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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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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 신선조』감상문
나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접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손을 때지 못하고 있는 ‘일본 만화책’과 고등학교 때부터 맛들이기 시작하여 지금도 종종 선택적으로 보고 있는 소위 ‘일드’라 불리는 ‘일본 드라마’로 대표된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하는, 또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산 앞바다에서 내다 볼 수 있다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 그러한 나라 ‘일본’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하니 ‘일본’이라는 나라자체에 대해 얼마나 무지몽매한지, 아니 어쩌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그 이름자체는 괘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되며 경계하고 부정하고 욕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이중적이고 모호한 태도(예를 들어, 일본의 만화책과 드라마를 비롯하여 일본브랜드의 제품을 좋게 생각하고 칭찬하며 구매하면서도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국민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모두 한꺼번에 매도하며 욕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대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사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여전히 나는 ‘렉서스’라던가 ‘인피니티’같은 차들을 경외감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동경하면서도 인사동이나 명동에서 일본사람들이 지나가면 마음속으로 ‘앤화 강세에 쪽바리들이 돈 쓰러 왔구나!’하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말을 되뇌었다. 하지만 우리학교 사학과는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런 편견과 이중잣대를 수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고 나는 그 기회를 잡아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러한 연으로 인해 수업과제로 접하게 된『바람의 검, 신선조』는 먼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일본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쉈다. 일본 영화는 모두 단순한 B급영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영화는 우월하다는 자기우월주의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일본영화한편 보지 않았으면서 그네들을 무시하고 폄하해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본『바람의 검, 신선조』는 (영화비평가들처럼 무엇이 좋고 안 좋은지 꼭 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감동적이고도 감동적이며 내 삶을 반추해볼 시간을 준 좋은 영화였다.
칸이치로가 살던 막부의 마지막 자락이 흘러내리던 그 시대의 격변기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어쩌면 우리 아버지에겐 동일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신선조, 그들은 시대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재주를 가진 이들, 도래하는 새 시대에 설 자리가 없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지켜야할 것이 있다. 가족과 더불어 그들이 한 평생 자기의 도, 자기의 정체성이라 생각하고 믿어왔던 자신의 신조, 이것을 버리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칸이치로가 시대에 앞선 사람이 되라고 자신의 제자에게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시대의 정신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칸이치로가 진정 죽지 않고 사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 아니 결과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1997년 이후로 직업을 정말 많이 바꾸셨다. 엄마가 항상 “요것 좀 봐라.”하셨던 여자 손같이 희고 곧게 뻗었던, 정말 곱디 고왔던 아버지의 손은 이제 너무나도 굵고 뼈마디가 불뚝불뚝 튀어나온 진짜 남자손이 되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에 들어오시면 나와 농담을 주고받으시며 웃으셨고 일을 하시다가도 어떤 상황이라도 딸의 전화(내가 건 전화)는 언제나 최우선순위로 치고 받아주셨으며 도시락을 싸 가지고 일을 나가시더라도 딸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아끼지 않으신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하시며 자신의 딸에게 아버지의 욕심을 강요하지 않으신다.
자료평가
- 개인적인 감상이 너무 많아 참고하기 어려움
- 85587***
(2023.12.11 23:14: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