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을 향한 식민지 지식인의 갈등 아시아의 고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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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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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을 향한 식민지 지식인의 갈등
- 『아시아의 고아』를 읽고 -
<글을 시작하며>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고 이를 통해 그 현실을 비판한다. 또는 특정 독자층을 향해 새로운 대안을 찾으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아시아의 고아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타이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현실은 꽤나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시모노세키 조약 이후 일본은 타이완을 점령한다. 일본은 통치방법으로 일본 본토와는 다른 식민지법을 적용했었다. 하지만 곧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일본과 같은 법을 사용하여 문화적으로 완벽한 식민지의 일본화를 꾀하려고 했다. 그 후 타이완 총독부는 황민화 정책에 의한 동화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중국어 신문을 금지하고 일본어 사용과 창씨개명을 강요했다. 또 육군과 해군의 지원병 제도를 도입하여 전쟁터에 타이완의 주민들을 내보냈다. 또한 일본은 철도나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하고 교육제도를 정비했다.
이러한 것들이 표면적으로는 타이완의 발전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에도 드러나 있듯이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이 타이완을 식민지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렇게 타이완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더 큰 현장감을 느낄 것이고 새로운 깨달음이 있다. 이 작품은 타이밍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사회 내부와 외부로 드러나는 모순을 폭로한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타이완의 지식인들이 식민지 현실에 어떻게 저항하고 혹은 적응해 나아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 저항과 협력의 관점, 동화와 차별의 관점, 자유와 평등이라는 관점을 거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저항과 협력에 대해서>
권력과 사상 및 양심의 자유, 체제와 개인의 갈등은 지식인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타이밍은 당시 타이완에서 지식인에 속한다. 타이밍은 어렸을 적 한학을 중요시했던 할아버지 덕분에 서원에 다닌다. 하지만 시대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국가는 아이들에게 공학교로 입학하라고 끊임없이 재촉을 한다. 서당이 점차 설 곳을 잃게 되자 타이밍도 공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공학교는 일본인이 만든 학교로서 신교육을 담당했다. 타이밍은 한학보다는 신문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한의사가 치료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질병을 양의사가 주사 한방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고 호감을 갖는다. 그래서 변발도 자신이 원해서 단발을 하고야 만다.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타이밍은 타이완 주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공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국어학교 교사로 떠날 때 마을 사람들은 그를 추켜세웠다. 이는 옛날의 수재에 필적하는 대단한 영예라고 생각했다. 그가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도 경찰이 된다, 군수가 된다, 경부가 된다 하며 기쁨에 겨워서 축하를 하고 존경심을 내비친다. 이렇듯 타이밍은 신학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피지배층의 지배계급과는 달랐다. 조국을 좀 더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청년이었고 열정을 가진 패기 있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에게는 말 못할 고민들이 많았다. 실제 일본인에 비하면 타이밍은 한낱 천민에 불과했다. 그가 타이완에서 교편을 잡은 시절 히사코를 사랑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점차 분명해진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 는 타이밍의 질문에 히사코는 당신은 나와 다르다면서 거절한다. 어떤 일을 하던지 어떤 사랑을 하던지 일본인과 대만인은 민족이 다르므로 계급부터 다르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타이밍은 큰 실망과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대만인은 영원히 일본인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대만인은 일본인과 평등한 관계를 누릴 수 없는 것인가 에 대해 갈등하는 것이다.
식민지 하에서 일본인들은 그를 단지 대만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했기 때문에 심지어는 자신이 국적을 숨겨야 하는 일까지 생긴다. 처음에는 그는 전혀 자신의 국적을 속이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 도쿄에 도착했을 때 도쿄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그는 하숙집 일본인들의 친절함에 또 한번 감동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친구가 그에게 우리는 타이완인이라고 하지 말고 일본의 지방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고 타이밍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그 친구에게 실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마음이 든다. 그 사건은 ‘중국 유일 동학회’의 모임에서 불거진다. 그는 그 강연회에서 자신이 타이완인임을 밝혔는데 ‘건설 신중국’, ‘타도 군벌’을 지지하는 중국 학생들은 그를 스파이로 내몰며 적대시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현실이 자신의 이상과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누군가가 그를 밀고해서 감옥에 잡혀가게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여기에서 타이완 인이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박해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해진다.
이렇게 소설은 타이밍의 심리적 내면 상황에 대해서 전개해 나간다. 식민지 현실에 대해서 저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타이완의 주민들이 기대하는 바에 맞추어서 성공해야 하는지 갈등의 기로에 서있기도 한다. 타이밍은 격렬하게 저항하지도 않고 일본인처럼 행세해서 성공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방관자적인 위치에서 저항, 협력을 외면한 채 어느 분위기에도 휩쓸려가지 않도록 중용의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소설의 전체적인 배경에서처럼 전쟁이라는 운명이 그를 잔인한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동화와 차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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