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0_철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10 가지고 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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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항상 나오는 장면이 어떠한 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의사는 그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었으며 깨어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의 뽀뽀를 받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울면서 손을 잡으면 손가락 끝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깨어난다. 앞에서도 전제했지만 이것은 드라마다. 현실세계에서도 깨어날 수는 있지만 위와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현실세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안락사 문제가 발생한다. 안락사 문제는 의식을 되찾기 힘든 환자의 생명을 놓고 이루어지는 논쟁이다. 안락사와 같이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차원적인 도덕적 갈등문제도 있지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천가지의 사소한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한 갈등을 하다보면 무심코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내가 내린 이 도덕적 결정이 옳은 것일까? 어떠한 관점을 기준으로 특정 행위를 도덕적이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덕철학은 이러한 도덕적 갈등상황에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의 도덕적 결정을 돕는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것들에 아웃라인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는, 우리가 겪는 도덕적 갈등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윤리학’을 다룬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겪는 도덕적 갈등의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 도와주는 것이 윤리학이라면 그 윤리 이론들을 이론화한 메타 윤리학에 대해 다룬다.
첫 번째로 윤리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윤리를 의무에 기초해서 논하는 의무론이다. 다른 하나는 결과를 예측해서 행위를 제시하는 결과주의이다. 의무에 기초한 이론은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따라야하는 절대적으로 옳은 생각으로서 윤리를 파악한다. 이런 의무론에 기초한 윤리에는 기독교 윤리학과 칸트 윤리학이 있다.
기독교 윤리학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절대적 의무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절대적 의무 간에 충돌이 있을 때는 무엇을 우선해야할지 해결하지 못한다. 그리고 오로지 신의 의지에만 기초한 윤리이론들은 위험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다. 히틀러의 학살, 우리나라의 제주 양민학살 등은 형태가 확실하지 않고 정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국가라는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이루어낸 참사였다. 신이라는 존재 역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는 아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의 의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십자군 전쟁, 마녀 사냥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다음으로 에우티프론의 딜레마가 있다. 이것은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신이 명령한 것인지 신이 명령하기 때문에 선한 것인지 하는 딜레마이다.
도덕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신이 명령한다면 도덕은 신에게서 독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은 도덕의 근원이 되지 못한다. 신이 명령하기 때문에 행동이 선한 것이라면 신은 원칙적으로 살인을 도덕적 찬양대상으로 선언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신은 선하기 때문에 살인을 도덕적 찬양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이 ‘선하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것을 말한다면(선한 행동들을 통해 도덕적으로 선해진다) 신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선하기 때문에 하라고 명령한 것들을 행하면서 스스로 선해지는, 즉 ‘신은 스스로를 승인한다’ 가 되어버린다.
그 다음으로 볼 것은 칸트 윤리학이다.
칸트의 관점에서 도덕적 행위는 의무감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칸트는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을 만들고자 했다. 칸트는 행동의 결과보다 동기를 중요시한다. 결과는 항상 통제 가능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감에 따라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가 그 결과로 가만히 있었으면 살 수 있었던 아이가 죽었어도 그것은 도덕적 행위이다.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칸트의 도덕적 행위의 유일한 동기는 의무감이다. 동정심이나 경향성에 기인한 행위는 도덕적인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감정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길거리에 있는 거지가 ‘불쌍해서’ 돈을 주었다면 그것은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칸트는 도덕이 모든 의식적 인간들에게 가능한 것이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의지에, 특히 우리의 의무감에 기초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칸트는 준칙이란 행위의 기초가 되는 일반 원리라고 말한다. 칸트의 정언적 명령은 “당신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는 그런 준칙에 따라서만 행위 하라.” 이다. 즉 어떤 행위가 도덕적이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윤리가 보편화 가능해야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으며 그러한 행위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얹혀 살아라 라는 행위를 모든 사람이 한다고 하면 더 이상 얹혀 살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들은 도덕적이지 않다. 그리고 칸트의 또 다른 정언적 명령은 “다른 사람들을 그들 자신의 목적으로 대하라, 결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본주의적인 칸트의 사상이다.
하지만 칸트의 사상은 이러한 절대적 의무들이 서로 부딪혔을 때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몇몇 엉뚱한 행위들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 선의의 바보들은 칸트에 따라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면죄부를 받는다. 또한 의무감만을 중시하고 동정심과 측은함 등의 감정을 도덕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많은 행위의 동기가 되는 중심 요소들을 무시하게 된다.
결과에 기초해서 행위를 판단하는 결과주의에는 공리주의와 소극적 공리주의 그리고 규칙 공리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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