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남양군도를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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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도’를 읽고
처음에 ‘남양군도’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섬이긴 섬인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이름 때문에 도대체 어떤 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양군도는 남쪽 바다의 섬들이라는 뜻으로 지금은 사라진 이름이었다. 사라진 이름이기에 많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러면서 사라진 이름이 왜 아직도 쓰이는 가에 대한 궁금증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리에게 남양군도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괌은 신혼여행지 혹은 휴양지로 굉장히 유명하다. 놀라운 건 이 괌도 남양군도 중 하나라는 점이다. 평화로워 보였던 이 섬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제국에게 지배당했었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남양군도’는 일본이 지배하던 미크로네시아, 즉 남양군도의 역사를 정리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중요한 점은 일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기록의 태평양 전쟁과 미크로네시아 지배 역사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그 주민들의 삶과 시선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책의 저자이신 조성윤 교수님이 책(P.13)에 괌, 사이판, 팔라우 등지에서 벌어진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 그 전투를 준비하면서 구축한 일본군 진지, 섬에서 맞서 싸운 일본군의 작전계획과 실제 전투과정, 전투 중에 사망한 수많은 병사들과 민간인들의 이야기를 조사해 보고 싶으셨다고 적으신 부분이 있다. 일본의 관점에서의 태평양 전쟁이 아닌 일반 병사들과 민간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고 기록으로 남겨져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남양군도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국일본이 남긴 공식 문서로만 재구성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사회문화적인 측면으로서의 미크로네시아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서 저자는 현지조사 방법을 택하였다. 구술사 방법론은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세우는 중요한 인문사회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제국적 시각으로 축적된 태평양 연구와는 다른, 아래로부터의 자료 수집과 연구를 진행하였다. 국내 신문기사를 통해 남영군도 시절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 여성과 결혼해서 낳은 후손들, 즉 한인계 주민들 이야기를 접하게 된 부분이 책에 나와 있었는데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우리 동포들은 강제 혹은 반강제적으로 끌려갔는데 언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힘든 노역일을 계속하였고, 원주민 차모르 여성은 언제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끌려갈지 몰라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혼하게 된 코리안과 차모르가 많다고 하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기사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아리오라 투델라 할머니의 기사이다. 할머니는 한국인 2세신데, 광복을 맞으면서 국적분류에 따라 고향인 전남 광주로 보내졌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말은 커녕 우리식 이름조차 없었던 그녀가 광복 후 어지러운 사회에서 살아갈 방도는 없었고 결국 사이판으로 돌아왔다고 하셨다. 이 사연을 듣고 광복 후 어지러운 사회인 것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타지에서 어렵게 살다가 가까스로 제 자리를 찾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하나의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사람을 제대로 보호해줄 수 있는 힘도 없었던 우리나라가 부끄러웠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생활도 못해보고 살아갈 방도가 없어 사이판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다른 기사로는 티니안 섬에서 일본은 수시로 방문해 자국민의 유골을 찾아가는데 우리나라의 유골은 미군의 휘발유 드럼통에 담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둔감한 역사인식을 꼬집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이렇듯 태평양 전쟁 안에는 아픈 역사들이 모여있다. 그냥 사망자 수를 덤덤하게 받아드릴 것이 아니라 그 수의 배 만큼 주변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이 있음을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라는 책의 한 부분에서 배웠다. 그렇기에 제국의 관점으로만 태평양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아픔을 격은 조선인, 차모르인, 오키나와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조선인들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키나와인의 관점으로 태평양전쟁을 본 것도 굉장히 흥미롭고 안타까웠다. ‘사라진 일본 제국과 오키나와인의 좌절’이라는 소제목에서는 이를 굉장히 잘 다루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다른 나라 중에서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안 좋은 시선을 보내게 된다. 평소라면 일본인이라는 시각에 얽매여서 오키나와 인도 어쨌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과 한 패잖아!라는 초등학생적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소제목으로 ‘오키나와인의 좌절’이라는 단어를 다루는 목차가 있을 정도로 일본인인 오키나와인의 아픔을 다룬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남양군도에 개척을 꿈꾸며 간 사람들은 그 당시 땅도 재산도 없는 빈농층이었음으로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후, 일본으로 돌아간 오키나와인들의 삶은 각박했다. 돌아간 고향에는 땅도 집도 없었으며 전쟁이 끝난 후라 물자도 없었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남양군도에서 살아가던 그들 생활의 기반은 일본 제국이 사라짐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은 제국 일본이 남양군도를 지배할 때 해군과 남양청의 정책, 남양흥발의 경제성장을 주로 해서 재구성을 한 의의가 크다. 이 연구은 태평양 섬 지역 연구를 위한 예비 작업으로서 일본제국의 태평양 지배의 실상을 더 밝히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은 과제가 크게 두 가지라고 저자는 밝혔다. 조선인의 발자취를 찾아 재구성하는 것과 미크로네시아에 살고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해 보는 일이라고 한다. 남양군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그것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이번주제만큼 더 의미있고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이번 책은 제국 일본의 관점이 아닌 그 속에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관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됬었으며, 남양군도에서의 조선인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한 책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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