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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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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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모차르트가 흐르는 강
책 제목과 음악이 연관성이 있을까 의아했지만 이야기 세계 속에서 꼬인 갈등들을 모차르트의 음악이 현실적 갈등의 세계에 초월적인 그리고 추상적인 목소리를 가장 구체적으로 끌어들이고 삽입하는 틀이라고 하여 책을 읽으면서 음악의 흐름을 어린시절 뛰놀던 유등천에 비유하여 물 흐르듯 급변하는 장면과 지나간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읽고나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어 듣게 되었고, 모차르트에 대하여 연구하지 않고서는 책의 내용과 흐름을 파악하지 못할 것 같아 그의 생애와 곡에 대한 해설을 찾아보았더니 책의 흐름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1악장에서 3악장까지의 흐름과 똑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책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금세기 최대의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1968년 12월 10일에 서거하였는데, 이 글은 바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3일 전인 1968년 11월 17일에 독일-스위스 라디오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초대 손님을 위한 음악에 초청을 받아 모차르트의 음악과 자신의 생애와 사상과 신앙을 비교하며 인터뷰한 내용이다. 대담자는 슈말렌바하 여사이다. 이 글은 바르트의 사망 직후인 1969년에 발행된 “칼 바르트의 마지막 증언”(Letzte Zeugnisse) 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는 바르트가 사망하기 4개월 전부터의 글과 인터뷰만 실려 있다. 바르트는 모차르트의 열렬한 신봉자답게 생애의 마지막 인터뷰를 모차르트에 관한 것으로 장식하고 있고 슈말렌바하가 <모차르트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소박한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은, 당신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언제나 좋은 날씨와 사나운 날씨, 밤과 낮으로 아름답게 질서가 잡힌 세계로 인도된다는 것이며, 20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용기와(교만이 아님) 템포와(지나친 빠르기가 아님) 순수함과(무미건조한 순수함이 아님) 자유를(방종한 자유가 아님)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귓전을 맴도는 당신과의 음악적 대화를 통하여 사람들은 젊게도 되고 늙게도 되며, 일도 하게 되고 휴식도 얻게 되며, 기쁨도 누리게 되고 슬픔도 맛보게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차르트의 음악의 세계에 이야기를 접목하여 “내재적” 음악세계가 “초월적”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부족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세상에서 흔한 가족간의 갈등으로 인한 불협화음 정도라고 책을 읽어 나갔지만 중반으로 접어들며 어머니의 장례식 전후에 펼쳐지는 복잡한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었고, 한편으로는 공감도 가는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 김 중과 그의 동생 김 석과의 관계를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었던 갈등이 실타래 풀리듯 풀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갈등이 해소된 이유를 찾는다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장례식을 통하여 일어났다는 것이다.
마음에는 늘 미안하다고 또는 고맙다고 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이 그들을 유등천의 깊게 패인 물웅덩이처럼 형제간의 사이를 갈라놓고 또한 어머니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까지 그리고 1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누이와 여동생에게까지 갈라놓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나에게도 있다. 5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과 2살 차이가 나는 누이와 같이 살았을 때는 몰랐는데 떨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오해의 일들이 생기고 또한 나에게 대한 불만이나 갈등의 요소를 누이나 남동생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다. 김 중의 동생인 김 석과 마찬가지로 동생은 형인 나에게 대한 안 좋은 추억과 또한 부모님으로부터의 비교를 통하여 내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그러한 중에도 형을 존경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미안하기도 하고 김 석에게 마구 대하였던 김 중과 마찬가지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장남이지만 동생보다 부모님을 잘 챙기지 못하고, 출가외인이라는 딸이 부모님께 잘해 드리는 것을 보면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열등의식을 소유하게 되고 그런 소리를 부모님을 통하여 듣게 되었을 때 김 중과 그의 아내 서 우림이 받았던 스트레스가 왠지 낯설지 않았고 그럼으로 인해 나 또한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멀리 느껴지게 된 나의 모습이 김 중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들은 어머니의 장례식이라는 것을 통하여 회복되는 단계를 거치게 되지만 나는 그러한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생에게 가지고 있었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과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그저 기죽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더 늦으면 고백할 시간이 없어질 것 같아 좋은 분위기에서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김 중의 가족이나 우리 집안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 먼저, 그들의 삶은 독립된 삶 가운데 언어의 장벽과 개인적 문화의 장벽이 가로 막고 있어 갈등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들로서 사랑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마음이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갈등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사고뭉치인 동생 김 석을 아버지의 사랑을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천둥벌거숭이, 절대 부적격자라고 단정하고, 또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할 만큼 자신과 비교되는 형에 대한 콤프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넘어 보려는 노력들이 무의식 세계에서 형제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형제는 미호종개가 되돌아온 유등천의 하천처럼 그 옛날의 모습으로 회복되듯 얽혔던 갈등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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