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용화에 대한 반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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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용화에 대한 반대 입장
지금 영어가 세계의 국어로서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제주 국제 자유도시 플랜이 적힌 기사를 읽고서 우리나라 역시 영어라는 언어에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대한 방안책을 강구하기 위해서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영어공용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영어를 공용화하면 세계의 최신정보를 얻는 것에 대한 용이함과 무역이나 관광업의 경쟁력 상승 등의 국가 경쟁력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굳이 영어를 공용화해서 자국민들의 영어실력을 늘리는 방안은 아직은 시기상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손실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영어의 공용화를 선언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정부의 수많은 인력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행정기관만 하더라도 한글과 영어로 된 공문서의 작성은 물론 영어로 서비스를 원하는 민원까지도 영어로 처리 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이 영어공부에 매달리게 되어 발생하는 낭비와 비효율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행된 우리의 영어교육을 받아 사회의 인력이 된 사람들이 능수능란하게 문서를 작성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단시간에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홍콩에서 벌어지는 실제상황이기도 한 영어를 사용하면 시민이고 영어를 하지 못하면 원어민이라는 재미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말이 안 나온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어를 잘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네덜란드,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도 영어를 공용어로 삼지 않는다. 하물며 영어를 잘 못하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려면 낭비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켜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사실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외의 많은 나라들이 이미 영어를 공용화하고 있지만, 그 나라들이 영어를 훨씬 못하는 일본이나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우수하거나 생활이 국제적이거나 국민생활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는 ‘영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프랑스적 가치관을 고수하며 여기에 문화와 관광산업을 접목, 육성한 결과 오늘날 세계 최고의 관광국가가 됐다. 이렇듯 영어공용화가 국제경쟁력을 보장한다는 사례는 증명된 바가 없다. 오히려 영어공용화는 앞서 영어가 자유롭고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노동력을 대거유입하게 만들어, 우리의 노동시장을 잠식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함재봉 교수는 “영어가 세계어로 자리 잡은 것은 영미의 군사력과 경제력 못지않게 문화의 힘이 작용했는데 가령 세계문학에 기여한 점, 영화산업의 발전, 학술당론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학 등이 그 사례”라며 “영어의 세계 공용화는 당연한 현상이며 앞으로 영어의 지배력 또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함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 나름의 것을 창조하는 것 역시 미국과 영어의 세계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영어’의 소화만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장래를 지켜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국어가 영어와 비슷한 유럽 각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사례의 연구를 통해서 세계인의 영어 학습에 대해 광범위한 비교연구를 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최상의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우리문화를 계승하고 재창조하는 주체적인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창조의 성과를 영어로 옮겨 밖으로 내놓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분명한 것은 영어교육과 영어공용화는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국제자유도시를 대비해 영어교육을 장려하고, 좋은 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이를 공용화라는 수단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부가 사회 전체에다 대고 ‘영어공부는 의무’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관점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영어공용화보다는 영어교육방법의 개선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대책에 주력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문제는 영어공용화니 영어제국주의니 하는 ‘규범(norm)’적인 논쟁이 과연‘현실(reality)’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인들은 영어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많이 ‘깨지고’있기 때문이다. 외교와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해 실패한 케이스는 부지기수로 소개되고 있고, 아직도 별로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이는 간단하게 민족주의 의식으로 외면한다고 하여 될 문제가 아니며 국운을 걸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인터넷 광고업체 키노피아의 정하규 대표는 “민족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지금 영어제국주의를 강조하며 마치 영어의 영향력을 기피하는 것을 보고서 자기도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 현실과 거리가 먼 영어제국주의를 운운하기 이전에 한국인들은 한참 더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겨있는 한국어를 보호하며 제대로 쓸 줄 알고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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