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둠의 저편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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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アフタダクAFTERDARK) 감상문
자랑은 아니지만 <상실의 시대>부터 <1Q84>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한 권도 접해본 적이 없다. 처음 접해본 것이 수업 교재의 <무라카미 라디오>로, 그의 수필 작품집이다. 수필을 읽으면서 그의 글에 대한 느낌은 참 대단하고 놀라우면서도 쉽게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글에 큰 감흥은 느낄 수 없었다. 그의 수필은 신기하리만치 하나의 소재로 깊은 사색에 잠겨있었는데, 그것은 너무 깊은 사색인 나머지 공감을 끌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글을 읽을 수 밖에 없는 과제가 생겼다. 먼저 인터넷으로 그의 책 중 한 권을 고르려 했지만 넘쳐나는 정보의 파도 속에 휩쓸려 더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무작정 서점에 가기로 했다. 자주 가는 서점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나열되어 있는 선반이 있다. 그 앞에 앉아 한참을 이 책 저 책 들여다보던 중에 눈에 띈 것이 <어둠의 저편>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이 책 뒤 표지에 있는 책의 평, 소개 글 등이다. 이번에도 나는 책 등을 보았고, 거기엔 문학평론가나 소설가인 사람들의 책의 감상을 짤막하게 옮겨놓은 것이 있었다. 그걸 보고 가장 먼저 받은 책에 대한 인상은 차가움과 어두움이었다. <어둠의 저편>이라는 제목대로 ‘밤’에 일어난 사건을 적어놓았을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했다. 본래 로맨스 소설을 즐겨보지 않는 나는 우선 그것의 장르가 로맨스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책을 펼쳤다. 책의 목차는 새로웠다. 오후- 오전- 하는 타이틀로 시간의 흐름이 한 눈에 보였다. 그것은 0시 거의 직전부터 오전 7시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었다. 그 새로움에 이끌려 나는 덜컥 책의 값을 지불하고 서점에서 나왔다.
<어둠의 저편>, 제목에 어울리는 배경인 밤이 되어서야 나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끌어안은 괴상한 자세로 앉아 책을 열었다. 낮에 커피를 마신 탓에 잠이 오지 않기도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잠들 거라는 나 자신의 예상을 깨고 나는 책의 반 이상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수필을 읽을 때 역시, 비록 그의 글을 정확히 공감하고 이해하긴 힘들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둠의 저편>은 그 흥미로움에 호기심까지 더해져 나를 끌어당겼다. 글의 시점 역시 특이했다. 화자는 말하고 있는 자신 뿐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나’까지 화자로 포함시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을 ‘우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책 속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어느 정도 선을 그은 채 더욱 깊은 내면까진 파고들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고 전하는 ‘우리’의 말투, 즉 문체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듯 단조롭고 딱딱하다. 그런 ‘우리’가 가장 먼저 보고 있는 것은 시간이 늦은 어느 도시이다. 그 도시를 위에서 바라보며 밤의 한 면을 생각하다가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그곳엔 마리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데 모습을 보아하니 귀가할 것 같진 않다. 무심히 책을 읽고 있는 그녀에게 막 패밀리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한 남자가 다가선다. 그는 마리를 유심히 보다가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그는 웃고, 마리는 여전히 무심하다. 그것이 그-다카하시-와 마리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이 만남에서 마리는 다카하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다카하시는 마리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마리의 언니 에리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에리의 대한 기억이 지적 호기심에 의한 것이었다면 마리에 대한 기억은 호감에 의한 것이었으리라.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본다. 시점은 여전히 ‘우리’이고 ‘우리’는 에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마리와 닮지 않은 자매로 매우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가진 에리는 잡지 표지모델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녀는 잠에 들어있다. 자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에리를 보고 있는데 플러그가 뽑혀있는 에리의 방 텔레비전이 미묘하게 불빛을 낸다. 텅 빈 방의 의자에 얼굴 없는 남자가 무엇을 계속 응시하며 앉아있다.
‘우리’는 마리가 다카하시와 헤어지고 나서 커다란 여자에게 부탁 받는 모습을 본다. 마리는 여자-카오루-를 따라 일어서고 여자가 일하는 러브호텔 ‘알파빌’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리는 열아홉살의 중국인 매춘부 여자를 도와준다. 갑작스레 생리가 왔다는 이유로 상대 남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피투성인 매춘부다. ‘우리’는, 답례를 하겠다며 마리에게 음료를 대접하는 카오루와 마리를 보다가 에리의 방으로 시선을 옮긴다. 여전히 방에는 에리가 아름답게 잠들어 있고 얼굴 없는 남자가 조금 더 가깝게 보인다. 프로 레슬러였다는 카오루와 등교거부 끝에 중국인 학교를 다녔다는 마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진다. 카오루는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한 남자를 찾아 잘 다루지도 못하는 기계를 만지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남자를 알아낸다. 종업원 고무기-본명-와 고오로기-본명을 버렸다는 그녀는 가명으로 이 이름을 쓰고 있다-, 그리고 카오루가 추측하기로 매춘부를 폭행한 남자는 회사에서 늦은 밤 시스템 만지는 것을 일로 삼고 있는 남자이다. 남자의 얼굴을 매춘부와 연결 된 마피아에게 넘긴다. 그리고 ‘우리’는 한 남자를 관찰한다. 카오루와 종업원들이 추측했던 것처럼 회사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남자, 즉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한 남자다. 그-시라카와-는 절대 매춘부를 폭행하지 않을 법한 얼굴로 반듯하게 일을 하고 있다. 부인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부탁을 듣는다. 이어 ‘우리’는 밴드의 연습을 하다가 배를 채우러 편의점에 나온 다카하시를 보다가 에리의 방으로 시선을 옮기는데, 그녀의 방에 큰 변화가 있다. 자고 있는 에리가 그대로 텔레비전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자신이 있는 자리가 바뀌었다는 것도 모른 채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고 있는 그녀를 여전히 얼굴 없는 남자가 응시하고 있다.
