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감 상실의 시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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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감 상실의 시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1. 서울, 그리고 1964년
서울, 1964년 겨울. 본 작품은 제목에서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6.25의 후유증을 안고 시작한 반쪽짜리 한국은 김승옥이 그려낸 1964년에 이르도록 계속 그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었다. 1964년은 불안정한 1960년대 시대의 정점이었다. 6.25와 이승만의 자유당정권을 거치면서 힘든 시절을 보내던 이들이 1960년 학생의거로 날아오르고자 했었다. 그러나 1961년 군사 쿠데타와 함께 1964년 박정희 정권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시대는 금방 꺾이고 말았다. 1964년 본격적으로 박정희의 집권이 시작되면서 한국은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그 당시 한국은 다방면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박정희의 개발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기능적 합리성을 지표로 사회를 변화시켜가던 것이다. 전체를 그렇게 움직이고자 한 탓에 비교적 개인에 대한 문제는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진행되는 도시화는 인구의 급격한 유입과 자본의 집중을 불러일으켰고, 서울은 점점 비대해져갔고, 그 속에서 개인은 점점 소외되어갔다.
도시화로 인해 분화된 계층은 제각각의 문화를 소비했다. 그래서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모두 빈곤한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의 그 계층과는 비교가 되면서 계층 분화를 더 가속화시켰다. 당장 하루 양식을 채우지 못하는 속에서 비틀즈가 유행하였고 자유부인이 회자되며 한강에는 밤중에도 놀이배가 떠다녔다. 주간지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배우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누리는 이들은 그냥 이것에서 그칠 뿐 도태되는 이들에게 무언가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하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을 풀어낸 것이 <서울, 1964년 겨울>이다. 작중에서 작가는 도시화로 인한 새로운 도시 유민층으로 김씨를, 유흥거리를 누릴 뿐 무언가 의미있는 방향따위를 제시하지는 않고 대학원생이라는 그럴싸한 허울을 뒤집어 쓴 안,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탈락되어 그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고립된 아내를 잃은 사내까지 세 인물을 통해 1964년 겨울 서울의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제목에서 언급된 ‘겨울’이라는 부분은 앞의 서울과 1964년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만물이 숨죽여 웅크리고 있는 느낌을 주는 겨울이라는 계절은 지금까지 설명한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개인의 고립이라는 문제를 더욱 더 도드라지게 한다. 지금부터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배경과 인물을 각각 이야기의 전개 순서에 따라 살펴보고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2. 작품 들여다보기
(1) ‘선술집-거리(불구경)-여관’의 공간 배경
김승옥은 196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로 ‘감수성의 혁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승옥은 하나의 수채화 그림을 연상 할 수 있을 만큼 상황 묘사가 뛰어나다. 본 작품 역시 작가가 직접 겪었던 서울 1964년 겨울의 거리가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서울, 1964년 겨울’은 고정된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배경이 변화하고 있다. ‘선술집-거리(불구경)-여관’으로 이어지는 공간 배경을 통해서 무엇이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오뎅과 구운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드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중략)
사실 이런 술집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든 사람이나 들어올 데지, 마시면서 곁에선 사람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을 만한 데는 되지 못하는 곳이다.
작가는 공간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묘사를 하고 있다. 도시의 공간적 배경과 겨울의 계절적 배경, 그리고 그것들이 자아내는 소외의 감정이 배경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격변의 시대의 거대도시 서울. ‘불꽃’이 있는 선술집은 차가운 바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승화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선술집은 ‘광장’은 되지 못한다. ‘광장’이 구성원 간의 인간적 연대를 통해 아젠다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면, 선술집은 인간적 교류와 연대가 결여된 공간이다. 타인과 함께 머물지만은 무슨 얘기를 주고 받을 만한 데는 되지 못하는, 함께 이면서도 혼자인 공간인 것이다. 여기서 도심의 고독함이 형상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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