긴 기발한 상상력과 탁월한 비유, 촌철살인의 아포리즘은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화려하다. 또 주변의 것을 관찰하고 묘사해내는 능력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수행원이었던 장복과 창대, 정진사, 그리고 청나라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그는 이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현실의 살아 있는 인물로 우리들과 만나게 해 주었다. 솔직히 근엄하게만 여겨졌던 중세적 인물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들에 대한 발견은 고미숙만의 성과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청나라 문물에 대한 기록은 어떠한가? 화려한 궁성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기와나 말똥, 수레 따위에서 문명의 지혜를 찾았던 연암의 혜안에 이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데 ‘문명은 기왓조각과 똥거름에 있다’라는 명제는 중세적 엄숙주의를 뒤집는 통쾌함 그 자체가 아닌가 한다.
정조가 문체 반정의 배후로 박지원을 주목하고 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것도 그의 문장과 문체가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두려워했을 터인데 그의 문장은 그런 효과와 울림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고미숙 씨는 연암의 문체에 대해 ‘그것은 어떤 하나로 분류되는 순간, 그 그물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곤 한다.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버리는 ‘변검’처럼’이라고 표현하면서 연암체의 진수는 ‘대상과 소재에 따른 변화무쌍한 변이능력’이라고 평가하였는데 이것이 18세기 중세의 젊은이들과 21세기 젊은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아닌가 한다.
두 번째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문체처럼 박지원이란 인물의 ‘규정할 수 없음’에 흥미를 느꼈다. 솔직히 중세의 조선에서 어떻게 그런 삶과 사유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소중화주의와 북벌론에 사로잡혀 청나라를 오랑캐로만 바라보던 조선의 시각에서, 비록 평생 변변한 벼슬자리 하나 얻지 않고 시골의 처사로 살긴 했지만 엄연한 경화사족의 일원으로 지식인 계층의 핵심이었던 그가 열하일기에서 보여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은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무한 개방의 시대인 현대에도 낯선 곳과 대상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선입견을 갖기 마련인데 조선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벗어나본 적 없는 박지원이 열하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새로운 문물과 친구들에 대한 기록은 자유로운 한 영혼의 세상과의 대화와 사유의 결정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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