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을 저예산 단편영화로 전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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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7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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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대녕이 최근에 내놓은 단편소설제목이다. 이 소설은 2005년 윤성희선배님이 수상한 ‘현대문학상수상집’에서 볼 수 있으며, 역대수상작가 최근작에 포함돼 있다.
나는 윤대녕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만은 다르다. 소설의 기원은 어쩔 수 없이 ‘재미’ 라고 믿고 있는 나는 개성 있는 분위기와 독특한 대사가 지배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그 재미를 느꼈다. 문장 중간중간마다 적절한 문학성을 장치해둔 채 묘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작가의 매력에 속수무책이었다. 주인공의 입장을 추체험할 수 있는, 작가 지망생으로써 정말 보배로운 책읽기였음이 틀림없다. 이야기 속 두 남자의 대화를 기반으로
회상전개가 이루어진다면 아주 재미있는 단편영화가 될 듯싶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몽롱하고 낯설다. 아주 아주 신비롭다.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낯선소재’...
한 가장이 있다. 그는 걷는 걸 좋아하며 걷는 것의 대부분은 충동으로 이루어진다. 아! 걸어야겠다 싶으면 배낭가방을 맨 뒤 오이와 물을 챙겨 무작정 걷는다. 새벽이든...밤이든...걷고 싶으면 걷는 것이다. 아내에게는 짤막한 메모만을 남겨둘 뿐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걷기에 앞서 춘천에 사는 첫사랑에게 편지를 보낸 뒤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하는 그의 앞에 웬 젊은 사내가 나타나면서부터다. 사내는 주인공에게 ‘잠시 시간을 팔라’ 고 부탁한다. 시간을 팔라... 판타지 소설인가 싶었지만 이야기는 배경은 지극히 현실이다.
[그가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은 북쪽으로 약 한 시간쯤 걸어갔을 때였다. 맞은편으로 어두침침한 여관 골목이 보였고 사내는 방금 거기서 걸어 나온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눈두덩이 거뭇거뭇한 핼쑥한 몰골에 은테 안경을 끼고 봄옷인지 여름옷인지 구별하기 힘든 감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저어, 하고 그가 머뭇거리며 내 앞을 비스듬히 가로막았다. 순간 나는 그가 혹시 도에 대해 관심 있습니까? 라고 물어올 거라 짐작했고 ‘아뇨’ 라고 대답했다.]
[어느 새 쫒아왔는지 사내가 기어이 내 옆에 따라붙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실례지만 잠깐만 저한테 시간을 내줄 수 없을까요?”]
-소설의 첫 부분
주인공은 사내를 침묵으로 거부하고 저항한다. 그러나 사내는 끈질기다. 사내는 자신이 대학 강사라고 신분을 밝히고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승된 가격을 제시한 뒤 주인공의 시간을 산다. 주인공은 그의 급하고도 진실성 있는 접근에 말 잘하는 ‘영업직’임에도 불구하고 혹했음에 스스로 실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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