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철학 및 교육사 -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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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그렇듯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나의 본질 탐구는 청소년기에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엄마, 내가 대체 누구에요?”라고 묻는 아이는 없듯 나도 늘 “엄마, 저게 뭐에요?”라며 끊임없이 묻곤 했었다. 외부 세계를 알려고 하고, 그 다음 나의 내면세계인 자아의 존재에 눈뜨게 되면서 점차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아탐구에 대한 열렬한 호기심을 가졌던 적은 없었지만 늘 내 가슴 속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기에 이번 과제가 반가웠다. 교육철학 시간을 통해 서양 철학사에서 자아를 최초로 문제 삼은 사람은 소크라테스라는 것을 배웠다. 그가 했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만 세상을 인식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사고를 비판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자아에 대한 인식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협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나 자신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서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나의 자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헤쳐야 할 지 그 범위가 난해하긴 하지만 이 시간을 귀중한 시간으로 알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1987년 8월 25일, 무더위가 사그라질 무렵 난 인천 길병원에서 2.7kg의 건강한 아기로 태어났다. ‘00’ 라는 이름은 00꽃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이 순 한글이라 한자로 적는 일이 없어 편할 때도 종종 있다. ‘00’ 라는 이름이 흔하긴 하지만 이름이 예쁘다는 칭찬도 자주 들어 이처럼 예쁜 이름을 붙여주신 엄마께 늘 감사드린다.
어릴 때의 기억이 잘 나질 않아 엄마·아빠께 여쭈어보았더니 난 무척이나 순해 잘 보채지 않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었다고 하셨다. 17개월 터울의 여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는 더욱 더 의젓해지고 언니다워졌다고도 하셨다. 동생과 한 살 차이이다 보니 스무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작은 문제에 티격태격할 때가 있지만 동생은 어느 누구보다도 날 잘 이해해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어릴 때부터 나와 내 동생은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이 곳 저 곳 많이 다녔기에 책으로 배우는 교육보다 자연에서 배우고 느끼는 산교육을 더 많이 체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 중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수업대신 부모님을 따라 체험학습의 타이틀로 떠났던 ‘백령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배로 4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백령도, 배 멀미가 심해 울렁울렁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다시 갔다 오라고 한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그 땐 마냥 행복했고 즐거웠다. 넉넉하진 않은 가정형편이지만 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우리 집이 그때나 지금이나 난 늘 항상 자랑스럽다.
초등학교 시절 6년간 피아노와 미술을 배웠는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 둔 것이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중·고등학교 때 음악, 미술 등 예체능 과목을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미술을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해서 미술시간이면 선생님의 칭찬을 독차지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전공으로 하여 내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싶었던 때도 한 때 있었으나 넉넉지 않은 우리 집 사정에, 더구나 한 살 터울의 동생도 있었기에 내 욕심만 부릴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극복해나갔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여서 고등학교 3년간은 학급 반장 일을 했다. 학급의 회장으로서 같은 반 친구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키우고 그로 인해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특히 체육대회, 합창대회 같이 큰 행사가 있을 때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보람을 더 많이 느꼈다. 학급 회장 일을 하면서 다른 반 친구들, 학급 친구들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학급회장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표능력도 기를 수 있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대학에 와서 발표 수업 할 기회가 많았는데 발표를 할 때마다 그런 경험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 때문에 아침 마다 날 깨워주시느라 엄마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 3 시절은 스트레스와 압박감 때문에 힘들었지만 나 혼자 겪는 일은 아니기에, 또한 꿈이 있었기에 앞만 보고 달려갔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친구들과 하루 종일 함께였으므로 그 자체로 소중하고 행복했다. 학급의 반장으로서, 장녀로서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이 들에 대한 기대에 부흥하려는 책임감 또한 막중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성적에 비해 수능 성적이 현저히 떨어져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좌절을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슬럼프였다. 꿈꾸어왔던 학교와는 멀어졌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은 말로서 다 표현을 못할 만큼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 후회하고 매일 매일을 눈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국립대 중 점수대에 맞는 학교 중 내가 원하는 과를 선택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동안은 잠을 설쳤지만 언제까지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만 살아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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