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도강록을 읽고(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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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도강록을 읽고(아내에게)
<@@의 편지글에 앞서>
열하일기 ‘도강록’이 강을 건너는 이야기니 참 지루하고 재미없을 줄 알았다. 기껏해야 ‘강을 건너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여러 번 웃었다. 박지원이라는 사람이 한 인간으로 다가왔다. 옛 선조이자 딱딱한 양반의 모습에서 누구와 쉽게 어울릴 수 있고, 누구와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인물로 말이다. 그는 말투가 형식적이지 않다. 그의 문체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낫게 보이려고 특정하게 쓰지도 않았다. 물론 그의 지식의 세계의 폭이 넓어 이해할 수 없는 함축적인 내용도 있었다. 경계선에 관한 이야기나 그의 꿈의 이야기나 울음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그래도 나는 그가 마음에 든다. 하인들과 말의 무사귀환을 위해 술을 부어주고, 투전에서 소외되었다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다음 판에 끼어들어 한바탕 놀아재끼는 그가 참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후삼경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은근히 명을 숭상하면서도 청의 문물을 우습게 보지 않고 그 나라의 문물의 뛰어난 점을 치밀히 관찰하고 우리네와 비교하는 모습 또한 마음에 든다. 이러한 그의 모습을 그의 하인인 @@가 여행 중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의 모습에서 이야기하려 했지만, 대부분은 내 주관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편지1> 아내에게
압록강을 건너 구련성에 노숙을 하게 되었어. 밤에 큰 비가 퍼부어서 우리는 강을 건너기가 꺼려졌지. 며칠씩 퍼부어 되는 장마는 우리에게 지루함을 더하고 있어.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지. 어르신이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즐겁게 따라 나설 때는 언제고 며칠도 안 됐는데, 이젠 집이 그리워지는 걸.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건너온 압록강 쪽을 바라보곤 해. 그래도 어쩌겠어. 이제는 건너야 하는 것을. 장복이 놈과 더불어 청에 가면 엽전을 쓸 수 없다고 하여 술 한 병을 샀지. 히히... 고놈 어르신께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 들고 오다가 들켜 버렸지. 거참! 한 병 채로 다 뺏겼어. 그래도 어르신께서는 뺏는 척 하고 우리와 말들을 위해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원해 주셨어. 뺏겨서 한 모금 못 마신 건 아쉽지만, “네놈들이 술이나 마실 줄 알겠느냐.”고 말씀하시며 어르신과 우리, 그리고 말들까지,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원하시는 그 분의 태도는 후훗 어쩐지 정이 가는 구석이 있으셔. 어르신의 주머니는 참 검소해. 왼쪽 주머니에는 벼루를 넣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붓과 공책, 먹 같은 것을 넣었는데, 우리 행장은 책문에 걸릴 일도 없고, 도둑이 들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매일 무언가 열심히 쓰시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 한번은 이 여행에 관한 앞글에 ‘후삼경자’라고 쓰시는 것 같았는데, 내가 소리 내어 읽으니, “이놈, 청에 가면 이런 말 하면 못 쓴다”하시잖아. 아마도 추측 건데 그 되놈들에게 걸리면 안 되는 명나라와 관련된 내용인 것 같아. 아따 그 막되 먹은 되놈들 사는 모습, 나도 많이 궁금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명나라가 다시 나라를 되찾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하여튼 우리는 이 날 강을 건넜어. 내원과 주 주부가 힘차게 성을 나서는데, 참 우습지. 말 위로 어깨가 으쓱하고 목을 길게 뺀 모습이 용맹스러워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 아래 너덜너덜 달린 옷 보따리가 너무 크고 지저분해 보여서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 그런데 거 참!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것 같아. 우리 어르신도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 지으시는 것 있지. 배를 타고 가는데 우리 어르신이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시네. 아따, 양반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말씀을 하시는지. 우리 어르신은 겉으로는 털털해 보이셔도 생각이 많으셔. 하여튼 이런 말씀이셨어.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이 물 가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이 가장자리에 있는 것이지.” 내가 좀 들은 풍월로 이게 바로 중용이 아니겠어. 과욕을 부리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으면 자기가 위치할 제자리 길을 잘 찾을 수 있다는, 뭐 그런 뜻 아닐까? 하여튼 물을 건너서 우스운 일이 또 생겼어. 아따, 제대로 길을 알아보지 않고 움직이게 한 용만 장교를 처벌하려는데 군뢰가 없잖아. 그래서 그 자리에서, 허 참 우스워라, 용만 군교의 볼기를 반쯤 까고 어른들이 말채찍으로 네댓 번 후려치시는 거야. 후훗 용만 군교가 한 손으로 전립을 쥐고 또 한 손으로 바지를 잡고 연방 바쁘게 “예, 예”하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하여튼 우리는 무사히 건너와 천막을 치고 잠이 들었어.
