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를 재분석하며 - 인간, 그 내면적 모습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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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마 부시코를 재분석하며...
- 인간, 그 내면적 모습의 실체
요즘 뉴스를 보면 심심치 않게 인명사고 소식을 접 할 수 있다. 이럴 때면 시나리오처럼 경찰대교수 혹은 범죄 프로파일러, 혹은 심리 분석가들이 등장하곤 한다. 이들은 범죄자 혹은 사건의 진위 등에 있어 사람의 심리 상태, 상황 조건 등을 고려하여 사건을 분석한다. 해석을 들어보면 특정한 상황 속 혹은 당사자의 어린 시절에 대한 맥락의 영향이 사건의 발단에 크게 작용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인간이란 바깥세상과는 접촉 없이 살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예로 예전에 보았던 「아메리칸 크라임」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미국에서 발생했던 실화로 경제적 어려움 탓에 부모가 다른 가정으로 자매를 입양하게 되었고 그 중 언니가 그 집안의 위탁모와 친구들에 의해 폭행당하고 감금당하다 못해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줄거리이다. 여기로 놀라운 점은 폭행을 가했던 주변의 친구들이 처음에는 폭행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붓어머니의 강압적인 가정교육과 훈계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명령에 이기지 못해 한두 번의 폭행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한 죄 없는 한소녀의 생명까지 앗아간 것이다. 이러한 집단속의 인간, 같은 집단 임에도 여러 형태의 인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게 느껴졌다.
본 영화를 재분석함에 앞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보며 본격적으로 「나라야마 부시코」에 들어서기로 했다.
영화가 몇 십년 전 작품이며 장르의 특성상 할리우드 영화나 대중영화로서의 흥미를 발견하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숨겨진 내면의 모습과 겉으로 드러난 외면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교수님의 설명으로 뛰어난 영화라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는 느낄 수 조금씩 느낄 수 있었고 크랭크업 되는 동시에 아 이런 것이구나 하는 명감을 받았다. 작품성으로도 수작으로 뽑힌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에 대해 간단한 조사하게 되었다. 83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작품이며, 이마무라 감독의 영화는 국내에서 우나기가 가장 먼저 개봉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 감독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삶에 대한 적나라한 세계를 직시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대자연이라는 세계 속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가의 영웅담이 아니라 한 명의 영웅을 떠받들어내기 위한 수많은 미약한 존재들이 당연시되는 이야기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 동물적인 성욕, 돼지로서의 사육성, 탐욕과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저열함 등을 보여주는 작가 세계는 옅은 색채감 속에 인간의 근원을 파고든다.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세계이지만, 한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치관이기도 한다.
수 백년전 일본 산촌의 원시적 생활상을 장면마다 그려낸 이 작품은 선악에 대한 가치판단 없이 수간에서 생매장까지 인간의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욕망과 욕구를 나타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향을 보면 이러한 모습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먼저 주인공인 오린은 두 아들을 두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부양 받거나 의지하려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자식들에 부담이 될까 밭일과 가사 일을 솔선수범한다.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효사상과 견주어 봤을 때는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인 것을 느끼게 한다. 첫째 아들 다츠헤이가 전통적 관습에 현실을 비탄해하며 어머니를 생각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한국사회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둘째 아들 리스케와 다츠헤이의 후처로 들어온 여자의 태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노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사회와는 이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둘째, 나라야마의 매장 풍습은 고려장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나라야마의 매장 풍습에도 개인마다 다른 성향을 볼 수 있다. 다츠헤이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 산을 되돌아가기까지 하지만 다츠헤이의 이웃집 친구는 노망이든 아버지를 매정하게 산에 버리고 온다.
관습과 관습에 맞선 개인이라는 큰 주제를 보면 고교시절 읽었던 니부어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연상케 한다. 전체 속의 개인은 자신의 주체성 보다는 집단이라는 영향력 아래 가리기 마련이다. 사회문제들은 대개 집단간의 이익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문제의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지지하기 보다는 두 입장을 적절하게 절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런데 절충을 위해서는 집단 간의 배려와 양보라는 도덕 교과서적이고 뻔한 해결책 외에는 딱히 무엇이라 할 만한 방법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 하지만 실제 사회는 우리의 도덕 교과서처럼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저에겐 언제나 고민이 생긴다. 이익갈등 속에서 어느 집단도 쉽사리 자신들의 입장을 물러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사회 전체의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라면 애시당초 사회문제가 나타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도덕성에만 의존하여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제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회제도를 통한 해결은 각각의 문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됩니다. 또 한 명의 개인의 능력으로는 이루어 내기 어렵다는 실천적인 측면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나치의 군병들이 자신의 도덕성을 지키려 했어도 결국은 명령과 복종이라는 이름하에 자신도 모르게 학살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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