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전파의 교량 탈라스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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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전파의 교량, 탈라스 전투
제지술의 전파
크리스토퍼 베크위즈 등 서구 연구자들은 종이 만드는 기술이 탈라스 전투에서 패배한 당군 포로에 의해서 서구로 전파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버나드 루이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즉, 루이스의 주장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했던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 하룬 알-라쉬드가 정부 문서에 파피루스 대신에 종이 사용을 명령했다. 그가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종이에 기록하면 그것을 흔적 없이 지우거나 고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한편, 이 무렵(794년) 바그다드에는 제지 공장이 세워졌다.
탈라스 전투보다 앞서, 이슬람 제국의 호라산 총독 아부 무슬림은 지하드 이븐 살리히가 지휘하는 아랍군과 당군이 조우했던 아트라흐 싸움에서 중국의 제지공이 아랍으로 잡혀와 제지술을 서방세계에 전했다고 밝힌바가 있다. 아트라흐든 타라스든 간에 고선지 휘하의 병사에 의해 제지술이 서방으로 전파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탈라스 전투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제지술은 실크로드를 따라 사마르칸트와 바그다드를 거쳐 다마스쿠스까지 전파되었다. 8세기 중엽부터 바그다드에서 동서의 문헌들이 대량으로 번역될 수 있었던 것은, 이때 중국의 제지술을 비롯해 인쇄술이 전래되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제지술과 인쇄술의 놀라운 결합은 서양에서 구텐베르크를 통해 실현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포도 압착기를 개조해 만든 인쇄기로 최초의 인쇄물을 찍어냈다. 그것은 지렛대를 써서 나무로 된 나사를 돌려, 검게 채색된 금속판을 종이 위에 내리누르는 방식이었다.
이때(1456년) 나온 최초의 인쇄물 안에는 42줄의 성서 문구가 찍혀 있었다. 이로부터 성서가 민간에 대량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서양문명의 핵심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기독교가 빠른 속도로 전파 되는 데 일조했다. 종교 외에도 사상·정치·과학·문화 등 모든 면에서 양적·질적인 도약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고선지의 탈라스 전투 패배는 서양 문물의 발전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화약제조술의 전파
이때 폭약과 같은 화약이 서방으로 전래되었다는 주장은 아니다.
사실 당에서 화약이 전쟁무기로 사용된 때는 탈라스 전투보다 40년이 지난 후이기 때문이다. 흥원 원년(784년) 11월 계묘의 일이었다.
이희열이 유흡의 장군이 되어, 전일 고구려인 이정기의 아들 이납의 부하였던 구언소가 사수하는 송주(지금의 상구)를 공격할 때 화약을 이용한 화공법을 썻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부터 화약이 전쟁에 사용되었는가를 짐작케 해주는 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화약이 서구에 전래된 시기를 탈라스 전투가 끝난 시점에다 맞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떠한 경로로 화약이 서방에 전래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자료가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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