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동화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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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
선녀는 하늘에서 물레질도 하고 바느질도 하고 천상에서의 삶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옥황상제의 말도 잘 듣고, 착한 선녀였지만 자기 사랑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옛날 선배 선녀였던 직녀가 옥황상제 때문에 견우와의 사랑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일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선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좀 더 고단수로 응하리라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들갑을 떠는 동료 선녀들과 함께 구름 사이에 난 구멍으로 땅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구경하던 중, 마음에 쏙 드는 남자를 찾아낸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 남자는 나무를 해다 생계를 꾸려 가는 딱 보기엔 별 볼 일 없는 남자였다.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한 효성과 착한 마음씨, 나무꾼답게 실한 몸매며 생활력까지, 천상에서 유약하게 신선놀음이나 하고 사는 동료 선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남자였던 것이다. 매일매일 몰래 구름 사이로 나무꾼을 지켜보던 선녀는, 저 남자와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그렇지만! 하늘의 선녀가 그깟 나무꾼과 결혼을 해서 뭣하겠냐는 옥황상제의 불호령이 내려질 건 뻔한 일. 그래서 선녀는 가끔 목욕을 하러 내려가면 먹을 것도 주고 털도 잘 빗어주고 예뻐하며 키우던 사슴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을 한다. 선녀가 그 뜻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 다들 걱정이 앞선다. 옥황상제의 불호령도 불호령이고, 대체 땅의 남자를 어떤 식으로 꼬드기겠다는 것인지. 그래도 꼭 저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선녀의 뜻을 꺾을 수 없어, 모두는 선녀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사슴이 목숨을 걸고 사냥꾼까지 끌어들여 나무꾼에게 선녀탕에 대해 알려주자, 깊은 산속에서 여자라고는 어머니밖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았던 나무꾼은 그 말에 혹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선녀들이 땅에 있는 선녀탕에 내려오는 그 날, 생각대로 선녀탕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나무꾼을 보고 선녀들은 모두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나무꾼 쪽을 주시하며 목욕을 하며, 선녀들은 벗어 놓은 옷을 모두다 나무꾼이 숨어 있는 큰 수풀 건너편에 걸어놓는다. 딱 하나, 나무꾼을 짝지로 점지해놓은 그 선녀의 옷만 빼고. 덕분에 나무꾼은 어쩔 수 없이 그 선녀의 옷을 훔칠 수밖에 없었고, 계획대로 선녀는 내키지 않는 척 나무꾼과 결혼을 해 신방을 차리게 된다. 예상했던 대로 옥황상제가 불같이 화를 냈다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나무꾼에게 폭 빠진 선녀는 홀어머니도 잘 모시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 가끔씩 선녀탕 근처에서 친구인 선녀들이 내려와 함께 수다를 떨며 너희들도 너희 남자는 너희가 선택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으면서.
그러던 어느 날, 친정도 한 번 가보고 싶고, 옥황상제에게도 너무 격조했던 것 같은 마음이 슬슬 드는 찰나, 옥황상제가 드디어 노여움을 거두고 한 번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선녀는 친정인 하늘에 한 번 올라갈 준비를 한다. 하늘에 한 번 가고 싶다는 말에 불안해하는 나무꾼. 그런 나무꾼이 귀엽기도 하고, 자기가 도망 갈까봐 무서워하는 것도 안쓰럽긴 했지만 간다고 약속한 걸 안 갈 수도 없는 일. 손자 손녀들 얼굴도 보여드릴 겸, 선녀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아이들을 안고 하늘로 올라간다. 물론 나무꾼이 마당에 파묻어 꽁꽁 숨겨놨다고 생각하던 그 날개옷은 선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선녀는 애당초 땅 사람도 아닐뿐더러, 정말로 몰랐다고 해도 하늘에서 다 몰래 지켜보고 있는 친구들이 어디에 숨겨 놨다, 어디로 옮겨놨다고 다 이야기를 해준 터.
선녀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자, 선녀가 가버렸다는 생각에 나무꾼은 매일 방에서 울기만 한다. 평소에 금슬도 좋았고 고부갈등이 심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빨리 내려가려고 했지만, 오래간만에 선녀의 얼굴도 보고 손자 손녀도 보느라 들뜬 옥황상제가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붙잡는 통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땅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나무꾼에게 하늘의 삶도 좀 보여주고 싶었던 선녀는 처음에 그 둘을 맺어주었던 사슴을 불러 두레박을 타고 올라오라 넌지시 일러준다. 그리고 예상대로 두레박을 타고 허겁지겁 올라온 나무꾼 남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효자인 나무꾼은 홀로 두고 온 홀어머니 생각에 매일 땅이 꺼진다. 천상에서의 행복한 삶도 좋지만, 나무꾼의 그런 순수한 마음과 효심 역시 사랑했던 선녀는 날개 달린 말을 빌려 나무꾼을 땅에 내려 보내는데, 이 바보 같은 양반이 어머니와 함께 올라온단 생각은 못하고 호박죽 먹다가 말을 놓친 게 아닌가. 다시 방에서 징징 우는 남편을 보며 한심해하면서도, 다시 직접 말을 타고 내려간 선녀는 나무꾼과 함께 홀어머니도 함께 모시고 올라온다. 나무꾼과 홀어머니가 다 없어지는 바람에 나무꾼이 나무를 해다 파는 읍내 마을에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색시라도 들여서 이사갔나보지, 다시 조용해진다.
매일 유약한 선남들만 보다가 나무꾼을 본 선녀들 사이에서 나무꾼의 인기는 최고였다. 그리고 땅의 남자와 옥황상제까지 속여 가며 결혼한 1세대 신여성인 선녀의 뒤를 따라, 선녀들은 구름 틈으로 호시탐탐 땅의 남자를 엿보며 결혼할 남자들을 찍고, 한동안 하늘에서는 선녀들과 땅의 남자가 결혼하는 것이 붐처럼 일어났다. 물론 강인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선남들이 땅으로 내려가는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게 되었다. 가끔씩 천마를 타고 땅에 내려가 살기도 하고, 하늘로 올라오기도 하며, 둘은 천도복숭아 나눠 먹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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