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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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왜 조지 오웰은 <1984> 라는 제목으로 명명했을까. 그가 책을 쓸 당시 1984년이라는 연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하다. 오웰은 이 정도 시기에 책 내용과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는 추측이나 계산을 했으려나. 실제 1984년의 상황은 <1984> 와는 다르다. 유사한 점이라면 냉전 체제가 지속 중이었고, 서방 국가들이 소비에트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을 비난하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거 불참하자 답례로(?) 1984년 미국 LA 올림픽에 공산주의 국가들이 참가를 거부하며 따로 놀기 상황이었다는 정도.
<1984>에서 묘사한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 전체주의 국가들의 대립구도와 딱히 들어맞진 않지만, 소비에트와 휘하의 공산주의 국가의 통치자들이 빅 브라더처럼 각국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일극지배체제와 흡사하다. 비밀경찰과 끝없는 사상교육, 지도자 신격화, 밀고 행위의 일상화 등.
하지만 1984년을 복기(復棋)해보면 빅 브라더의 존재감과 파워는 점점 약해지는 전환기였다. 이후 소비에트는 브레즈네프 사후 등장했던 안드로포프나 체르넨코는 병으로 단명했고, 그 뒤를 이은 고르바초프는 차라리 리틀 브라더의 원조라고 칭하는 게 적합한 서생형 타입에 가까웠다. 개혁과 개방을 내세웠던 고르바초프 선언은 소비에트 철권통치가 막바지임을 드러낸 고해성사였고, 이후의 역사는 다들 알다시피 소비에트의 붕괴였다.
그렇다면 역사 점괘가 틀린 오웰에게 벌점을 부과해야 하나? 아니다. 그의 혜안은 연도 예측이 아니라 개인을 획일화시키고 통제사회를 만들려는 권력과 계급의 초역사적인 속성을 갈파한 통찰력이다. 시공을 초월해 항상 인류가 직면했던, 인간 자유의지를 어떻게 지키고 실현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과 함께 말이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위 문구는 오세아니아 당의 구호다. 일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순된 단어들의 조합이건만 이 구호에 똬리 튼 의미에 온 몸 감각이 섬뜩하게 전율했다. 작금 현실과 진배없는, 조지 오웰의 선견지명을 농축한 문구다.
2001년 9월, 미국 뉴욕에 있는 WTC 건물이 민간비행기로 ‘공격’당했다. 미국은 보복으로 2002년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일으켰고, ‘테러와의 전쟁’ 이라는 명분으로 2003년에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다. 그들은 ‘예방전쟁’ 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협 가능성을 미디어를 통해 극대화시켰다. ‘위협을 예방하는 전쟁’이라? 이상하다, 전쟁 자체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걸로 아는데. 미국인들은 이 말 자체에 담긴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아니, 못했다). 평화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전쟁을 위한 평화라는 가상개념이 너무 매혹적이었나.
그들이 얻을 자유와 평화는 맹목적인 예속에서 탄생한다. 정부와 미디어가 이끄는 방향으로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가는 것이 자유와 평화를 보장한다고 믿는다. 이런 아이러니가 통하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남긴 상처, 그 광기와 증오가 얼마나 크고 후대를 갈라놓는지 고민하지 않기에 게임하듯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게 무지하기에 강력한 폭력을 구사할 수 있고, 그래서 힘을 얻는 근원이 된다.
Hidden brothers
<1984>에서 빅 브라더는 끝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한명이라는 것만 알지 실제 그를 본 사람도, 그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아는 이가 없다. 빅 브라더의 존재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죽었어도 오세아니아는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한에서 김일성이 죽었어도 그 망령이 ‘유훈’ 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그만의 주체사상, 멋들어진 이론이다. 허나 ‘주체적인’ 인민이 있기는 한 건가. 김정일이 왕초로 갈아탔지만 인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체제가 만든 가공의 이미지일 뿐이다.
2002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보자.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1984년>에 비유하며 통제사회를 우려했다. 기술 문명 발달이 분명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통제의 도구로 남용되고 있다. 이미 현 시대도 <1984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뇌와 기술로 빅 브라더라는 가상존재를 양산 중이다. 앞으로 도래할 감시망은 빅 브라더 같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잠복하는 히든 브라더스(Hidden brothers)라는 데 베팅하련다. 통제기법과 기술은 더욱 교묘해지고 사람들을 자극시키지 않으면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1984>에서는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구가 대표적인 감시도구였고 당이 시민들을 직접 통제하는 주된 방법이었다. CC-TV를 연상시키는 장면이고 통제의 형태는 ‘정부 vs 개인’ 에서 ‘개인 vs 개인’ 구도로 옮아가고 있다. 파파라치 포상제를 보라.
인간의 자유의지를 좌우하는 건 이데올로기? No! 오웰은 자유의지의 발현은 지배구조의 격파에 있다고 암시한다. 무산계급은 절대로 사회변혁을 일으키지 못하고 오직 지배층과 중간계층 간에 계급변동이 생길 뿐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배층과 중간계층 간의 순위(?) 변화는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산계급은 그러한 순위 싸움에서 이용만 당하고 다시 무산계급으로 버려진다. 이러한 과정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지 오웰이 설명한 계급간의 구조와 역학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 책으로부터 오늘날 해결해야할 문제의 많은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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