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계발을 위한 문학과 예술 신경숙 작가의 풍금이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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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27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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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서울에서 스포츠 댄스를 하고 있던 화자가 불륜 상대인 ‘당신’과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결정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려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가 쓴 편지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식은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진솔한 감정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는 작품의 화자가 내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읽었는데, 이러한 상상은 화자의 심리상태와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풍금이 있던 자리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화자는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죄책감을 씻어내듯이 손을 닦아내고, 자신이 일곱 살 때 자기 집으로 찾아온 ‘그 여자’를 회상한다. ‘머리에 땀이 밴 수건을 쓴 여자’ ‘제사상에 오를 홍어 껍질을 억척스럽게 벗기고 있는 여자’만 봐 왔던 나에게 그 여자는 늦봄볕을 거느린 듯 화사하게 느껴졌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화자는 그런 그 여자가 부러웠고 그 여자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났다.
이러한 동경의 마음은 그 여자와 나의 감정의 동질화로 표출되는데, 그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숱한 마음고생 끝에 느끼는 비애감과, 화자가 다른 남자와의 불륜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이 동질화 되어 화자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만들어 내었다.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말줄임표는 화자의 이러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심리상태가 반영 된 것이다.
심리상태의 유사성 외에도, 과거의 그 여자와 현재의 나는 여러 가지 상징적 장치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여자를 화자로 대치시킨다면, 아버지는 ‘당신’, 어머니와 점촌댁, 에어로빅 반의 중년부인은 ‘당신’의 아내로 생각 할 수 있다. 이것은 화자와 그 여자와의 유사성이 강조되어, 화자가 자신의 현재 상황과 비슷한 그 여자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
작품을 읽어 갈수록 화자가 자신의 심리상태에 지배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는 심지어, 이 작품이 불륜 상대인 ‘그’에게 쓰는 편지라기보다는, 자신이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쓰는 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 화자는 작품의 말미에 가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었다는 말은, 내면적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음을 의미하는데, 화자는 이러한 갈등의 해소를 ‘그’와의 도피를 단념하면서 이루어낸다. ‘불륜’이라는 것은 둘만을 생각한다면, 사랑이라는 면죄부하에 모든 것이 허락 될 수 있는 것이겠지만, 화자가 지금 가지려고 하는 그 자리는 어머니를 아프게 했던, 에어로빅 반의 중년부인을 통곡하게 했던, 점촌댁으로 하여금 아픈 몸으로 울며 줄넘기를 하게 했던 그 자리이기에, 화자는 결국 그것을 포기하게된다. 이것은 화자가 중년부인과 점촌댁을 언급하면서 ‘제가...... 바로, 그 여자들 아닌 가요?’하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
그‘와 함께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 화자는, 그와의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약기운처럼 남아있는 그의 대한 미련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의 집에 전화하게 되고, 그의 딸을 통해 그 역시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은 어느 정도 안정된 화자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함과 동시에, ’그‘와의 영원한 이별을 고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우리 사회에서 불륜이라고 말해지는 금지된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만약 별다른 감정 없이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룬 남녀 중 한 사람이 결혼 이후에, 자신에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어 그 관계를 지속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어떠한 항변도 불가능한 비도덕적인 행위인 불륜으로 치부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사랑 보다는 환경과 조건이라는 객관적 잣대에 의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의식을 치루는 남녀를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많이 봐왔고, 이로 인해 쉽게 이별을 통보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는 결혼의 본질은 환경과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의 본질은 의심 할 여지없이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 없이 결혼을 하는 사람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나온 감정이 말살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감정이 포화상태 일 때 이루어져야 결혼을 마치 계약에 의해 이익을 분배하는 사업처럼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불륜이라고 치부하고 말았던 수많은 관계 속에는 새롭게 평가 받아야 할 것들이 상당히 존재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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