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평론 남겨진 자들의 언어 소통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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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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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의 언어, 소통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읽고 비평하다-
1. 작품선정이유
김연수의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로 인해 평소에도 즐겨 읽던 책이다. 특히 그 중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는 작품의 구조가 간결하고, 몇 가지 상징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이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감성의 물기가 잘 배어나는 문장을 사용해 어딘가 먹먹한 서정적 분위기를 인상 깊게 그려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소담하게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수차례 즐겨 읽으면서도 감상 혹은 비평을 글로 정리해 남겨 놓은 것이 없으므로, 이에 지금 미흡하나마 분석하여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진정한 주인공, 죽은 자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는 오십대 후반에 접어든 미국인 여성 작가가 한국의 ‘여성작가대회’에 초대받은 것을 계기로, 죽은 옛 연인의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방한하는 내용이다. 작품의 주된 인물은 미국인 여성 작가인 ‘나’와, ‘나’를 안내하고 동시통역을 돕는 삼십대 후반의 여성 ‘해피’ 단 두 명이다. ‘해피’의 남편이 언급되기는 하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작품은 ‘나’의 시점에서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상념을 넘나들며 진행되고, 간혹 ‘해피’에 대해 서술할 때 관찰자적인 면모를 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인물을 표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이 작품의 진정한 주 인물을 꼽자면 ‘죽은 자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작중 사건의 발단은 ‘나’의 방한이다. ‘나’는 이미 죽고 없는 17살 연하의 연인을 13년 동안 줄곧 사랑해온 인물로, ‘케이케이’와 보냈던 나날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밤들”이라고 회고할 정도이며, “케이케이를 사랑하던 세포들은 이제 내 몸 안에 없는” 것에 지독한 상실감을 보인다. 그녀는 ‘케이케이’의 고향인 ‘밤메’에 집착하며 오로지 ‘밤메’를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케이케이’는 ‘나’의 사고와 행동을 유발시키는 근원이요, 작품 속 모든 사건의 저변에 이유로서 존재한다. ‘나’의 회상으로밖에 존재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것이다.
한편 ‘해피’의 경우, ‘나’가 고집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일으킨다. 그녀는 동시통역을 담당하는 인물임에도 ‘나’와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해피’가 이처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몇 개월 전 죽은 어린 아들에게 있다. 그녀는 ‘나’와 갈등을 겪은 후 ‘나’에게 사과하며 “새벽이면 늘 칭얼칭얼 고함치고 보채기만 하면서 속을 썩였던 세 살배기 아들이 어떻게 자기 인생의 군살처럼 느껴졌는지에 대해” 고백한다. 병원에서 어린 아들을 간병하던 때에, 아들은 고통에 못 이길 때면 병실을 가득 채우도록 “으아아아으으어”라는 의미불명의 소리를 지르며 호소했다. ‘해피’는 아이와 소통할 수 없는 것에 절망하며 “으아아아으으어” 하는 소리를 따라할 수 밖에 없었고, 아이의 사후에 폭식을 동반하는 우울증에 걸린다. ‘해피’는 우울증의 해소수단으로 동시통역을 공부하지만, 진정한 소통능력을 습득하지 못하고 단지 의미를 따질 겨를 없이 선생의 목소리와 몸짓을 모두 따라하는 것에 그친다. ‘해피’는 이미 망가져버린 것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그냥 단순한 음성적 신호에 불과하게 될 때까지. 거기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기까지. 마침내 해피에게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는 음성적 신호가 된다. 서서히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의 의미는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해피의 내부에서 생성되기 시작한다.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문학동네, 2012, p. 28.
‘케이케이’와 ‘해피’의 아들은 이처럼 비록 죽었으나 ‘나’와 ‘해피’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함으로서 작품의 흐름을 만드는, 이른바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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