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왕의남자 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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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29 /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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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영화의 시작은 풍속화에서 들어난 여러 가지 공연과 당시의 배경을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관객이 조선시대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몰입하고 그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부터 화려한 공중제비, 게다가 놀이를 보고 있는 관객을 휘어잡는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장생. 여자보다 더 곱디고운 얼굴과 백옥 같은 피부, 장생에 뒤지지 않는 재능을 가진 공길. mother complex에 사로잡혀 광기에 가득 찬 폭정을 일삼는 연산. 연산을 치마폭에서 휘두르는 녹수. 이 영화는 이러한 캐릭터들의 매력만으로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제 『왕의 남자』를 보고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보고, 영화 전체적으로 느낀 점을 말하려 한다.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오히려 인간적 연민을 느끼게 하는 연산. 연산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광기어린 폭정을 일삼는 폭군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광기어린 행동에 미움과 분노보다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다. 천민인 광대를 가까이 두고 그들의 놀이를 함께 즐기는 왕. 처음부터 연산은 외롭고 불쌍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공길과 함께 인형극을 하면서 마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왕은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느끼게 한다. 선왕의 충성스런 신하들은 이러한 연산을 동정하지 않고 오히려 선왕과 비교하고 연산을 그 틀에 가두려고 한다. 연산이 원하는 것은 선왕이 세워놓은 나라와 법률과 선왕만을 바라보고 있는 신하가 아닌, 자신을 똑같은 인간으로서 연민하고 사랑해주는 친구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주변에 적들뿐인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옆에서 의지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공길을 사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광대들의 놀이에 참여하여 자신의 신분을 잊고 장생에게 머리를 조아려 뇌물을 받치는 연산의 모습은 왕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이고 처량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나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연산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데 배경이 되는 진실들을 알게 되며, 광기어린 폭군의 이미지 보단 역사적 상황이 만들어낸 희생양에 불과하단 생각을 했다. 또한 그의 진심어린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왕을 가지고 노는 광대 장생. 장생은 한양에 올라와 도박판에서 왕과 그를 치마폭에서 휘두르는 녹수의 이야기를 듣고 왕을 가지고 놀기로 결심한다. 경영학과 학생으로서 ‘아! 이놈 참 상술이 뛰어난 놈이다. 천민출신에 비해 머리가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왕과 신하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신분제도를 철폐한다거나 왕의 중앙집권제에서 민주화를 가져올 혁명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장생은 왕과 신하들의 권력을 끌어내려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공길을 위해서 공길을 대신해 자신이 누명을 쓰는 장면에서는 남자다운 용기에 감탄했다. 과연 어느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이 보이는 불구덩이에 스스로 몸을 던지겠는가? 장생이란 캐릭터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 다음 장면이다. 두 눈을 잃은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절대 포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포졸에게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며 두 눈을 멀게 한 왕을 풍자하는 여유로움을 보인다. 또한 마지막 장생을 몰래 풀어주고, 공길을 두고 그냥 도망가라는 왕을 가장 가까이 모셨던 신하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는 다시 왕의 앞에서 목숨을 건 줄타기를 시도한다. 평생 장님 역할을 해왔지만, 실제 장님이 되어 장님 역할을 못해보는 게 한이라는 장생. 장님이 되어 줄을 타고, 이 맛을 알았더라면 진작 장님이 되었을 것이라는 장생. 죽어서 다시 태어나겠다는 장생. 이 인물에게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죽음을 앞에서도 당당한 사랑과 자신의 광대 일에 대한 장인 정신, 자부심이 들어있다. 이러한 인물에 과연 매력을 느끼지 않을 관객이 있을까? 이 영화는 장생이라는 인물만으로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감동을 주었다.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남자 공길. 영화 초반 장생을 위해 살인을 하는 공길을 보며 장생 못지않게 공길 역시 그에게 의지하고 그를 사랑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양에서 장생과 함께 놀이에 끼어들어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장생의 입담에, 장생의 재주에 저만큼 잘 받아주는 광대가 있을 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광대임을 알 수 있었다. 한양 어귀에서 왕을 조롱하는 놀이판을 벌이다가 의금부로 압송되어 목숨을 담보로 왕을 웃겨야 하는 상황에서 웃지 않는 왕의 태도에 당황한 장생을 오히려 공길이 리드하며 왕의 웃음을 유발한다. 긴박한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녹수를 풍자하는 공길은 과연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남자였으며, 녹수보다 더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이러한 공길을 사랑하게 되는 왕은 그를 공직까지 주며 옆에 두려하고, 공길은 이러한 왕과 사랑하는 장생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장생을 사랑하지만, 주변에 친구는 없고 적들뿐이 불쌍한 왕을 떠나지 못하며, 왕을 위해 밤마다 인형극이나 그림자극을 보여주는 공길은 동성애로서의 사랑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따듯한 사랑을 전달하여 나의 마음 역시 따듯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눈 먼 장생과 함께 마지막 줄타기를 하는 공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지고지순한 사랑과 장생과 함께 자유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연극 『爾』를 원작으로 한 만큼 영화 곳곳에서 연극적 요소를 찾아 볼 수 있었다. 영화 시작부분 대감의 잔칫집에서 벌인 광대의 놀이판부터 궁 안에서 펼쳐지는 모든 광대들의 놀이는 수업시간에 배운 전통적인 무대 양식을 잘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도 왕과 신하를 풍자하고 조롱한다거나, 재치 있는 말장난, 음담패설, 언어유희로 광대놀이를 잘 재현한 듯싶다. 이러한 광대놀이는 그들 자신이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이자 유일한 삶의 표현 수단이었음을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완급조절이 미약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것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니만큼 비주얼적인 것이 강한 인상을 깊어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타 영화와 비교해서 시각적인 어필을 하기위한 노력은 크게 엿보이지 않았다. 광대들의 놀이판을 새로운 카메라 기법으로 영화만이 살릴 수 있는, 영화만이 가능한 상황의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이 영화의 중요 인물 중 하나인 공길, 이준기의 연기가 아직은 많이 모자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상황의 변화와 심리적 변화에 따라 관객이 느낄 수 있게 표정연기나 내면 연기가 이루어져야하는 데 확실히 신인 이준기에게는 많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작품성 있는, 관객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폭군 연산에게는 연민을 느끼게 되었으며, 왕을 조롱하는 장생을 보면서는 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 까 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을 가졌으며, 아름다운 공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따듯한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자체를 조금 더 즐기지 못한 것이다. 무엇인가 분석하고 비평해야한다는 압박이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좁게 만든 것 같아 후회스럽다. 앞으로는 절망적인 상황조차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줄 아는 장생처럼, 내 모든 상황 속에서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자료평가
- 글이 길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52913***
(2020.06.24 21:4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