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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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서
이 소설은 ‘동구’ 라는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70년대의 사회, 그리고 동구 가족의 생활상과 동구 주변인들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어리고 감수성도 예민하며 착한 아이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어긋난 가정 속에서 성장해가는 동구의 성장소설이다. 때론 타고난 애교와, 영리함을 가진 여동생 영주가 집안의 차가운 분위기를 녹여주긴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지독한 고부갈등과, 아버지의 폭력, 어린나이에도 글을 쓱쓱 읽는 동생에 비해 난독증이라는 장애까지 얻은 동구의 가정환경과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만은 않다. 글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박영은 선생님의 실종과 사랑하는 동생 영주의 죽음 어머니의 정신병원 입원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게도 작가는 어리디 어린 동구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주었다. 글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후에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과 함께, 착잡하고 아쉬운 마음을 안겨준 책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수교육학개론의 수업의 과제인 만큼, 동구의 ‘난독증’ 이라는 장애와, 박영은 선생님과 그 장애를 치료해나가는 과정에 저절로 관심을 두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전개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동구와, 박영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등장할 때에는, 어두침침한 지하 단칸방에 한줄기 빛이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박영은 선생님 앞에서의 동구는 어리고 순수한 ‘진짜’ 동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동구 앞에서의 박영은 선생님 또한 ‘진짜’ 선생님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둘의 모습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몰래 기분이 좋아지고, 마치 내가 동구가 된 것 마냥 박영은 선생님이 등장 할 때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어졌다. 글을 읽으면서 어린 동구가 왜 이런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지 안타깝게 여겼는데, 박영은 선생님을 만난 것만큼은 동구에게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소설이지만, 박영은 선생님은 내가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되었다. 만약 동구가 박영은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도 해 보았다. 생각만으로 아찔하지만, 만약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동구는 특별학교에 진학해야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특별학교를 창피하게 여기고 ‘바보들만 다니는 학교’ 라고 생각한 할머니의 반대로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박영은 선생님이 동구를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교사로서 갖춰야 할 점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었다. 박영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도 했으며, 그러한 관심은 동구의 난독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해 줌으로써 어쩌면 평생 가져가야 할 수도 있었던 장애를 치료해주고, 비록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동구에게 장애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과, 자신감을 심어주게 되었다. 동구의 난독증이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동구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느끼고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인지 그 의도는 잘 알 수 없지만, 동구에게 말을 걸고, 동구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면서 동구가 선생님과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먼저 심어주게끔 했다. 선생님은 동구의 마음을 읽고, 믿음을 얻는 방법을 아는 교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 학생을,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믿음’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어쩌면, 육체적인 체벌이 만무했던……. 그리고 교사라는 이유로 딱딱하고 차갑게, 아이들을 다루던 시대 상황 속에서 난독증을 치료할 능력이 없어서, 혹은 바쁘다,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학교나 다른 교사에게 떠밀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그녀는 관심과 사랑으로 동구를 보살펴 줬다.
만약에 동구가 정말 화목한 집안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집안의 보물로 자라는 존재였다면? 이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동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고, 사랑의 대상이었다면 동구가 과연 난독증이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면 가정의 환경 또한 동구의 난독증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로 작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가족들 또한 동구가 글을 떼는 게 느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무관심하게 방치해뒀다. 박 선생님만큼이나 가족들 중 한분이라도 동구에게 관심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뿐만 아니라 글 속에서 할머니가 특수학교를 ‘바보들만 다니는 학교’ 라고 하는 한마디만 보아도 특수학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그 시대에 비해서 특수학교를 보는 시선의 변화가 있기야 하겠지만 , 사실 크게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시선 또한, 장애를 극복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특수학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동구에게는 박영은 선생님 밑에서 난독증을 고칠 수 있게 했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동구의 어머님이 특수학교만큼은 절대로 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박영은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동구가 박영은 선생님의 편지를 가족들 앞에서 대신하여 읽었을 때만큼은 읽는 나도 덩달아 기뻤다. 물론 소설 속 가족들도 무척이나 기뻐했고, 그것은 동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수업을 들을 때도,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한 아이가 자라는데 있어서는 가족의 역할도 중요함을 느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난독증’ 이라는 것도 장애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별을 쏘다’ 라는 드라마 속에서 유명 배우가 ‘까막눈’ 이라고 놀림 받으면서 살아가는 내용을 본적이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어릴 적부터 그냥 보통 아이들과 같이 한글을 읽고 쓰고, 받아쓰기에서 몇 문제 틀리면 다시 몇 번 쓰고 외우는……. 그렇게 글을 문제없이 배워왔던 나에게는 조금은 와닿기 힘든, 공감대가 다른 장애에 비해서 덜 형성되는 장애 중 하나였다. 책을 읽고 ‘난독증’의 증상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을 때 ‘스파게티’를 ‘파스게티’, ‘헬리콥터’를 ‘헤콜립터’라고 말하든지, 단어를 기억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 등이 난독증의 증상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런 증상은 나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때때로 겪는 증상일 것이다. 정말 가끔 내가 말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너무나도 답답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마음이 난독증을 가진 장애인은 장애가 있는 동안 항상 갖고 있게 될 심정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처음에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특수교육학의 과제에 맞게 장애인이 등장할 내용이라는 것이 첫 번째 나의 생각이었고, 그와 함께 주인공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을까? 다운증후군? 자폐일까? 아니면 정신지체 장애일까? 그렇다면 그 장애인은 이 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라는 생각들이 뒤를 이었다. 계속 읽어 내려갈수록, 내가 짐작했던 장애를 가진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주인공 동구가 가진 장애는 다운증후군도, 자폐도, 정신지체도 아닌 ‘난독증’ 이라는 학습장애였다. 책을 절반정도 읽어나가는 중에 내가 생각했었던 장애를 가진 인물은 앞으로도 등장하지 않을 거란 걸 깨닫고, ‘장애’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저절로 중증장애만을 떠올렸던 나의 고정관념을 반성하고, 뒤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소설 속의 내용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 후로는 동구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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