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라는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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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라는 장르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 속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걸어가 이어폰 하나를 건네며 “같이 들을까?” 하는 것과 Its Different 라는 자막이 나오는 ‘에스케이 텔레콤’ 의 광고를 ‘왕뚜껑’ 이 “같이 열까?” 와 ‘Its Delicious 로 따라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그 광고를 보며 ’어, 따라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웃어넘긴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아미노 업’ 광고에서는 ‘포카리스웨트’ 의 광고에 등장한 배경을 그대로 사용했고 또 파란 옷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포카리스웨트’를 연상시키게 했으며 그 여성이 ‘아미노 업’을 마시는 장면을 내보냄으로써 ‘포카리스웨트’ 와의 비교효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광고들은 패러디를 한 것일까 표절을 한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패러디의 기준은 일반인들이 판단하기엔 애매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표절이라는 개념도 있는 만큼 어떻게 하면 표절이 되는지 패러디가 되는지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다. 이 기준의 모호함은 특히 음악 분야에서 잘 나타난다. 어떤 음악을 그냥 차용했는지 표절했는지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전 인기 댄스가수 H.O.T. 의 경우에도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열맞춰’의 경우 ‘레이지’의 ‘킬링 인 더 네임’ 을 표절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많은 시비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패러디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패러디는 풍자나 희화화를 위해 작가 또는 작품의 특징적인 스타일을 모방하는 문학 혹은 예술 활동을 말한다. 패러디는 단순한 모방 차원이 아니고, 패러디의 대상이 된 작품과 패러디를 한 작품이 모두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표절과 구분된다. 패러디는 포스트모더니즘 풍조에 따라 소설에서부터 음악, 영화,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유행되고 있으며 근래에 와서는 하나의 창작 유형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에 있다.
이렇게 패러디는 하나의 창작 유형으로써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패러디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창작을 했느냐 하는 것과 모방도 하나의 창작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나는 패러디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한 작품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한다면 그것 또한 창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패러디의 정의에 따라서 생각해 볼 때 앞에서 말한 ‘에스케이 텔레콤’의 광고를 패러디한 ‘왕뚜껑’ 의 광고는 표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왕뚜껑’ 은 아무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표현방식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광고와는 비교적으로 우리가 수업 시간에 본 영화 ‘슈렉2’ 는 다른 만화들을 ‘패러디’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 ‘슈렉2’ 에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영화장면이나 동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 맨’에서 거꾸로 하는 키스 씬 이라든지 ‘반지의 제왕’ 에 나오는 절대 반지나 ‘미션 임파서블’ 에 ‘탐 크루즈’가 줄에 매달려 바닥으로 내려오는 장면 등이 나오고 있다. 또 주인공 중 하나였던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마스크 오브 조로’ 를 패러디한 것도 우리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고양이의 더빙을 한 사람이 바로 ‘마스크 오브 조로’의 주인공인 ‘안토니오 반데라스’ 라는 것이다. 바로 패러디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영화 중간 중간에 ‘할리우드’ 라는 팻말이 산 위에 있는 것을 패러디 한 장면과 ‘스타벅스‘의 로고를 쓴 점, ’후크‘ 선장이 등장하기도 하고 ’겁나 먼 왕국‘ 의 거리 이름이나 마을 이름 중에 ’라푼젤‘ 등이 있었던 것도 바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영화의 단점이 있다면 이런 많은 패러디가 우리를 영화 내용에 집중시키기 보다는 패러디한 다른 장면이 없나 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점이 있어서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전체적인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패러디가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슈렉‘ 이라는 괴물(?)을 등장시켜 우리가 흔히 동화를 통해서 인식한 ’공주‘ 와 ’해피엔딩‘ 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공주라고 하면 흔히 시련을 겪게 되고 그 시련을 잘생긴 왕자가 와서 구해주며 그 왕자와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공주는 잘생긴 슈렉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슈렉을 사랑하고 그래서 자신도 괴물로 변해 예쁘고 잘생긴 상태가 아니라 못생긴 상태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것은 우리의 인식을 뒤집어 놓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옛날부터 있었던 동화에서 공주는 수동적인 태도로 왕자의 구출을 기다릴 뿐이지만 이 영화의 공주는 같이 싸움도 하고 자신이 슈렉을 선택하고 또 못나게 변하는 것을 선택하듯이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생기고 예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능동적인 여성상 등의 주제는 패러디의 효과로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슈렉2‘ 는 원래 있던 동화의 내용을 패러디를 통해 표현하고 드러냄으로써 비꼬고 있으므로 원래 있던 동화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렉‘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보통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각 장면이 어떤 동화나 어떤 영화에서 나오는지 모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성인들은 무릎을 탁 치며 이 장면이 그 영화와 기가 막히게 잘 들어 맞다고 생각하며 그 장면 장면이 재미있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영화의 주제에 대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패러디 또한 어린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패러디의 상황 자체는 웃기게 표현되어 있지만(적어도 내가 봤던 영화나 사진들 속의 패러디는) 어린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어떤 각각의 의미를 항상 지니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웃거나 즐기면서 또 다른 의미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씨 인사이드‘ 라는 유명한 웹사이트에는 많은 패러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그것은 대개 정치인들이나 사회적인 이슈들을 비꼬아 패러디한 것들이 많다. 우리는 그 사진을 통해서 지금 비판받고 있는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알게 되고 또 여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도 한다. 이렇듯 패러디는 우리에게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게끔 해 준다. 그러므로 패러디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켜야 하며 또 그것을 통해서 다른 의미를 우리는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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