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과 진보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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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조봉암과 진보당 사건
1.조봉암 (曺奉岩/1898~1959)
독립운동가정치가. 본관 창녕(昌寧). 호 죽산(竹山). 인천 강화(江華) 출생. 강화에서 보통학교와 농업학교를 졸업, 군청에서 일하다가 상경하여 YMCA 중학부에서 1년간 수학한 후 1919년 31운동에 참가하여 1년 동안 복역하였다.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1년간 정치학을 공부하고 비밀결사 흑도회(黑濤會)에 참여하여 사회주의사상에 입각한 독립쟁취를 목표로 항일운동을 하다가 귀국하였다. 25년 조선공산당 조직에 참여하고, 고려공산청년회의 간부가 되었다. 그 해 공산청년회 대표로 중국 상하이[上海]를 거쳐 소련의 모스크바로 가서 코민테른 총회에 참석하고, 모스크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東方勞力者共産大學)에서 2년간 수학하고 귀국하였다. 그 후 노농총연맹조선총동맹(勞農總聯盟朝鮮總同盟)을 조직하여 문화부책(文化部責)으로 활약하다가 상하이에 가서 코민테른 원동부(遠東部) 조선대표에 임명되고, ML당을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일본경찰에 검거되어 신의주형무소에서 7년간 복역하였다. 출옥 후 인천에서 지하운동을 하다가 다시 검거되었으나 815광복으로 출감, 인천에서 치안유지회건국준비위원회노동조합실업자대책위원회 등을 조직하고, 조선공산당 중앙간부 겸 인천지구 민전의장(民戰議長)에 취임하였다. 46년 박헌영(朴憲永)에게 충고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공산당을 탈당하여 우익진영으로 급선회하였다. 48년 제헌의원초대 농림부장관이 되면서 활동무대를 국회로 옮긴다.
2. 진보당의 결성과 그 성격
1956년 11월 10일 조봉암, 윤길중, 김달호, 박기출 등이 중심이 되어 진보당이 결성되었다. 결성배경은 1954년 사사오입 파동 때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개헌파동 때 60여 명의 야당의원들이 호헌동지회가 구성되었고 이들은 범야 세력을 규합하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였다. 여기서 조봉암의 배제를 주장했던 민주당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바로 진보당이다.
진보당의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진보당 당수인 조봉암을 비롯한 지도부의 사상적 배경을 알아보자. 조봉암은 일제 시대에 공산당 활동을 하다가 1946년 여러 활동을 통해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반공노선으로 사상을 전환했다. 그의 반공주의자로서의 면모는 많이 볼 수 있다. 조봉암은 자신의 사상을 ‘진보주의’라 불렀다. 여기서의 진보란 역사의 발전에 순응하는 것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대 진영을 모두 거부하였던 것이다. 조봉암 이외의 진보당 간부를 보면 실질적으로 해방 이전에 공산당 활동을 한 사람은 조봉암을 제외하고 원우규가 있을 뿐이고, 그도 또한 해방이후에 반공으로 돌아섰다. 나머지 간부들에게서도 좌익적인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진보당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은 사회민주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민주적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변혁하여 복지국가를 건설할 것을 표방하였고 국민대중의 이익 실현을 표방했다. 강령을 보면 당의 성격을 더 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당은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진보적 근로 인텔리, 중소 상공업자, 양심적 종교인 등의 광범위한 근로 대중의 정치적 집결체이며, 국민 대중의 이익 실현을 위해서 투쟁한다.” 여기에서의 투쟁은 민주적인 방식의 투쟁이라고도 밝히고 있다. 또 진보당은 미국에 대해 아주 우호적이었다. 815 이후에 진주해 온 미군을 은인이라고 말하고 625를 국제 공산주의자에 의한 비법적으로 도발된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반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을 볼 때 진보당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사회민주주의 또는 민주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표방한 국민 대중의 정당으로 볼 수가 있다. 진보당이 주장한 정책들도 민주주의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진보당의 통일정책은 ‘평화통일’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통일 방식은 유엔 감시하의 남북통일총선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경제 정책으로는 계획적 경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볼셰비즘적 방식이나, 무계획무질서한 자유방임주의적인 방식을 모두 거부하고 “기간 산업과 중앙은행의 국유화, 완전고용과 직접세에 의한 소득의 재분배, 민간 산업의 계획적 보호육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획경제의 실시를 통해 복지국가로 나아 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진보당은 정부와 자유당의 북진통일정책과 반대되는 평화통일정책을 제시하여 통일을 민주주의 실현과 연관시켰으며 계획적 경제정책의 실시를 평등적, 사회적 민주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3. 진보당사건의 전모와 조봉암 사형의 진상
진보당사건은 제14대 국회의원선거를 몇 달 앞둔 1958년 1월12일, 간첩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다수의 진보당 간부들이 검거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1958년 2월 25일 진보당을 불법화시키고, 진보당에 정치자금을 대 주었다는 이유로 양명산을 간첩혐의로 체포하였다. 1958년 첫 언도 공판에서 조봉암, 양명산은 징역5년 나머지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일단의 청년들이 법원청사에 난입하여 당시 판사 유병진을 타도하라며 난동을 부리고, 양명산이 양심선언을 하자 59년에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조봉암이 간첩의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조봉암과 양명산에게는 사형이 간부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1959년 7월 31일 조봉암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러한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조봉암 제거 계획이 짙음을 알 수 있다. 조봉암을 사형으로 몰고 간 당시의 이데올로기를 알아보자. 6.25직후 한국정부는 반공이데올로기를 내세웠고 이런 이데올로기는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였다. 또 정적을 제거하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보수적 사상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진보당 사건은 보수주의와 혁신주의의 대립으로 설명된다.
다음은 조봉암과 이승만의 대립구조로 알 수 있다. 조봉암은 1952년 2월 부산 정치파동이 일어나기 전 국회에서 반 이승만 내각책임제 개헌안을 제출하면서 이승만과 대립한다. 그 후 제 2대 대통령선거에서 2위의 득표를 한 것은 이승만에게는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이러한 대결관계에서 조봉암은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승만과 민주당의 공격으로 입후보 등록조차 못한다. 1945년 11월 사사오입 개헌으로 태동한 신당 운동에 조봉암이 제외된 것도 이러한 대립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관계에서도 조봉암의 보수세력과의 제휴 노력은 계속되어 제3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여 단독 출마한다. 이 선거에서 조봉암은 강력한 경쟁자로 나타난다. 이러한 약진에 위기 의식을 느낀 보수세력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조봉암을 제거하게 된 것이다.
4. 역사적 의미
반공이데올로기의 경직성을 특징으로 하는 제1공화국 시대에 혁신적인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나타난 진보당의 운동은 한국정치사의 혁신계 운동에서 최대의 진보주의 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진보당 사건은 보수지배세력의 진보당 혁신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라는 이념적 차원과, 조봉암 개인에 대한 대중적 인기와 당세 확장이 보수집권세력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나타났던 것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난 것이다. 조봉암의 죽음과 진보당의 몰락은 195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이념적인 갈등 구조와 현실적인 갈등구조로 인해 나타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해방이후 분단을 반대했던 세력들이 625를 거치면서도 분출을 기다리며, 역사적인 정치세력의 지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참고문헌§
한국현대사이야기주머니, 한국정치연구회정치사분과, 녹두, 1994
20세기우리역사, 강만길, 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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