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해체론의 허점 소설 제복수사를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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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해체론의 허점
_ 소설 <제복수사>를 바탕으로.
사사키 조의 경찰소설, <제복수사>는 보통 추리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많이들 다뤄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교대근무를 하지 않고 그 지역에 상주하면서 활동하는 주재경관의 이야기이다. 이런 ‘주재경관’은 보통 소규모의 지방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그 지역 속에 녹아들어 일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경찰본부가 새로이 시작한 순환인사정책으로 인해 경찰이 된 후로 거의 대부분을 형사과에서 근무한 사람임에도 이 작은 농촌의 주재경관이 된다. 이렇듯 마을과 동화되지 않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자 평범하고 평화롭게만 보이던 마을은 뭔가 이상하다. 예를 들어 인구 6000명의 농촌에서 15년 간 성폭행은커녕 가벼운 성희롱조차 단 한건의 피해신고도 없었다. 이곳이 도시가 아닌 농촌이기에, 지역주민들이 조직한 소방단이나 방범협회가 잘 운영되고 있기에 범죄가 정말로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이런 의문은 점점 더 강해진다. 13년 전의 가장축제에서 소녀가 실종되었음에도 방범협회와 소방단은 초동수색에도 그 뒤의 수사에도 제대로 협력하지 않는다. 당시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 지역에서 명망 있는 교육장의 사생아였기 때문이다. 마을의 더러운 부분을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또 방범협회는 학부모 총회를 열어 아이가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다면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자신들에게 알리라고 지도한다. 경찰보다 지역을 잘 아는 협회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라는 것은 피해자 부모와 가해자 부모가 합의하고 피해자 아이를 전학 보낸 뒤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묻는 것이다. 성 관련 범죄뿐만이 아니다. 누가 했는지 모르는 절도, 빈차털이, 폭행 등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협회에 신고하길 권한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이 상습범이 될 경우라도 사법적 처분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마을에서 떠나기를 종용한다. 즉, 마을공동체는 ‘범죄’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없애고자 노력한다. 실제 피해자를 줄이고 범죄자를 교화하는 것보다 마을에 전과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회해체론이 범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사회해체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사회해체론은 1920~30년대에 시카고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범죄를 사회구조라는 거시적 틀에서 보려한 이론이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범죄는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사회가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해체는 구체적으로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전통적 기관이 주민의 행동을 규제하지 못하고, 지역사회가 주민의 통제권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연구는 80~90년대에도 이어져 버식(Robert Bursik)이나 샘슨(Robert J. Sampson) 등은 사회해체가 비공식적 사회통제수단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지역별로 ‘범죄율’이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이론 아래에선 사회 구성원들 간에 강한 결속이 있을수록, 반복적으로 상호작용이 이뤄질수록 사회는 통합적이며 범죄와 비행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진다.
얼핏 생각하면 이 주장은 매우 타당하게 보인다. ‘끈끈한’ 농촌과는 달리 ‘차가운’ 도시에선 범죄가 판을 친다는 생각은 마치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또한 ‘자체적 해결’, ‘전통적 기관’ 등의 단어는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여기엔 <제복수사>의 농촌 마을이 드러내듯이 다른 의미가 존재할 수 있다. 강한 사회적 유대가 실제로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단순히 은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해결’이라는 단어는 비아냥거림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다. 즉 사회해체론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범죄율만을 설명할 뿐이다. 예를 들어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 워너(Babara D. Warner)와 피어스(Glen L. Pierce)의 연구를 살펴보자. 그들은 경찰에 대한 전화신고율과 사회해체 정도가 높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가 해체될수록 경찰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설명할 뿐, 실제 범죄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범죄가 없어졌다는 것과 같은 셈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해체론을 볼 때 이것이 실제로 발생한 범죄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드러난 범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따라서 실제 상황과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야한다.
참고문헌
사사키 조, <제복수사>, 북홀릭,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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