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포르노그라피의 발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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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8.24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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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의 발명' -린 헌트 외-
나에게 있어서 '포르노'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처 입에 올리기도 전에 밀려드는 혐오감으로 개념을 연상시키는 것조차 거부해야만 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두운 밀실에서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년들이 비밀스럽게 공유하며 유대감과 결속력을 키워나가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된다.
한국 사회에서 '포르노'라는 단어는 아직 점잖고 공개적인 자리에는 낄 수 없는 금지된 것 중의 하나로 치부된다. 특히 그 금기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성년보다는 미성년자에게 더욱 강압적으로 적용되어 성인 남성들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문화다. 물론 오늘날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틀을 깨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는 이 복잡한 사회에서 '금기'의 권위와 효력이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다수의 가치관이 통용되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보편적인 교육을 받아온 평범한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나로서는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에 박힌 '포르노그라피'라는 글자에 신경 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포르노'라는 단어 앞에서 벌어진 이 소심한 해프닝은 책의 내용이나 나의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금기가 내게 강요한 결과이다.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어온 사회적 금기. 포르노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것과 그에 대한 타의적인 가치판단과 차단. 꽁꽁 묶어서 어두운 구석으로 밀어 넣고 접근 금지시킨 것. 내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이미 형성되어 머리 속으로 주입된 이 '금기'에 대한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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