다카하시가 -카오루가 마리에게 추천해 준-스카이락으로 들어가 마리를 찾는다. 밤을 지새기에 가장 힘들다는 3시에, 마리는 ‘의례적으로’ 다카하시가 법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듣고 무척 짧은 분량으로 그의 부모님 얘기를 듣는다. 파는 닭고기는 먹지 않고, 수은이 쌓인다는 참치도 먹지 않는 마리는 다카하시와 함께 있으면서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마리와 다카하시는 -많이 먹으면 수은이 쌓인다는-참치 샌드위치를 들고 공원으로 나온다. 공원에 사는 새끼 고양이에게 그 샌드위치를 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다카하시가 4월경에 에리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한다. 에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가 마리와 더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을 전한다. 그녀가 마리에게 콤플렉스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마리는 그 말에 의문을 느낀다. 다카하시는 마리의 자유분방하고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는 모습을 에리가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리는 자신이 자유로워 보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세상이 좁은 것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조금 전에 만난 중국인 매춘부의 이야기를 꺼낸다. 다카하시가 다시 에리에 대한 말은 한다. 그녀는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알파빌’ 같은 곳에 있고, 누군가로부터 까닭 없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보이지 않는 피를 흘리고 있다.”고. 그렇게 말해준 다카하시에게, 언니가 여러 날째 눈을 뜨려 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고 마리가 말한다. 다카하시가 꺼낸 말로, 어째서 에리가 잠자는 모습 그대로 텔레비전 안에 있는지 지레짐작 할 수 있다. 잠에 빠져버린 -어쩌면 도움을 청하고 있을-에리를 도와줄 수 있는 실마리를 다카하시가 제공한다.
그 사이 에리가 존재하는 텔레비전 안의 답답한 방에서 얼굴 없는 남자가 모습을 감추고 에리가 잠에서 깨어났다. 에리는 그곳이 자신의 공간이 아닌 것을 알고, 이어 그곳이 ‘현실’이라고 결론지어 공포감과 절망감에 휩싸인다. 에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잔뜩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그 시선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자유가 억압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그녀가 마리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다카하시의 추측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이제 그 방이 시라카와의 사무실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에리가 주운 시라카와가 사용하던 연필로 그 얼굴 없는 남자가 시라카와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시라카와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가면을 쓰고 항상 지켜보는 대중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매춘부에게 보여줬던 폭력은, 그는 언제나 폭력을 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것을 알려준다. 에리가 그곳을 현실이라고 느낀 것은, 누군가 자신을 여전히 지켜볼 수 있지 모르는 공간에서 무기력한 채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과 똑같기 때문이었으리라. 에리는 정신적 고통 속에서 다시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눕는다. 에리에게 있어서 ‘잠’을 자는 행위는 최소한의 무언의 저항이었고 도피처였던 것이다.
시라가와는 일을 모두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요가를 한 후 자신을 정리한다. 매춘부를 흠씬 때렸던 주먹에서 통증을 느낀다. 매춘부에게서 빼앗은 소지품과 옷가지들을 보며 자신이 왜 그랬는지를 생각한다. 그녀의 휴대전화를 제외한 소지품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택시를 탄다. 아내의 부탁대로 편의점에 들러 매춘부의 소지품을 버리고 -다카하시가 앞에서 도의에 어긋난다고 했던-저지방 우유와 덤으로 요구르트를 사다가 매춘부의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놓고 나온다. 택시로 돌아와 눈을 감고 택시 기사와 자신을 단절시키며 여전히 통증이 느껴지는 주먹으로 집으로 향한다. 빨간 신호등 앞에 선 택시 옆에 매춘부를 폭행한 남자-시라카와-를 찾는 마피아의 오토바이도 서있다.
알파빌을 다시 찾은 마리는 고오로기와 대화를 나눈다. 고오로기가 어째서 본명을 버리고 러브호텔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듣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마리가 언니의 이야기를 꺼낸다. 백설공주였던 에리는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된다. 고오로기는 ‘누군가의 키스’가 에리를 깨울 수 있지 않을까 장난스레 넌지시 말한다. 느린 대화 속에서 고오로기는 마리에게 에리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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