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문 입학사정관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 차원의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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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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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 차원의 노력 필요
요즘 교육계에서는 제가 싼 똥을 남더러 치우라는 어이없는 행태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남의 똥 치우는 일이 그들의 ‘자녀 인재로 키워서 성공한 사람 만들기’ 과정의 하나로 추가 되었다. 세상에 이런 더러운 경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그 똥 덩어리가 더럽다고 발로 치우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MB정권에 들어서 크게 싸놓은 입학사정관제도라는 거대한 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럽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대입 준비를 위한 효과적인 교육 방식 찾기의 책임이 학교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차원으로 아주 뻔뻔하게 옮겨지고 있는 지금,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공교육의 영역에서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똥을 누가 치우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치울 능력이 되는 가정과 안 되는 가정 간의 불평등까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할 수 밖에 없는 웃지 못 할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아직 도입 시기에 있는 입시 제도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형이다 보니 공식적인 소개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워 각종 사설 기관과 유명 인사의 제도 설명회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 교육 관련한 매체에서는 만화로까지 제작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를 돕고 있다. 주된 내용은 어린 시절부터 관심 분야를 찾아 그 길을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 나가면 그것에 대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입학사정관제도의 요체이고 그 자체로 지금까지의 수능시험 준비에만 치우쳐 있던 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제법 그럴 듯 한 취지를 가지고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각종 홍보물과 설명회에서 제도 시행과 관련해 염두에 두고 있는 대상이 학생과 학부모로 한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그들 유년기의 상당 시간을 학교에서 공부하며 보내게 되는데 말이다.
위 같은 현상은 두 가지 문제를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제도 변화에 따르는 책임을 정부 차원에서 지지 않고 개인의 차원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까지 걸쳐 이루어지는 교육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도에 관련한 각종 홍보물과 설명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뀐 입시 제도를 ‘네’가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해야 성공적인 대입이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따르지 않으면서 제도 자체를 비난하지는 말라는 이야기뿐이다. 대입이 우리 ‘공교육 과정’의 하나이자 결정체라는 전제가 사라진 것이다. 변화한 제도에 따른 부담을 공교육의 영역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개인의 차원으로 내려와 버렸다. 덩치가 맡았다면 조금 수월했을 지도 모를 책임이 작은 개개인에게 맡겨짐으로써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개인과 그렇지 못한 개인 간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 목적 중 하나로 공교육 정상화가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말하는 ‘공교육 정상화’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대로라면 어떤 식으로든 비정상화가 가속될 것임이 틀림없다. 공교육에서 맡아 주지 않은 대입의 부담이 개인에게 내려온 이상 개인이 방법을 찾아 가는 과정이 곧 사교육 열풍이 되어 불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에 따르는 문제점은 공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학생과 학부모가 가질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공교육 밖에 없다. 학교는 아직도 수능시험 준비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점차 확대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입시에 대한 부담만 가중 시키는 것이고 보다 궁극적인 대책으로 공교육의 혁신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공교육 혁신의 일환으로 현재 진행되는 제도 중에 ‘혁신학교’가 있다. 이는 현 입시 경쟁 위주의 공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인데 특목고화에 대한 우려와 실제 집행에 따른 예산과 관리의 부담으로 시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이 혁신학교를 입학사정관제도라는 새로운 입시 제도와 맥락을 같이 해서 본다면 어렵지만 꼭 거쳐야 하는 개혁의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대입 제도를 입학사정관 전형 100%로 만들겠다고 엄포한 지금으로서는 공교육을 개혁하는 것만이 입학사정관제도가 학생들과 우리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공교육의 혁신과 입학사정관제도의 확대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이 두 혁신 제도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우리 교육 제도의 본질적인 불평등 문제까지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아직 한참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그것이 야기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하기에는 충분한 시기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지우려 했던 제도 수용의 부담을 이제 공교육이 되찾고 주도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값비싼 사교육 없이도 입학사정관제도에 걸맞은 ‘참교육’이 공평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입학사정관제도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 성공적인 교육 제도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자기가 싼 똥을 자기가 치우는 것만으로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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