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 교사와 학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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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교사와 학생 사이 - 하임 G. 기너트
나는 항상 책을 처음 읽을 땐 먼저 표지를 자세하게 훑어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에도 먼저 앞면의 표지와 뒷면의 표지를 살펴보았는데 뒤에 - 교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 이라는 구절이 써 있는 것을 보았다. 아주 공감이 가는 구절이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래도 과제로 부과된 책읽기라 은근히 압박되는 느낌이 있어 이 책을 사두고도 계속 쳐다보지 않고 있었는데 그 구절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비록 교육대학교를 2년밖에 다니지 않아 아직은 교사의 진짜 삶도 제대로 보지 못한 나였지만 그 동안의 경험만을 가지고도 햇병아리인 나에게 그 구절의 의미가 와 닿았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는 드디어 표지를 넘기고 책의 서문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는 긴박한 스토리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소설보다 느리지만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마다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필집이 더 좋다. 이 책은 수필집과 같은 느낌을 많이 주는 책이었는데 제일 먼저 나를 생각하게끔 만든 구절은 바로 이것이었다. 교사는 외과 의사와 같아서 , 칼을 아무렇게나 휘둘러서는 안 된다. 한 번 상처가 나면 평생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나는 이 구절을 읽을 때 내 마음에서 정말 공감이 되는 걸 느꼈다. 읽자마자 속으로 맞아!하며 소리까지 쳤기 때문이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에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이 분은 이 책의 마지막 장 기억나는 교사의 영의 가치편의 교사와 일맥상통한다.) 그 분은 나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으로 수학을 가르치셨는데 수학에 관해선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 분이셨다. 우리 학교 간판 선생님이시면서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출제 위원도 하시고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는 서울의 좋은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전근 가셨다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력으로는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선생님은 사랑으로서는 나에겐 최악의 선생님이셨다. 내가 선생님 반의 실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선생님과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부딪힐 일이 굉장히 많았다. 선생님께서는 수학에 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분이셨지만 학급 전체나 아이들에 관해서는 고등학생이라면 1년에 한 번쯤은 받아봄직한 상담 한 번 안하시는 그런 무관심한 분이셨다. 그리고 학생들을 대하실 때 말투도 굉장히 차갑고 학생을 상당히 무시하는 듯한 어감이 많이 강조되는 듯이 느껴져서 선생님께 야단이라도 맞게 되는 날이면 그 날은 굉장한 상처를 받고 하루 종일 우울해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어김없이 그런 날이 찾아왔다. 하루는 내가 선생님께 봉사 활동 확인서를 제출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갑자기 찌직거리며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선생님께서 내가 드린 봉사 활동 확인서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려버리신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한 채 선생님을 뻥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시간을 쓰는 란에 수정테이프 자국이 있으니 못 쓰겠군 하시며 자리를 떠나버리셨다. 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 분이 정말 선생님이 맞으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한 번 선생님께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가 느낀 수치는 나를 땅 속까지 끄집어내려 내팽개쳐 버렸다. 친구들 앞에서 혼이 난 것부터 해서 선생님께서 하신 모욕적인 말들과 굉장히 냉정한 말투가 나를 처참히 짓밟았다. 그 날의 그 교실에 있던 나는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교실에서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었던 마음을 참고 또 참아 겨우 다스렸다. 그러나 그 날의 후유증은 너무도 오래 남아서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 선생님을 피하고 싫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졸업한지 3년이 되가는 지금까지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상처가 남았다.
내가 나의 이 경험담을 얘기한 이유는 책을 읽을 때마다 자꾸만 이 선생님과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사례를 하나 씩 하나 씩 읽을 때마다 맞아, 그 때 그 선생님이 그랬었어. 맞아 ! 이것도 그랬어. 이것도, 이것도 !하며 그 때의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앞에서 내가 경험담을 서술할 때 나도 모르게 그만 그 때의 마음이 되살아나 굉장히 못된 선생님으로만 비추어지게 쓴 것 같기도 한 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겪은 일들이라 그 선생님으로 인해서 예비 교사인 나에게 많은 것을 실질적으로 느끼고 생각해봄 직하게 된 면도 있다.
이 책 어느 면에서 이런 구절이 있었다. 교사는 분노는 표현하되 모욕은 주지 않는다.정말 정답이었다. 교사는 자주 아이들로 인해 화가 날 일이 생긴다. 그럼 그럴 때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화를 그대로 전달할 것인가?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분명 아이들에게 모욕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이후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이 책에서 대안으로 나온 방법들은 정말 탁월한 방법들이었다. 우선 교사는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하여 충동적인 면들을 침착하게 가라앉히고 나는이라는 메시지를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상황에 대해서 훈계하되 아이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야 하며 이 때 교사는 단호하고 효율적으로 아이에게 훈계해야 한다. 나는이라는 메시지를 사용하는 점도 그렇고 상황만을 꼬집는 점과 훈계할 때 단호하고 효율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교사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나처럼 학생이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므로 교사는 항상 말을 할 때 두려움을 가지고 세심하고 조심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과외하고 있다. 예전 과외에서부터 지금까지도 과외를 하면서 자주 들었던 고민이 어느 시점에서 가르치는 학생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나 하는 문제였다. 학생에게 생각해 볼 시간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힌트까지 주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에 자주 갈등하곤 했었는데 결국 나는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가르치면서 내가 답답해 못 이겨 학생이 대답하기도 전에 곧잘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주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서둘러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교사가 서둘러 해결책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문제 해결 능력을 획득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난 또 한 가지를 배우게 됐다.
과외를 하면서 나는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사교육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될 내가 지금은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과외를 통해서 예비 선생님으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배워가고 있는 듯 하다. 학생을 대하는 방법도 여기서 처음 배우기도 했고 이 책에서 제시되는 여러 사례들을 나는 과외를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는데 특히 여기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생과의 의사소통의 방법을 과외를 하면서 하나하나 깨우쳐 가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과외는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소통이 대부분이라 학생의 사소하고도 깊은 면을 볼 수 있는 등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과의 일대일 소통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어 나에겐 용돈도 벌고 많은 깨우침도 얻어가는 일석이조의 수업시간이다.
제5장 위험과 칭찬부분을 읽고 나서 나는 굉장히 깜짝 놀랐다. 좋은 의도로 말하는 칭찬마저도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칭찬도 정말 조심히 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쉬운 직업이 아니다 라고 생각되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니 만큼 조심 또 조심하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요한 직업인 것이다.
제6장 꾸지람과 가르침 부분의 글로 써.라는 사례를 읽고 나는 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좋은 소통 방법인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글로 적어 표현하는 것이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아이가 글을 씀으로 인해서 말을 할 때보다 마음가짐이 차분해지고 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어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또한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말로 했을 때 미쳐 놓칠 수 있는 얘기들도 선생님께 전달 할 수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화를 풀어주는 방법으로 주로 글로 써보게 하는 방법이 사례로 많이 제시되어 있는데 나는 글을 쓴다는 방법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다. 나도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일기를 쓰곤 하는데 누구한테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풀리고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방법이 아이들에게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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