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춘향전 내가 본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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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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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춘향이
-春香의 화끈한 사랑論
(그녀는 멋졌다.)
Ⅰ. 어린 내가 본, 동화 속 춘향(春香)이
어릴 때에 나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는 백설공주라고 생각했고, 우리 나라에서 제일 이쁜 여자는 춘향이라고 생각했다. 13년 전, 반 지하 단칸방이었던 우리 집에 읽을 책이라곤 동화책 한 질이 전부였다. 그 때 그 동화책들은 지금은 다 내다버렸는지 없지만, 그때는 그것이 유일한 장난감이었다. 나에게 동화책은 이야기 그림책일 뿐 아니라 색칠공부를 위한 그림공책으로 변하기도 하고 소꼽 놀이를 할 때는 집을 만드는 벽돌이 되어주기도 했다. 춘향전도 그런 동화책들 가운데 하나였고, 한복을 곱게 입은 춘향이가 비록 드레스 입은 백설공주보다는 이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춘향이가 제일 이쁜 여자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내가 어릴적에 이쁘게 그린다고 그린 그림들이 모두 가슴이 깊게 패이고 어깨에 뽕 들어간 드레스를 입은 서양여자였던 것은 백설공주가 제일 이쁘다고 생각했던 내 머리가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그때의 미의 기준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또 시대가 변할 터이니 내가 한참 늙은 후에는 어린아이들이 이쁜 여자를 그릴 때 한복 입은 동양여자가 그려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린 나이에는 동화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다 실제 일어난 일인 줄만 알지 그것이 설화니 허구니 하는 것들은 어찌 알 수 있으랴. 나도 그랬다. 백설공주도 있었던 사람이고 춘향이도 있었던 사람인 줄 알았다. 막연한 권선징악. 동화책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못된 짓을 하면 변사또처럼 심술궂게 생겨진다고 생각했다. 동화책에서는 으레 변사또가 도깨비처럼 눈도 째지고 심술보가 그렁그렁하니 배불뚝이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마음씨 곱고 공부열심히하며 부모님께 효도하는 춘향이는 오죽하랴. 볼도 불그스럼한 것이 눈도 땡그랗고 얼굴이 새초롬한게 너무나도 이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하여 마음씨를 곱게 가지면 춘향이처럼 이뻐지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이도령을 기다린 착한 춘향이는 행복해지고 변싸또는 못 된 짓을 해서 벌을 받는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시각적인 자극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Ⅱ. 소녀가 본, 정절녀 춘향(春香)이
중고등학교 때 배운 춘향전은 다른 것이었다. 고전에 대해서 배우고 설화에 대해 배운 후에 춘향전은 허구라는 사실도 단지 이야기 뿐 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좀더 지나서 중학교 때보다는 고등학교 때 춘향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개념적이고 고정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난제를 넘기 위한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답으로서 춘향전을 받아들이고 익혔기 때문이겠다. 그 이론적인 것으로 하나 예를 들어본다면 설화의 측면에서 근원을 밝혀 배웠던 기억 중 하나가 다음의 이야기이다.
가장 유력하다고 하는 관탈 민녀형의 열녀 설화, 이는 나라의 관리가 민간의 여자를 탐하여 유린하려 들지만 여인은 끝내 정조를 지킨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춘향전의 근원설화로 가장 널리 알려진 도미의 처에 관한 이야기도 관탈 민녀형의 열녀 설화의 시초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삼국사기 열전 부분에 실려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도미는 한성 백제 인근에 사는 평민이었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즉 도미의 아내, 도미부인이다. 나라 안에 아름답고 진실한 여인으로 소문이 자자하자, 이 이야기를 들은 개로왕이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절이 최고이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도미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은 도미를 붙잡아 둔 상태에서 신하로 하여금 왕명이라며 도미부인을 탐하게 한다. 이에 도미부인은 자신의 여종을 보냄으로써 개로왕과 동침하게 하여 눈앞의 위험을 이겨내기는 하나, 속았음을 안 개로왕은 도미의 두 눈알을 빼고 작은 배에 띄어 보냈다.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던 도미부인은 궁을 탈출하여, 강가에 나와 배를 타고 천성도에 다다랐다가 도미를 만나 고구려 땅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김부식, 이재호 옮김, 삼국사기 열전8 (솔출판사, 1997), pp. 471-472.
이런 근원설화가 열전에 실려있듯이 춘향전의 탄생 배경은 이렇듯 만인의 모범을 보이고자 지어낸 이야기 였으리라. 평민에게 다가가기에 쉬운 말로서 약간의 노골적인 표현도 삼가지 않는 춘향전이야말로 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재미로 읽혀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뭇 여인들에게 자신이 본받고자 하는 여인상으로서 춘향이가 선택되는데 용이했을 것이다. 기생의 딸로 태어나 사또의 자제와 사랑을 나누고 후에는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양반집의 부인이 되었는데 이 얼마나 부러움을 살만한 사건인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춘향전이 지금까지 전해 온 것도 춘향전을 통해 서민들이 경험한 카타르시스가 이 소설을 끊임없이 구전되게 하도록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내가 그 당시의 처녀라 하더라도 막연하게나마 나도 춘향이처럼 곱게 살다보면 저런 날이 오지 않으란 법이 없으리라 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생소하게 들렸던 것은 신원설화를 춘향전의 근원설화로 본다는 입장인데, 가장 생소하면서도 가장 당위성이 있는 주장 같았다. 한을 품고 죽은 원혼의 원을 풀어 주는 이야기로서, 남원 살았던 추녀 춘향이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지어 퍼뜨렸다는 것이 가장 그럴 듯 하게 들렸다. 다른 것은 춘향전의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를 통해 관탈 민녀형의 설화니 애정설화니 하는 것을 추측한 것인데 반해 신원설화는 그 이야기 내면으로 들어가 유추해야 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더 그럴 듯 해 보였던 것이다. 내 상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실이었다.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얼마나 못생겼으면 죽어서도 그것이 한으로 남았을까. 나를 멀쩡한 모습으로 낳아준 부모님께 더 없는 고마운 마음이 솟았다.
그렇게 춘향전에 근원설화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역시나 춘향이는 실존했던 인물 이라기 보다는 그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춘향전은 설화에서 판소리로 그리고 소설로 정착되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영화로까지 만들어 졌다. 그리하여 임경택 감독의 영화「춘향뎐」은 볼만한 영화로 꼽히고 있다. ‘남여상열지사’. 춘향전이 그렇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춘향뎐」또한 노골적인 정사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앞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춘향전이 서민들에게 쉬운 이야기 거리로서 여러 측면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리하여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지금껏 전해져 우리 나라의 대표 고전으로 손꼽히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 당시의 사회와는 너무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나도 춘향전이라는 고전은 결코 다른 고전들과는 다르게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 소설에 나타나는 사랑주제와 더불어 그 인물형이 독자에게 상당한 흥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Ⅲ. 20살 내가 본, 화끈한 여인 춘향(春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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