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정래의 태백산맥 을 읽고 태백산맥 서식 태백산맥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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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太白山脈(태백산맥)을 읽고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감독 강우석)에서 인찬(설경구)은 빨갱이 아버지 때문에 자기 인생이 깡패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살인등으로 마침내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으나 북파 간첩을 조건으로 풀려난다. 인찬이가 실미도에서 그 모진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곧, 아버지를 빨갱이로 만든 김일성의 모가지를 따오겠다는 각오에서 비롯되었다.
조정래의 ‘太白山脈’에서 입산 빨치산 행동대였던 염상진의 아들 광조와 딸 덕순이, 하대치의 두 아들 길남이와 종남이 그리고 김복동. 김종연. 서인출의 자식들이 애국조회 때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게 된다.
“前略, 북괴 공산도배들은 우리의 원수고 적입니다. 우리의 씩씩한 국군용사들과 우리의 우방인 미군 용사들이 그 놈들을 물리친 것입니다. 이번 겨울을 산 속에서 넘기지 못하고 이제 빨치산 악질들은 용감무쌍한 국군 아저씨들의 손에 한 사람도 남김없이 죽게 될 것입니다. 後略” 빨갱이 아버지를 둔 이 죄 없는 어린 것들은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어떻게 받아들었을까?
60년대 이후, 우리의 자본주의 발달사는 좌파 이론의 오류와 산업자본주의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 결과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한국 자본주의는 대규모의 중산층을 형성하면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룬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세계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좌파 이론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착취가 없는 자본 축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갈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착취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본가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무산계급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근대사에서 말해주듯 일제 치욕에서 연합군의 힘으로 겨우 독립되자 6.25를 거쳐 남북이 분단되기까지 60년대 이전의 눈으로는 좌익이니 우익이니 선악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배부른 생각이었다. 하루 한 끼는 고사하고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든 세상에 빨갱이면 어떻고 흰둥이면 어떻다는 것인가?
비록 허구로 짜여진 이야기가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조정래는 ‘太白山脈’을 통해 우리의 참혹한 생활 단면을 부분적으로나마 잘 묘사했다고 생각된다. 한 때는 이적 표현물로 검찰의 감시망이 작가를 옥죄게 한 과거도 있었다지만...
그러나, 최근 모일간지에 함북 최대도시라는 청진에서 해진 옷에 발가락이 드러날 정도로 낡은 신발을 신고 청진역 광장을 기어가며 울부짖고 있는 ‘꽃제비’(부량소년) 모습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 아래는 청진 신암 시장에서 음식 쓰레기를 챙겨 자루에 담고 있는 노파의 일그러진 사진도 있었고, 김일성 초상이 걸린 청진의 한 관공서 앞 화단 풀밭에 남루한 차림의 주민들이 쓰러져 잠든 모습이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궁핍한 상황이 어찌 청진 뿐이겠는가?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아사 상태의 북한 동포들이 실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하는 현실이 그저 가슴을 아리게 한다.
太白山脈에서 입산 빨치산으로 목숨을 다한 염상진, 하대치, 정하섭, 안창민, 강동식 형제, 오판돌, 이해룡, 이학송, 이태식, 조원제, 천점바구 등을 비롯한 이지숙, 김미선, 김혜자, 외서댁 등의 인물들도 그 당시는 값진 죽음이라 믿었겠지만, 지금까지 생존했더라면 과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찌 재단할 것인가,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등장 인물을 자세히 소개한다고 하겠지만, 어떤 독자는 태백산맥에 소개되는 캐릭터가 무려 273명이라고 한다. 작가는 하대치와 외서댁을 통해 공산주의의 우월성을 표현코자 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근원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다.
빨갱이들의 이론이 그 당시의 굶주림에 찌든 서민들에겐 합당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보릿고개를 넘긴 독자라면 누구나가 쉽게 이해하리라 믿는다. 날씨가 점차 추워지는 오늘날에도 대도시의 지하도를 찾는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리의 현실도 자랑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이는 임진왜란이 노예쟁탈전쟁이었다고 말한다. 조선시대까지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아들은 대를 물려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딸부터 가진 자에게 팔 수밖에 없었고, 다음은 부인이고 최후는 자신을 팔아야 했던 우리네 잔혹사를 지워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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