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꿈의 도시 꾸리찌바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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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꾸리찌바’ 를 읽고>
내게 있어 도시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회색빛깔 이다. 당장 눈앞에 화려한 밤의 네온사인과 사람들 웃음소리와 함께 낮의 활기 넘치는 모습이 일렁이지만 그 뒤의 시멘트 빽빽한 숲 가운데 홀로 남겨져 걷다보면 회색도시의 고독하면서도 일상적인 피로함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꾸리찌바를 처음 만났을 때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꿈의 도시, 그린시티의 첫 발견 이였다.
브라질 중남부에 위치한 꾸리찌바는 인구 수 200만에, 우리나라 대전 정도 크기의 중소 도시이다. 이 도시 안에는 브라질 도시 중 가장 큰 이과수 공원과 동물원, 크고 작은 생태적인 공원들과 함께 옛 문화유산이나 폐광지역을 활용한 도서관, 대극장, 오케스트라 운영 등 문화 도시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다. 지금이야 세계의 다양한 이목을 받고 있지만 꾸리찌바 역시 초반에는 거대한 하부구조 및 실업과 관련해 범죄율이 증대 되면서 다른 대도시들이 그렇듯, 산업화의 성장 통을 마찬가지로 겪고 있었다.
같은 조건속에서 그럼에도 꾸리찌바가 희망의 도시로 바뀌게 된 데에는 우선, 공직자와 시민 모두가 진심으로 꾸리찌바를 사랑하고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고대 베네치아와 같이 공직자가 시민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잘못된 일에는 책임을 지며 참수당하는 시대는 아니나 현재의 자리와 긴 시간을 걸고 도전한 레르네르 의 모습은 이와 비슷하게 막중하면서도 헌신적 이였다. 그가 내세운 모토는 단 하나, 시민을 존경하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때나 듣던 말을 책을 읽는 내내 강조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고 있었다.
그 중 꽃의 거리 조성에 있어 거친 사나이들의 자동차 마니아 클럽이나 상인들의 반항 속에 꾸리찌바 시장이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선택은 상당히 흥미롭다. 방패와 몽둥이를 손에 든 경찰을 부르는 대신 크레파스를 쥔 어린 아이들을 모아 거리의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다. 거리에 주저앉아 해맑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보며 반란무리들은 아마 처음엔 멍 때렸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불평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또래 녀석들을 보며 이 사업이 미래 어린이를 위한 것 이였음을 천천히 깨달았을 것 같다. 당장의 현실보다도 간접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것, 레르네르의 계략에 참으로 통쾌하면서도 이후에 잘 이해하고 따라준 시민들 역시도 찬사를 보낸다.
이 밖에도 부족한 예산을 두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한 많은 전문가들이 있었다. 레르네르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예산 탓만 하면서 창조적인 도시건설에 불가능하다는 사실 입증만 하려는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고 개발만을 위한 도시계획은 바람직한 도시계획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위한 실질적 도시에 투자하느냐 선진국의 기법을 무분별하게 쫓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 속에 꾸리찌바 전문가들이 내린 선택은 지역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자는 거였다.
꾸리찌바가 대표하는 교통시스템 굴절버스와 원통형 정류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꾸리찌바 도 마찬가지로 선진도시 어디에나 있는 지하철 건설을 계획하였는데 시의 재정규모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지하철 예산의 1/200로 승객을 4배나 수송 가능한 땅 위의 지하철을 생각해 내었다. 이는 교통체증 감소와 함께 대기오염 및 사고율을 낮추고 버스타기 전 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승차시간을 최소로 줄였다. 또한 환승제를 통해 먼 곳에서 유입되는 인구를 받아들이면서도 빈곤층으로 하여금 요금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우리나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꾸리찌바 사례를 가지고 버스중앙차선과 굴절버스를 도입하기도 하였는데, 시의 경제상황과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제도를 탄생 시킨 레르네르와 도로 폭이 좁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끼워 넣어 애물단지로 전락시킨 서울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아무튼 여기서 핵심은 자국 시민들의 편의 제공과 함께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으로도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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