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문 돈을 쫓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상식과 교양을 가진 사람으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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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쫓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상식과 교양을 가진 사람으로 살 것인가?
인문학과 순수 기초과목의 폐강 속출, 경영학과 취업 관련 과목 학생 대거 몰림이 최근 신학기마다 각 대학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런 만큼 대학의 인문학 위기가 이야기 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일부 인문학 학과는 시장성을 지닌 다른 학과로 간판을 갈아 달기도 했다. 반면 취직 관련 전공이나 학과는 날로 그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 전공의 대다수 학생들이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가는 ‘국민’에 대한 국가주의적 세뇌를 목적으로 ‘민족적 긍지’를 심어준다는 ‘국학’이나 ‘국민윤리’로 연결될 수 있는 철학 등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국가의 과제가 ‘민족’보다는 자신을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팔 줄 아는 인간의 대량생산이니, 전통적 의미의 ‘국민적 인문학’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돈 안 되는 학문’이 연구비 분배의 주된 주체인 정부나 기업화돼 가는 대학들의 푸대접을 받고 쇠퇴하는 것은 위기의 외재적 원인이다. 자본주의 국가가 생산한 인문학은 자본과 국가의 공격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상식과 교양을 버리고 돈을 버는 기술인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수능이 끝나고 대학 원서를 접수할 때 국문과에 지원 했던 사람이라면 담임선생님이나 주변사람들에게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 졸업해서 뭐 해 먹고 살려고 하니?”라고 말이다. 이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인문학은 대학에서만 나타나는 위기가 아니다. 태서나서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인문학을 교육받는다는 것은 시간 낭비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왜 배워야 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한다. 현재는 돈을 버는 문제가 가장 중요해진 시대이다. 인문학 관련학과는 돈을 버는 데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전문 기술을 배우고 그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과를 선택한다. 인문계에서 그나마 인기가 있는 학과는 법학, 경제, 경영학과 정도이다. 인문계에 속하기는 하나, 이들 학과는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법과 경제를 다루는 학문이므로, 엄밀히 말해 인문학에 속하지 않는다. 어문 계열 중에서는 영문과나 중문과 정도가 비교적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이 역시 취업을 위한 언어적 기술을 익히기 위함이라면,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인문학이라 하기 힘들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인문학은 사실 인기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자본주의 시대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철학, 문학, 역사와 같은 소위 인문학이라 불리는 학문은 자본을 생산해 내는 학문이 아니다. 자본을 생산해 내지 못하므로 최근의 인문학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인간을 규정지어 온 ‘생각하는 인간’의 자리를 ‘경제적 인간’이 대체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인문학과 과학이 반대의 의미로 이해되곤 하지만, 원래 이 둘은 하나의 영역이었다. 근대 이전의 과학은 철학의 한 분야에 속한 자연철학의 한 영역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17C~18C 뉴턴(Newton, Isaac, 1642-1727)으로부터 시작된 과학 혁명은 과학에 독자적인 권위를 부여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산업 혁명을 가능하게 했고, 이후의 정보 혁명까지도 이끌어 왔다.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과학은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고, 실증성과 실용성,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과학 문화가 형성되었다. 도구적 합리성은 오늘날 실용성을 중시하는 과학 문화의 핵심을 이룬다. 이것은 인간의 주관적 의지와 판단, 심리적인 욕구, 가치와 윤리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하게 다루고 성찰하는 인문학의 문화와는 대조적이다.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교육 역시 과학이 지닌 도구적 합리성을 교육시키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교육 안에서 인문학적 성찰의 싹을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보다는 도구적 합리성의 전수가 중요해지면서, 과학기술이 인간 사회에 가하는 문제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인간의 눈은 점차 흐려져 갔다. 그리고 질주하는 과학기술은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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