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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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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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를 읽고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김훈의 “칼의 노래”에 대한 서평을 찾아보았는데, 그 서평의 요지는 간단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며, 이순신 개인의 고뇌를 닮고 있는 기이한 소설이란 것이었다. 다소 의외였다. 우리가 흔히 이순신 하면 떠올리는 ‘출중한 리더십’과 ‘믿기 어려운 난관 극복 능력’이 여느 위인전처럼 반복되어 서술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했던 ‘칼의 노래’는 그 제목만큼이나 분명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은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그가 적 앞에 자신을 내던져 전사하기까지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당시의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상상만 해도 혼란스러운 이 소설의 배경은 소설 안에서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며 내 마음을 흔들었고, 작가의 1인칭 시점은 나로 하여금 조선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또 이순신 외에도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당대 현장을 실증적으로 복원해낸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생각한다.
당시 조선은 역사적으로 알려져있듯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이 소설이 간접적으로 지적하듯, 조선은 왜적의 도발에 대해 적절한 외교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으며, 임금과 정치 관료 뿐아니라 백성과 군대에 이르기까지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각기 다른 대응으로 혼란을 야기했다. 즉, 이순신이란 영웅에 가려 있던 혼란의 역사를 이 책이 잘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 결과에 치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을 이야기할 때는, 이를 물리친 이순신이란 영웅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당시 조선이 왜 일본의 공격을 받게 되었는지, 어떤 미숙한 대응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결과를 중시하고, 그 과정이야 어쨌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역사가 돌고 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의 실책은 오늘의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 때와 비교해서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얼마만큼 국제정세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임진왜란 때처럼 공동체가 조화롭지 못하고 개개인의 목소리만 키우며 따로 움직이고 있진 않은가? 학벌이나 경제적 위치에서 비롯되는 혼자만의 우월감에 휩싸여 다른 계층을 무시하고 억압하고 있진 않은가? 이 소설을 통해 이러한 비판적인 생각을 해 보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소설은,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꽤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온몸으로 느꼈던 전투 전후의 심정, 혈육의 죽음에 대한 비통함, 여인과의 사랑, 정치와 권력의 허망함, 조선의 무장으로서의 고뇌. 이 모든 것들이 순결했던 영혼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드러내며 나를 감동시켰다. 아마도 이 소설의 제목인 “칼의 노래”는 그의 “고결한 영혼의 노래”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가 느꼈을 서글픔과, 그럼에도 굳건히 세상에 칼을 겨눌 수 있는 용맹함은 이순신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김훈의 유려하고도, 칼 같이 꽂히는 문체와 더불어 이 책을 읽다보니 독서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도 엄청난 집중력과 함께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 소설만이 가지는 재미와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칼의 노래”는 분명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이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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