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에서 나타난 갈등양상과 인물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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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에서 나타난 갈등양상과 인물의 행위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운명은 아버지 라이오스 왕에게서부터 시작된다. 라이오스 왕은 젊었을 때 엘리스의 펠로프스 왕의 궁궐로 망명했었는데, 펠로프스의 아름다운 왕자 크리시포스를 사랑하여 동성애를 저질렀고, 그 때문에 펠로프스 왕의 저주를 받았다. 그 저주란 라이오스 왕은 자식을 낳아서는 안 되며, 만약 이것을 어기고 자식을 낳을 경우에는 그 아들의 손에 죽어야 하며, 또한 그의 아내는 자식과 동침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저주에도 불구하고 라이오스는 아들을 낳게 되는데, 그 아들이 오이디푸스이다. 김혜니, 「동성연애자 라이오스 왕가에 내려진 저주」, 『소포클레스 그리스 비극』, 타임기획, 1999.
말하자면 오이디푸스는 태어나기 전부터 운명으로 인해 규정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건들에 속박당해 원죄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자 했지만 그 의지는 실현되지 못한다. 오이디푸스를 움켜쥐고 있는 운명, 그 강력한 힘은 오이디푸스와 갈등하는 총체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오이디푸스와 테이레시아스,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은 오이디푸스가 운명을 직시하게 하고, 희곡을 극적으로 만드는 소도구일 뿐이다.
1. 눈에 보이는 대상과의 싸움 - 오이디푸스와 테이레시아스, 오이디푸스와 크레온
오이디푸스는 비범한 인물이다. 테바이 오이디푸스의 왕국.
는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스핑크스를 죽임으로써 인간을 재물로 바쳐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신관은 테바이에 다시 불어온 재앙을 없애달라고 오이디푸스에게 간청한다. 오이디푸스는 탄원을 듣고 괴로워한다. 그는 비범할 뿐 아니라 선인(善人)이어서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 이렇듯 오이디푸스는 이상적인 인간상의 표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내 신탁을 받으러 갔던 크레온이 등장한다. 신탁에 의하면 선왕인 라이오스가 도둑의 손에 살해되었는데, 그 살해자를 찾아내어 처벌하지 않으면 전염병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오이디푸스는 신과, 나라와, 그리고 자신을 위해 왕을 죽인 살인자를 꼭 찾아내겠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에서부터 오이디푸스의 갈등은 시작된다.
살인자를 찾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은 포이보스 신과 가장 가까운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이디푸스 앞에 등장한 테이레시아스의 슬픈 표정은 나라를 구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의 표정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혜가 아무 쓸모도 없을 때, 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라는 알 수 없는 말까지 하며 말하기를 망설인다. 그런 테이레시아스를 재촉해 오이디푸스가 들은 말은 모든 원흉이 오이디푸스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었다. 나라에 해를 끼치려는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는 오이디푸스 자신이 나라에 닥친 재앙의 원흉이며, 또한 라이오스 왕의 살인자라니. 하지만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내 한 몸은 아무래도 좋다”는 발언을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인격적 완성체인 자신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오이디푸스는 ‘명료한 이성적 판단’에 의해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모함이며 모욕이라고 여긴다. 오이디푸스의 이성은 테이레시아스가 자신의 권력을 탐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심지어 크레온 역시 테이레시아스와 한 패여서 자신을 왕의 자리에서 몰아내려고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번져 크레온을 반역자로 여긴다.
테이레시아스는 그런 오이디푸스가 답답하기만 하다. 오이디푸스와 맞서고 있는 것이 세속적인 행동과 감정들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것을 그 자신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테이레시아스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는 오이디푸스 왕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아폴론을 섬기고 있고, 크레온에 매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운명을 슬며시 보여준다. 결국 테이레시아스와 오이디푸스의 갈등은 문제의 근본을 서로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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