6월 24일(신미일)에 @@가
<편지2> 아내에게
구련성을 지난 금석산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움직여 드디어 책문 밖까지 왔어. 어르신께서 행장을 정리하다 보니 열쇠가 없는 걸 발견하신거야. 장복이 놈! 잘 간수하지.. 쯧쯧... 하여튼 어르신이 걱정반, 역정반 이렇게 말씀하셨어. “네놈은 늘 한 눈 팔더니, 책문에 와서 벌써 이런 일이 생겼구나. 2천 리를 더 가서 연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네 창자도 몽땅 잃어버리겠구나. 구요동과 동악묘엔 원래 좀도둑이 많다더라. 네놈이 또 한눈을 팔다가는 무엇을 잃어버릴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원 이런! 바보 같은 놈.. 어르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멍청하게 이렇게 대답하는 거야. “구경할 때 두 손으로 눈깔을 꼭 붙들고 있을랍니다. 어떤 놈이 뽑아가겠어요?” 나원참,,, 하여튼 우리 어르신도 그런 놈하고 이야기하시고, 참 참을성이 많으셔.. 양반네 중에 우리 어르신 같은 분은 아마도 없을 거야. 우리 어르신 하도 기가 막혀 “자알 한다”하고 들어가시지 뭐야. 내가 다 죄송해서 할 말이 없었어. 책문 앞에 가서 안쪽을 바라보니. 우와! 정말 기가 죽더라. 어찌나 규모가 큰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르신도 그랬나봐. 혼자 말씀처럼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있지. “이제 한 발을 들여놓았을 뿐인데, 이런 시기하는 마음이 들다니, 내 견문이 좁은 탓일 게야. 만일 부처님의 밝은 눈으로 시방세계를 두루 살핀다면 무엇이든 다 평등해 보이겠지. 그럼 시기와 부러움이 절로 없어질 텐데...” 하여튼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지만, 어르신이나 나나 같은 생각이 들었나봐.. 그리 많이 배우시고 생각이 많으신 어르신도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리 어르신은 너무 솔직하시고 거짓이 없으셔. 하여튼 우리는 책문으로 들어가게 되었어. 들어갈 때도 얼마나 재밌던지.. 마두 득룡은 정말 되놈들을 다루는 수완이 뛰어나.. 우리 어르신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 어르신들도 책문으로 들어가는데... 후후후.. 하하하.. 얼마나 웃기던지... 우리 연암 어르신도 같은 생각이신지 웃으시며 보시고 계셨어. 글쎄, 청의 구실들이 직급에 따라 자리를 차지하고 예를 받을 차비를 하고 앉아 있는 곳을 양반 어른들이 지나는데, 부사나 서장관이나 다 사신 앞에 이르면 마두가 갑자기 하인에게 호통을 치고, 그러면 가마를 멈추고 말의 멍에를 벗기는 척 하다가, 재빨리 도망가듯 그곳을 후다닥 지나가.. 양반이든 아랫사람이든 모두 서로 도와 어물쩡 넘어가는 모습이 하도 우스워서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웃을 뻔 했다니까... 우리야 늘 하는 짓거리지만, 양반님들도 그 큰 나라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봐. 우리와 같이 그런 모습을 보이더라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하여튼 책문을 넘어 우리는 청나라로 한 발짝 들여놓게 되었어. 나는 어르신을 따라 술집에 갔다가 우리나라와 달리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주변의 모습에 좀 놀랐어. 어르신이 그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어. “이용이 있은 뒤에야 후생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이 될 것이다. 생활이 적적지 못하다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씀이냐고 여쭈었더니 “이놈아! 무엇이든지 잘 이용해서 니 가족이랑 니 몫을 잘 챙겨.. 그게 덕에 이르는 길이야. 허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여러 모습에 우리 어르신께서는 큰 감명을 받으신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로는 우리와는 달리 살아가는 모습이 체계적이고 실용적이며, 잘 짜여진 것 같았어. 특히, 어르신과 같이 본 벽돌로 쌓은 우물은 우리 것과 달리 덮개를 만들어 먼지가 들어가는 것도 막고 있었고, 우물 뚜껑 위엔 도르래를 설치하여 힘을 들이지 않고 물을 잘 길어 올릴 수 있게 해 놓았어. 우리 어르신은 그것을 유심히 한참을 보시고 나중에 무언가 기록을 하시는 것 같았지. 그리고 우리는 다시 움직였어.
6월 27일(갑술일)에 @@가
<편지 3> 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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