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날개를 읽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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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는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한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공부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읽고 정말로 특이한,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소설이다 라고 생각했고 해석하기도 난해했다. 이 작가는 이름도 이상한데 쓴 작품도 독특하게 느껴졌다. 독특한 소재, 줄거리, 그리고 드물지 않은 소설에서의 시점과 내용전개는 나한테 신선하게 다가왔다. 알고 보니 ‘이상’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고, 본명은 ‘김해경’이었다. 그의 일생은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하얀 옷과 백구두를 신으며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폐결핵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것과, 기생 금홍과 다방을 운영하다, 모두 망하여 그가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날개>에 반영된다. 이상의 이상하고 해석하기 난해한 작품들은 최근 들어 더욱 조명 받고 있고, 그의 일생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 접했던 이상의 <날개>가 기억에 오래남아, 그 배경을 찾아보았다.
이상 <날개>에서 나는 아내와 단둘이 사는 젊은 남자로 경제력 없고 외출이란 하지 않고, 무력하게 사는 남자이다. 나는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기도 하면서 논다. 그런데 아내에게 손님이 올 때는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잔다.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주는데 나는 돈을 쓸 줄 몰라 그 돈을 모아 놓고 그 돈을 아내에게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잠을 자게 된다. 어느 날 나는 밖에 나갔다가 비를 맞아 앓아 눕게 되었다. 그 후로 아내는 나에게 약이라며 흰 알약을 먹인다. 나는 그 약이 아스피린인줄 알았으나 수면제인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그러다가 수면제를 6알이나 먹고 자다 깨어나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의 매음 행위를 보게 되고 아내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그 자리를 뛰쳐나와 미스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 26년간의 과거를 생각한다. 이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이건 개략적인 <날개>의 줄거리이다. 고등학교 때랑 지금에 이르러 <날개>를 읽었을 때 느낌과 감회가 달랐다. 고등학교 때는 이해를 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시험을 위해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교과서적인 지식만 주입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충 내용을 내 마음데로나마 해석할 수 있었다.
이상 <날개>에 나오는 ‘나’는 이상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을 주입하고 반영한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시에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성찰하고,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자신의 내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과 같다. 이상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금홍과 다방을 운영하였지만 파산하고 만다. 경제력이 없어 사랑하는 여자가 매춘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은 <날개>에서 무능력한 지식인이 자신의 아내가 매춘을 통해 사는 것을 지켜보며 사는 것과 같다. 정말로 비참한 일이다. 일제치하에, 무능력한 지식인이 아내가 매춘행위를 통해 버는 돈으로 생활하는 것에 기생하여 살며 아내의 매춘에 개입하지 못하고 방관하며 살고, 목숨이 위협이 갈 수도 있을 정도의 수면제를 남편에게 먹이는 아내의 모습 등은 이해불가이다. 경제력이란 없고, 아내의 매춘행위에 말도 못하고 오히려 폭행당하는 남편의 모습은 한국의 가부장제 하의 남편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뒤바뀐 것이다.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남편과 아내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생활도 남편이 아내에게 돈을 지불하여 하고, 아내가 수면제를 감기약으로 속여 정기적으로 먹여 남편의 건강을 위협한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결국, 아내의 매춘행위를 목격한 ‘나’는 환멸감을 느끼고 경성역(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 미스꼬시 백화점의 옥상에 올라가 많은 생각을 한다. 갑자기 ‘날개’야 돋아라 하며 날고 싶다고 하는 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는데, 무능력하고 경제력이라곤 없는 일제 치하의 지식인이 환멸감과 자괴감을 느끼며 자기의식에 깨달음을 느껴, ‘날개’가 돋길 바라는 것은 자기의식에 눈 뜬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무력감과 자아에 대한 박제에 대해 탈출의 욕망이고 아내라는 구속성과 거짓됨에 맞설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자아의 회복이고 자의식의 확인으로 느껴진다.
그가 자의식의 발견을 한 미스꼬시 백화점의 옥상이 주요한 작품의 배경으로 느껴져, 그 곳을 찾아봤다. 이는 1930년 쯤에 미스꼬시 백화점의 경성 분점으로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이다. 전통과 신용을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의 총본산이자 우리나라 근대 유통업 발전사의 상징이기도 한 본점 건물은 1930년 일본의 미스꼬시 백화점의 경성지점으로 개점되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후 해방과 6.25를 거쳐 한국인의 손에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되다가 1963년에 삼성그룹이 인수한 후 고객공모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으로 의해 개명하였다.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자 신세계의 전통을 이끌어나가는 본점은 서울의 중심인 충무로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난 70 여년간 국내 백화점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한다. 본 배경인 미스꼬시 백화점이 존재하지 않아 가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신세계 백화점이라도 가보았다.
신세계 구점과 신점이 함께 있다.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고 싶었지만 옥상에 올라갈 수 없었다.
주인공 ‘나’가 옥상에 올라가 날개가 돋길 바라며 느끼는 것을 나도 직접 옥상에 올라가 느끼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었다.
미스꼬시 백화점이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인 것은 이 과제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신세계 백화점을 몇 번 가보았지만, 구점과 신점에 대해 별 생각을 안했었는데, <날개>의 배경이 된 곳이었다고 생각하니 뭔가 새로웠다.
미스꼬시 백화점,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날개>의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는 미스꼬시 옥상에 올라가서 날개가 돋길 바라며 자아회복 의지를 다졌다. 일제치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능력한 지식인인 ‘나’는 극단적인 모습이지만, 일제치하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수능공부를 할 때까지 수많은 일제치하의 상황을 보여주는 소설과 시를 접해왔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쓴 작가들은 그런 힘든 시기를 겪으며 살아간 분들이다. 나를 비롯하여 오늘날의 우리들은 그저 수능점수를 위해 그러한 작품을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주입식으로 외웠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진 않고 작가의 심정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항상 티비나 책이나 영화에서 어떠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조명이 되어야 난리가 나고 관심이 이목된다. 일제치하에 오히려 문단 활동이 더욱 활발했던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 투철하게 항일운동을 벌였든,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여 문단을 그만두었건, 그들의 노고를 하나하나 조명하여 인정해 주어야 한다. 문인들의 인생을 그리고 그들의 작품 활동을 하나하나 매체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이상은 불우한 환경에서 불우한 삶을 살았다. 폐결핵이 더욱 진전되어 사망에 이른 것은 일제 치하의 현실 때문이다. 자아를 반영하는 <날개>에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엔 존재하지 않는 미스꼬시 백화점(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내가 옥상에 서있음을 상상하며 그 뿐만 아니라 깜깜한 현실에 좌절하여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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