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용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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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용화에 대하여
‘제주도 영어 공용화론’이 한때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때가 기억난다. 우리나라 국내 언어 정책에 있어서 영어 공용화론은 그 중심에 있고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체 공용어란 무슨 뜻이고 영어 공용화론은 어떤 이야기인가? 1998년, 소설가 복거일씨의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라는 책으로 인해 영어공용어화의 찬반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져 여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998년은 IMF의 여파로 인해 경제구조에 관한 진단이 활발한 시기였다. 그러한 시기에 소설가 복거일은 국제어로서의 영어를 강조하면서 보다 빠른 세계화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발판으로 영어의 공용화 채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영어공용화라는 문제를 두고 찬반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둘 사이에는 몇 가지 양상이 보인다.
첫째, 한국어를 버리는 전제로 영어를 공용화하는 여부에서 오는 민족주의와 세계주의의 대립이다. 두 번째 는 평등과 계급대립의 문제이다. 공용화를 통해 온 국민이 영어를 잘하게 될것이라는 평등주의에 선 찬성론자들과 공용화를 하게 되도 영어수준별 격차는 존재하게 되고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대립이다. 세 번째는 통역과 번역에 대한 유무용의 갈등이다. 즉 온 국민이 영어에 통달하자는 주장과 영어 전문가들을 양성해 이를 보완하자는 주장의 대립인데, 찬성자들은 통역이나 번역으로는 영어의 뜻을 완전히 전달할 수 없으며 공용화를 실시할 경우 실시간 정보 획득의 이점을 역설한다. 또한 잘못된 번역을 방지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온 국민이 영어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게 만들어 통역과 번역을 없애고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온 국민이 영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통역과 번역의 효율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전문 인력을 양성해서 필요한 사람은 이들을 이용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찬성과 반대 중에 나의 주관적인 생각 또한 반대론에 주지를 두고 있다. 그러나 나와는 반대로 복거일 씨는 영어공용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가 주장하는 몇 가지 의견이 있는데, 영어공용화에 대해 반대론을 펴고 있는 나는 당연히 반박할 수 밖 에 없다. 그는 대부분의 민족어는 얼마 안 되어 ‘박물관 언어’가 될 것이고, 모국어와 외국어는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기엔 한계가 존재하며, 모국어를 쉽게 바꿀 수도 있다 하였다. 그리고 그는 영어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손해가 클 뿐만 아니라, 통역과 번역에도 한계가 있어서 영어를 단계적으로 공용화하고 모국어할 수 밖 에 없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은 모국어를 바꾸자는 전제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 강자와 약자가 맞섰을 때 약자가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말하는 복거일씨의 주장은, 노예의 안정된 삶을 살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 원리에 따라 외국어를 공부한다면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돈과 정력을 쏟아 붓고 있는 영어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창조적이고 폭넓은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음을 주장한다. 한편 거기서 절약되는 돈과 힘으로 다른 학생들을 질 높은 교육을 시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영어 전문가론이 타당하다는 데에는 동조한다. 실제로 영어가 국제어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말 복거일의 논리대로 영어를 공용어화하고 이어서 모국어로 해야 할 것인가? 영어가 계속 국제어의 기능을 한다고는 단언 할 수 없다. 복거일씨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시대적인 국제어 변화에 따라 모국어를 계속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영어 공용화론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첫째, 영어 공용어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필수적이다. 공용어화가 가능할 정도의 사회에서는 공용어화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논의의 본질은 영어가 국제어인 현실에서 우리의 낙후된 영어 교육환경을 개혁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문제가 심각한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와도 직결된다. 또한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엔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사회가 영어의 중요성을 너무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영어 교육을 받을 기회는 평등해야 하겠지만 과연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진정한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닌 다원화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표준이 있다고 하여 모든 것을 표준에 맞추는 것도 어불성설일 것이다. 섣부른 동조가 아닌 영어 공용화론의 대한 진지한 토의와 영어 교육에 대한 질적 상승 및 우리말 사랑이 진정한 세계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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