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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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보고서
#1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학생들 모두 교복이나 두발 그리고 차림새에 많은 재제를 받는다. 버스에서 신발에 하얀 부분을 매직으로 칠하는 부분이나 교문에서 카라 검사와 두발 검사 그리고 교복 사이즈를 줄였나 안 줄였나 확인하는 부분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남학생의 머리는 모두 빡빡 밀어야 하며, 여학생은 짧은 단발로 치거나, 양 갈래로 따고 다녀야만 한다. 게다가 학생들은 가방까지도 같은 색의 가방을 가지고 다니고, 신발도 검정 구두나 운동화로 통일되어 있다. 이것은 잠재적 교육 과정에 일환으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길 강요하고, 튀면 나쁜 학생이고 튀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각인시키고 있다.
#2 학생들이 등교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교문에 붙어있는 “구국의 유신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거의 군부대 앞에 붙어있는 간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개인보다는 공동체(국가)를 강조하고, 다수를 위해서 소수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문에 들어서면 선도부가 쭉 서있고 그 중심에는 군인이 있다. 학교에 군인이라니 웬 말인가. 학생들의 머리는 그곳에서 즉시 밀리고, 교복도 찢겨져 나간다. 하지만 반항하거나 따지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교실 내에서 성행하는 강한 프레이밍의 교육과정이 비교과적인 부분에도 이어진 것이다.
#3 교실로 가보자. 선생님은 학생들이 성적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다그친다. 수학 문제를 내준 뒤에 앞에 나와 풀게 한다. 풀지 못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린다. 학생들이 왜 이해하지 못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굉장히 권위적이다. 여기서 강한 프레이밍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상냥하게 대하고 못하는 학생에게는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강한 분류화를 하고 있다. 이것은 공부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잠재적으로 교육되게 만들기도 한다. 교실 뒤쪽을 보면, 온갖 유신에 관한 이야기와 조국, 충효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이것 또한 앞에서 말한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나타내고 있다.
#4 운동장으로 가보자. 교사가 학생들에게 벌을 주는데, 선착순으로 뛰어갔다 오게 해서 등수 안에 들었으면 체벌이 중단된다. 학생들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의 농구 내기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농구 내기를 하는 두 무리는 학생 간의 협동이나 우정 보다는 경쟁을 중심에 두고 농구 게임을 한다. 그래서 심하게 밀치기도 하고 넘어뜨리기도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잠재적으로 가르친 것이 그대로 학생들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5 자세히 보면 학생들의 교복에는 명찰이 달려있고, 그 명찰은 색이 확연히 구분되어 학년을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선후배 간에도 엄격한 그들만의 규율이 적용된다. 선배가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달라고 하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것은 마치 관료제를 보는 것 같다. 학교 자체에서 아예 윗사람의 말은 무조건적으로 수긍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6 수업 중에 소지품 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담당자가 와서 가방을 다 까고, 손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를 빠짐없이 확인하지만, 한 학생 앞에서는 웃으며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그 군인은 학생들을 분류화 한 것이다. 잘 살거나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에게는 특혜를 주고 잘해준다. 나중에 그 학생이 복학생에 의해서 다치게 되자 교장 선생님까지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 그만큼 권력에 의해서 분류화가 된 것이다. 게다가, 한 학생은 폭력 사건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유명한 배우라는 이유로 용서를 받는다.
#7 영화의 중간 중간 보면 학생들이 이유를 설명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려 할 때 교사가 그것을 들으려 하지 않고, 폭력부터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강한 프레이밍에 해당한다. 교사와 학생간에 의사소통에는 큰 벽이 있고 이는 당연히 단절로 이어져 학생들은 아예 참여하려 하지 않고 그냥 불의에 수긍하기에 이른다.
#8 전체적으로 보면 학교는 닫힌 학교의 특성을 띠고 있다. 학생들은 선도부의 명령을 듣고 선도부는 교사의 명령을 따른다. 또 그 교사들은 교장선생님의 명령을 따르고 그 교사는 유신체제 하에 권력자들과 연루되어 있다. 그러한 관료제적 특상 안에서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흘러온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교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그저 주어진 것을 따르는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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