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구운몽 구름같은 이야기 그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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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
- 구름같은 이야기 그 속에서
구운몽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이른바 몽자류 소설에 대해 배우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고전이라는 낯선만남에 조금은 이해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내 시각을 버리지 않고, 지금의 시각과 사상으로 고전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전이라 함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 그 내용에 있어 의미가 깊고 전해질 만 한 가치를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된다. 구운몽을 생각함에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신기함이다.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운몽에 나타나는 사실들이 어느정도만큼의 현실을 비추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운몽에는 도술을 부리는 등의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있다. 이것을 허구라고 치부하더라도, 이 소설에 나오는 사상이나 양소유의 태도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을 그 당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도 새삼 궁금해진다.
구운몽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단연 양소유와 8선녀의 만남과 결혼이다. 양소유는 승상의 지위를 얻었으며, 그 일색은 인간이라 보기 힘들정도로 신선의 풍모를 지니고 있음은 소설의 묘사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두부인과 여섯첩을 두는데 정당화되는 지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욱 그러한 것은 양소유의 태도이다. 그가 승상의 지위를 얻기전에도 그는 남녀관계에 있어 조금의 거리낌이나 조심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가 두부인을 받아들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양소유는 8선녀와 결혼을 하건 하지않았던 아무튼 정분을 나눈 상태이다. 양소유의 태도도 물론 그러하거니와 여자들의 태도도 새삼 놀라움을 준다. 여성들은 양소유를 본다. 마음이 끌린다. 그러면 그다지 큰 주저함없이 자신의 미래를 양소유에게 맡길 의사를 전하고 양소유와 부부의 정을 맺는다. 지금을 사는 나의 시각으로 볼 때 어쩌면 쉽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남녀의 관계들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막연히 생각하기에 과거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여 남녀간의 내외를 엄격이 하고, 혼례는 양친부모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만이 사실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구운몽의 양양공주를 정경패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어느정도 맞는 것도 같다. 함부로 밖에 나가지 아니하며, 남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그와의 혼인을 고려해야 할 정도의 일이다. 그러나 양소유가 부인과 첩들을 얻음에 있어서 이것은 별로 적용되지 않는 사실인 듯 하다. 양소유의 생각 또한 이러한데 직접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보고 혼례를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적경홍과 계섬월은 미색이 뛰어나며, 재주가 뛰어남으로 이름을 떨치는 기생이다. 양소유는 이들을 대함에 있어 어떠한 편견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의 정조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들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아무런 거리낌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양소유의 태도를 볼 때 지금을 사는 나로써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으며, 그 당시의 생활에 대해 더욱 의문점이 들었다.
구운몽에는 유불도의 사상이 고루 잘 나타난다. 사상의 우열이나 편중이 나타나지 않으며 작품속에서 고루 그 밑바탕을 제공한다. 불교와 도교 유교의 조화를 보면서 그리 낯설지 않음을 느낀다. 이것은 현재에도 이러한 사상에 대해 배우며 몸에 익혀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사상을 담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낯설음을 느끼지 않음에 더욱 낯설었다. 몇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의 사상에 충돌됨이 없이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모습들을 보며 고전의 낯설음이 오히려 무안해졌다. 고전이라는 말아래 재미없다, 지루하다의 선입견을 갖은 상태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단히 실례되는 행동인 것 같다. 특히 교과서에서 다루었던 책을 이제와서 다시금 읽을 때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생각은 문제지의 객관식 답처럼 굳어져서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 줄거리만을 외우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글의 주제에 대해 외우고 다 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나고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 고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읽고 접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선입견을 버려야 할 것이다.
<구운몽(九雲夢)>은 조선 숙종조에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이 지은 고대 소설이다. 그는 명문 거족인 광산(光山) 김씨의 후손으로서, 그의 증조부는 유학자 김장생(金長生)이었으며, 그의 부친은 병자호란시에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익겸(金益兼)이었다.
그의 형인 김만기(金萬基)가 5세 때, 그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부친이 사망했기 때문에, 그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친 윤씨 부인은 난중임에도 불구하고 성심 성의껏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힘을 쏟았으므로, 형 만기는 후에 광성 부원군이 되었고, 그 또한 30세 이전에 정시 문과에 급제하여 일찍이 벼슬길에 나아갔다.
1671년에 암행 어사가 되어 경기삼남 지역의 진휼 정책을 돌아보기도 했는데, 당시 당쟁이 극심하던 때를 만나 서인(西人)의 일파로 있다가 1674년 자의 대비의 복상 문제에 연루되어 관직을 삭탈당하였다. 그 후 다시 등용되어 1679년 예조 참의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홍문관 대제학에 이르기까지 하였으나 1686년 김수항의 처벌을 둘러싸고 상소를 올렸다가 선천에 유배당하기도 하였다. 1689년 다시 이윤수등이 탄핵을 올료 남해에 유배되었는데, 이 곳에서 <구운몽>을 집필하였다. 1690년 중앙에 복귀하였으며, 1706년에는 그의 효행에 대해 정표가 내려지기도 하였다. 그는 <구운몽>외에도 한글 소설인 <사씨 남정기>, 수필집 <서포 만필>과, 문집으로 <서포집>이 남아 있으며, <고시선>등을 편집하기도 했다.
<구운몽>의 창작동기에 대해서는 일찍이 이규경이 말한 바 있듯이 ‘어머니의 쓸쓸함을 위로하기 위하여 하룻밤 사이에 지었다.’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나 그의 신변적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유배지에서 외롭게 홀로 지내면서 병마에 시달리는가운데 현실에 대한 회의, 나아가서 성리학적 지배 질서에 대한 일종의 반발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정신적으로 불교에 귀의하려는 희구에서 쓰여진 것이라 유추된다. 그가 염원했던 불가에 대한 귀의는 곧 인간 세상의 희노애락을 포함한 모든 이기적 욕망을 버리고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서의식의 자유로운 단계에 이르게 됨으로써 조화와 화해의 세계에 존재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구운몽>은 김만중이 자신의 깨달음의 과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해 낸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구운몽>은 현실과 꿈이라는 2원적 세계로 이루어진 일종의 몽환소설로서 꿈 속의 세계가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꿈을 꾸기 전과 꿈에서 깨어난 후의 현실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실제로 꿈 전의 현실과 꿈에서 깨어난 후의 현실은 표면적으로는 연속선상에 놓여 있으면서도 전혀 이질적인 것이다. 즉 주인공 성진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 보았던 현실과 깨달을음 얻은 후의 현실이 비록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의 인식 태도에는 현격한 변화가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꿈은 곧 사건의 발단 요소이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서주제로 접근해 가는 중요한 매개 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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