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 데드 맨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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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Man Walking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다. 어떤 정확한 정답을 요구하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면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사형 제도를 폐지하자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에서 사형수 매튜에 대하여 미화하거나 애정을 보일만한 모습도 없다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어쩌면 그의 사형 집행을 정당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살인자 매튜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자신의 범죄 사실을 고백한다. 그의 범죄는 데이트 중인 남녀를 강간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또한 그는 백인 우월 주의자에다 재력도 없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도 가족들 이외에는 없다. 단지 사형수로부터 편지를 받은 힘없는 수녀 헬렌이 그를 도울 뿐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큰 기대나 열정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고뇌는 하고 있지만 그녀가 피해자 가족을 찾아갔을 때는 오히려 그들에게 밀려 그들의 말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살인자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여력도 없거니와 그의 사형 집행을 강력히 요구한다. 누가 그러한 요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 입장이 되어 보면 그 보다 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사형제도를 가지고 자신들의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가들의 잘못도 있지만 어찌되었든지 이 사람은 살인자가 아닌가? 살인자를 법대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게 보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 의식도 그렇다. 사형제도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형제도를 정당하게 보는 사람들은 더 많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 주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헬렌역할을 맡은 배우 수잔 사랜든은 “혹시 자신이 피살되면 범인을 처벌은 하되 사형은 시키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생명선언서에 서명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미국에서는 이 선언서에 서명한 사람들이 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형제도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선언서에 서명한 인물 중에는 수잔 사랜든와 같은 유명 배우 이외에 마틴 신, 전 뉴욕주지사 마리오 쿠오모, 기차에서 정신병자의 무차별사격에 목숨을 잃은 캐롤린 매카시 연방 하원의원 등 포함되어 있다. 이 운동의 주도자는 뉴욕의 카밀 다리엔조 수녀로서 그녀는 “강간범을 강간으로 처벌하지 않고, 강도범을 강도 행위로 처벌 않는데 살인범을 살인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평치 않다”고 말하면서 “증오와 앙갚음은 인간의 영혼을 망치게 하며 사형은 결코 사회악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이 영화에서 살인자의 마지막 유언에서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다리엔조 수녀는 1994년 선거에서 사형제도 지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공화당의 조지 파타키 현 주지사가 쿠모오 전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되자 이 생명 선언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선언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선고량 결정에 참고가 될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운동이 지극히 감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휴스톤에 본부를 둔 <만인을 위한 정의>라는 단체는 사형제도는 “살인범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확실히 못박아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서유럽 각국을 비롯하여 세계 100여 나라에서 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독극물 주사, 교수형, 총살형, 독가스실, 전기의자 등의 사형 방법에 의해 집행될 3,500여명의 사형수가 대기 중이다. 1976년에 연방대법원이 사형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한 이후에 총 490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 중 약 75%는 90년대에 들어서 형이 집행되었다. 그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사람들 중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이 집행된 경우가 있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져 물의를 빚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 현재 미국인의 70% 이상은 사형제도에 찬성하고 있고, 최근의 생명 경시 범죄 양상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더욱 더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생명선언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쪽에서도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실천하는 삶들이라 할 수 있으니 누가 옳은지는 스스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국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피해자 가족들과 같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사형을 선도 받은 자에게 사형만은 시키지 말라고 서명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본인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김민호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93년 말부터 이른바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중심으로 사형폐지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존폐논쟁은 만만치 않다. 양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첫째로 재판의 오판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둘째로 범죄 예방적 효과도 입증된 바 없으며, 셋째로 인도주의 및 문화주의의 세계적 추세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보장된 절대적 인권으로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없으므로 이는 위헌성이 있으며, 국가가 국민에게 살인행위를 금지하면서 국가에 의한 살인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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