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마르탱 게르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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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게르의 귀향’ 읽고 느낀 점
이번에 읽게 된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은 중세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한 인물의 정체에 관련된 한 농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각색된 위에 여러 작품들과는 달리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라는 역사가가 중세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문헌을 통해 상업적 목적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자 하는 목적으로 쓴 책이다. 이 실화는 재판기록과 논평 등으로 기록되어 여러 중세 역사문헌들과 함께 현대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사건의 전개만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지리적인 특성이나, 농촌사회의 구조와 경제활동 그리고 여러 가지 관습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해주면서 독자들이 사건을 그저 흥미위주로 읽는 것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가가 16세기의 프랑스 농촌사회에 대해서 깊이 고찰해 볼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딱딱하게 분석하는 기존의 역사서술과는 다른 서술방식으로 크게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 책은 기존의 일반적인 역사서술서와 다르게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문학적이며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naative) 글이 서술 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역사가가 집필한 글답게 현대의 소설과는 거리감이 있으면서 단순히 흥미 위주로 읽어볼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의 문장과 삽입된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현대와 다른 그 당시의 생활을 직접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사건의 진행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더욱이 이 사건이 실화라는 점에서 이 사건 뿐만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감춰진 비슷한 사건도 많이 있었을 거란 생각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영화제작에서 역사 고문으로 참여하게 된 저자는 영화의 역사적 이야기 전달 방식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마르탱 게르의 사건을 철저하게 역사적인 근거에 기반을 두면서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재판기록 사료에 근거 하고, 또 그 시대를 다양한 환경과 문화를 묘사해주는 관련된 모든 문헌을 찾아 뒤지면서 이 이야기가 전개된 중세시대 말엽의 시대상과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나 관련된 사건을 책 중간 중간 곳곳에 소개하는 것이었다. 특히 초반부분에는 당시 지리적인 특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이 당시의 생활상을 최대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의 생활상에 대하여 시각적으로 많이 이해 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집안 내부의 모습이나, 땅을 경작하는 형태나, 집안과 마을내부에서의 마을사람들의 생활모습으로부터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었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 시작 초반부에 결혼식 직후에 아내가 가져오는 지참금과 남편이 가져오는 재산 등을 문서로 서로 확인하며 결혼이 단순한 남과 여의 결합이 아니라 양 쪽 집안 사이의 하나의 계약임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피에르 게르와 베르트랑드의 어머니의 재혼 역시도 게르 가문과 롤스 가문의 필요성에 의한 하나의 계약이었다. 롤스 가문은 게르 가문의 재산이 필요했었고, 게르 가문은 농사에 필요한 베르트랑드의 남자형제들의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에서 조차 현재보다 훨씬 계산적인 중세 사람들의 생활태도에 적잖이 놀랐다.
또한 가짜 남편임을 의심하면서도 끝까지 가짜라고 말하지 못했던 베르트랑드의 태도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사실 가장 먼저 남편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었던 베르트랑드가 의도적으로는 아르노 뒤 틸을 자기 남편으로 끊임없이 재확인하려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 하는 점에서 드러나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현실감각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주로 사회에 공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당시의 세계에서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는 여성들이 남편에게서 바라는 것을 얻어내고 이익을 계산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이것 또한 예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이 사건에서는 이 당시의 가장 많은 사람이 믿고 있었던 카톨릭이라는 종교라던가, 또는 성 불능에는 마녀가 저주를 걸었다는 미신적 요소라던가, 샤리바리(charivari, 책 13p)와 같은 공동체적 풍습, 가족생활과 결혼생활의 특징, 농업방식의 변화, 상업의 발달 등 여러 가지 농촌 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역사라는 것이 딱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어렵긴 하지만 중세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차라리 완전히 소설양식으로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일반적인 역사서도 아니고 일개의 사건을 통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알리고자 하는 글이었고, 또한 작가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었으므로 차라리 소설로 쓰여 졌다면, 독자들에게 좀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며, 당시 시대상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처럼 마지막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나타날 때 까지 아르노 뒤 틸의 정체가 진짜 마르탱 게르인지 사기꾼인지 모르는 채로 책이 진행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줄곧 하였다. 또 번역을 하면서 문장과 문장사이의 연결성이 조금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 마르탱 게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거의 이런 특수한 하나의 사건으로도 과거를 샅샅이 뜯어 볼 수 있다는 것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고 일반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역사서와 달리 이 흥미로운 사건 하나 만으로도 당시 프랑스 사회의 생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재판을 통해 당시 점점 퍼져나가고 있던 프로테스탄트와 이를 막으려는 카톨릭 사이의 갈등, 프랑스 농민사회의 상속제도, 가족제도, 농업사회의 변화 등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 주었던 이 작은 책은 역사서술의 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역사라는 것이 단지 암기해야하는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에 이어지기 까지 우리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삶 그 자체라는 것 또한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라는 역사가에게도 큰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에게는 역사가라는 사명감이라는 것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 한계를 느껴 스스로의 열정으로 몇 백 년 전의 역사적 문헌을 연구하여 과거를 우리 현대 사람들의 눈 바로 앞에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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