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또 하나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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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한국인
표지에 있는 사진을 보면서 무엇을 떠올렸는가? 나이가 지긋이 드신 할머니 한분과 한 눈에도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의 모습이 아닌 한 청년이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 아마도 이 사진 작가는 한국인이지만 또 다른 한국인으로 구분 되는 혼혈인의 모습과 그 가정을 나타낸 듯하다. 특히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가족사진에서 알 수 없는 가슴 저밈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인간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집단이자 구심점인 가족의 쓰라림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영미 문화와 사회라는 수업을 한 학기동안 들으면서 나는 책을 통하여 다문화를 체험 할 수 있었다. 나는 기말 페이퍼 주제를 생각하면서 내 마음 속에 많이 남았던 책을 떠 올려 보았다. ‘The slave Dancer을 통해 African-American들이 노예제도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겪어야했던 인간이 아닌 동물로써 취급 받던 아픔, ‘Roll of Thunder, Hear My cry에서 보았던 흑인과 백인간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차별들 그리고 그 차별을 당당하게 맞서 싸우던 작은 아이의 용기 그리고 ‘Dragon Wings’를 통해서 중국 사람들이 돈 벌기 위해 미국에서 일하면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편견들, 마지막으로 Number the Stars에서 나치들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차별하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주제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흔히 칭하는 ‘혼혈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이 미국과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 컸다면 어떠했을까? 다문화 국가 속에서 살아가는 혼혈인들은 그 어떠한 어려움도 없을까? 라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한국에서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아라고 칭해지는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성장하는지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의 혼혈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성장의 어려움과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가정을 일컫는 표현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서로 다른 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 초점을 맞춘 ‘혼혈인가족’과 말 그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결혼의 형태를 의미하는 ‘국제결혼가족’, 마지막으로 한부모 가정·독신자가정처럼 다양한 가족의 형태 중 하나로 정의하는 ‘다문화가족’이 그것이다. 그리고 ‘혼혈아’라는 단어도 ‘이중문화 또는 다문화 가정 자녀’ 라고 바뀌고 있다. 그것은 ‘혼혈아’ 라는 용어가 가부장 혈통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혼혈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계 혼혈인의 출생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한국이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 된 후 실시된 미군정과1950년 6.25전쟁으로 인한 UN군의 참전, 그리고 UN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미군의 계속 주둔으로 인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많이 일어났다. 혼혈인은 출생 시부터 외모와 피부색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들의 출생 상에 개입된 윤리적 문제로 인해, 순수혈통주의의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봉건적 윤리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 거부되고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군이 주둔한 대한민국 어느 곳이든지 혼혈인들은 있다. 혼혈인들은 제주에서 동두천까지 전국 각 지방에 흩어져 살고 있다. 국제화, 세계화 되어가는 오늘날 지구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사회나 국가 안에서의 다민족, 다인종, 그리고 혼혈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혼혈인이라는 정체성은 당사자들에게는 큰 아픔이며 정상적인 인생행로를 가로막는 하나의 굴레로 다가온다.
한국인 누구나 ‘하인즈 워즈’ 라는 한국계 미국인 슈퍼볼 스타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며 그의 성공 스토리에 열광 했을 것이다. 그 역시 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이다. 그의 성공 스토리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인의 고질병이 시작 되었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고 유명해 지기만 하면 유난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질병.
만약에 하인즈 워즈가 미국이 아닌 한국 땅에서 자랐다면 그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다른 피부색깔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살기 힘든, 단일 민족 단일 핏줄을 너무도 소중히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지금의 성공한 운동선수 하인즈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렇다고 그의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아무런 차별
없이 어려움 없이 자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한인/흑인 혼혈로 어린 시절 동양계라 놀림을 많이 당했고, 영어도 모르는 편모가 새벽부터 밤까지 접시 닦이, 서빙 등의 일을 하며 자신을 길렀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차별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한국사람 안 쳐다보고, 생각 안 하고 살아온 30년이었어. 내가 워드 데리고 한국 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 놈 거지밖에 안 됐겠지? 여기선 누가 파출부라도 시켜줬을까?… 이제 와서 우리 워드가 유명해지니 관심을 참 많이 가져준다. 좀 그래. 부담스럽지 뭐. 세상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한국에서 살았으면 거지 밖에 안됐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하인즈 어머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혼혈인들을 얼마나 냉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하인즈 워드가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다고, 한국인이 대단한 것으로 내세우면서 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혼혈인들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하고 차별하는 것 일까? 수많은 전쟁과 이민족의 침략으로 역사상 한 번도 단일민족인 때가 없었는데도 단일민족임을 내 세워 순혈주의를 강조하여 혼혈인들을 차별하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모순된다고 생각 되지 않는가?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냉대 받고 차별받아 온 소위 혼혈인들은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와 우리네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던 것에선 연유된 역사의 희생자들일 것 이다. 이 전쟁사의 희생자들에 대해서 우리 한국사회는 어떤 보상을 했는가? 보상은커녕, 순수혈통에 집착하여 무시하고 차별하였고 그 결과 혼혈아동들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었다. 이런 한국 사회가 단지 한국인 피가 섞인 스퍼 볼 스타라는 이유로 미국의 하인즈 워드에 대해서는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가수 인순이씨를 보자. 까무잡잡한 피부와 심한 곱슬머리에서 느껴지듯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 그녀 역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혼혈아 인 것이다. 한 때 그녀의 이름 앞에는 ‘혼혈 가수’라는 호칭이 따랐으며, 혼혈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하는 것을 제약 받기도 했다. 30년 동안 가수로서의 최고의 자리를 지킨 그녀는 한 대학의 특강에서 “혼혈로 인해 아직도 근본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놔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인기 정상의 가수이기 전에 혼혈로 인한 남모를 고민을 평생 지니고 사는 한 명의 사회적 소수자임을 고백했기 때문 일 것이다. 또한 그녀는 한 공연에서 “바깥에 나가면 항상 불안했어요. 피부색이 달라 어딜 가나 눈에 띄었거든요. 고등학교를 나왔더라도 평범한 직장을 갖기는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자식이 자신을 닮아 피부가 까맣고 곱슬머리라면 한국에서 콤플렉스를 갖거나 놀림을 받지 않고 편하게 지내도록 미국 원정 출산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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