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대운하까지-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자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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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대운하까지-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자연관
Ⅰ. 사람이 사람처럼 살기 위하여
사람은 누구나 더 잘 살고 싶어 한다. 현재 우리는 공동체 사회였던 과거에 반해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주의, 경쟁, 다툼, 이런 사회의 변화 때문에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지낼 때가 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현대 과학 기술 문명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인정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이 사람처럼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억지로가 아니라 “저절로 그러하고”, 또한 남에게 기대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그러면서도 “함께하는” 자연을 생각하고, 그러한 자연의 모습을 닮아 가려는 삶을 실천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의 삶이란 지리적인 공간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라고 하는 문화 공간에 적응하는 새로운 방식의 삶의 패턴을 말한다. 자연의 흐름대로 저절로 살고 스스로 사는 삶, 그리고 우리의 자연과 함께 또한 남과 함께 두고두고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실천의 지식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적게 쓰면 된다. 둘째로, 이왕 썼으면 그 쓴 것을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자연을 죽어 있는 물질로만 보는 기존의 입장이 아니라 자연을 살아 있는 유기체의 하나로 바라보는 인간의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환경문제는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학과 서로가 공존하는 협동적 문화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Ⅱ. 인간소외와 시장논리
현대문화의 특징 중의 하나는 누구나 주체가 되어야 할 개인의 개성과 그 표현 방식의 다양성이다. 획일화된 전체 속에서 자기 자신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개인주의의 양상은 조심해서 보아야 할 점이 많다. 대중매체를 통해 혹은 인터넷 문화를 통해 오히려 첨예화된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공동체 의식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로 오해되고 있다. 고립화된 개체만이 남게 되어 우리 개개인이 상업주의의 희생물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벽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성벽에 갇혀진 나는 이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비방하고 공격한다. 그래서 함께 사는 모습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렇게 함께 사는 공동체의 끈이 모조리 끊어진 채, 그런 관계의 끈이 없어진 나는 생존에 대한 강박감과 때문에 남을 헐뜯거나, 남이 안 볼 때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무임승차를 하거나,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자아 상실 혹은 편집광에 가까운 오만함에 빠질 수 있다.
자연파괴형 개발 논리와 긴 안목의 경계를 무시하고 명목적인 단기 발전 논리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가차원의 경제위기가 혹시 10년 주기로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있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생각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제 관리 능력은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외국자본 의존적이기도 지만, 경제 관리 주체가 주인의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의 근본원인은 위기를 낳은 사회적 요인과 그에 연관한 오염된 의식을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 전반에 깔린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을 무시하고 오늘의 경제위기를 단순히 전략적인 경제정책이나 구멍 난 곳을 임시로 틀어막는 식으로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의 경제 난국을 푸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은 가시적인 경제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소비 형태를 왜곡시킨 시장 경쟁 논리를 반성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Ⅲ. 국가권력의 도구로 전략한 환경문제
국제적 사례에서 보듯, 환경문제는 총체적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 이해 없이 개인의 환경 구호만을 강조하면 지하철과 공원과 길거리는 깨끗해질지라도 기업의 일회용 포장지와 화학제품 사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쓰레기 분류가 잘되긴 하지만 사회의식이 결여되어있다면, 지금의 검측기로 측정하기 어려운 다이옥신은 소각로 굴뚝에서 더 많이 나올 것이며, 원자력 에너지가 청청에너지라는 정부의 홍보가 승리하여 여기저기 핵발전소가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님비 현상을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라고 계속 몰아붙이면서 행정 편의주의로 가거나 기업가의 손을 들어줄 것이 뻔하다. 폐기물 이동 금지 협약은 유명무실해져서 국가 간 기술이전과 경제원조라는 명목 아래 힘의 논리와 경제 논리가 우선한 특정 폐기물의 보이지 않는 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
1990년대 소비에트 붕괴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시장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무역의 조류는 이미 다자간 협상 체계에서 양자 간 FTA로 바뀌면서 시장 단일화와 시장경제 기준을 몇몇 힘 있는 선진국에 맞출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논리와 전제 논리 사이의 괴리는 경쟁과 이기주의, 양육강식과 물질 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권력 문화의 소산이다.
Ⅳ. 자연을 생명을 이해하는 마음
요즘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개인주의와 전 지구적인 환경파괴 현상은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하나이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서로 헐뜯고 남에게서 고립시키고 분리시킨 결과이다. 지구 전체를 하나의 단위 공간으로 보아야한다.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놓기 위해 환경의 이해는 국가 정치사회문제, 철학과 종교 모든 것을 유기체적인 관계 속에서 봐야한다. 그리고 실천적 행위가 따라야한다. 실천 없는 이론의 나열이나 멋있는 구호는 환경을 빙자한 또 하나의 환경 신화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실천 가운데 우리가 ‘같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 시대, 내 지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류와 먼 후대의 자손들을 위하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이제 가까운 데만 볼 것이 아니라 지구 넘어 멀리 있는 사람들과 후손을 위한 먼 시간까지 보아야만 하는 것은 인류의 첫째 의무다.
Ⅴ. 인간의 욕망과 녹색문화
인간의 욕망은 자연의 질서와 상반되기 때문에 이러한 엄연한 사실에 대해 모르거나 일부러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과연 인간의 욕망을 자기만의 이기적 욕망으로만 국한해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학적 고찰이 필요하다. 자연은 원래부터 그냥 그렇게 있었다. 인간이 개입되고 나서야 환경문제가 나온 것이다. 녹색문화는 자연과학적인 관점도 중요하지만 철학적 인간학에 대한 모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발제문은 『철학, 문화를 읽다』,동녘(2009) 을 토대로 수정 재구성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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